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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할미꽃
오종락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 인간들에게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며, 서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춘삼월 호시절이다.
봄철에 피어나는 수많은 아름다운 꽃들 중에서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꽃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 꽃은 이름이나 생김새, 꽃말(사랑의 배신), 꽃이 피는 장소가 말해 주고 있듯이 연륜과 고생을 상징하는 허리가 굽은 할미꽃이다. 이 꽃은 화려한 다른 꽃들처럼 우리 인간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외로움을 상징하는 꽃이다.
지난 겨울 엄동설한에 대구 중구 쪽방촌의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상담을 실시하고 그 분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 노인들의 처지가 할미꽃 설화의 사연과도 어찌 그리도 흡사한 점이 많은 지, 봄철 무덤가에 피어나는 할미꽃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언뜻 깨달을 수 있었으며 한 송이로 피어나는 할미꽃은 독거노인의 상징인 것만 같다.
독거노인이란 가족 없이 홀로 살아가고 계시는 노인을 지칭한다. 그러나 그분들도 분명 처음부터 독거노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독거노인도 대부분은 자녀들을 몇 명씩 두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의 효성이나 관심에 따라서 어른들의 얼굴빛과 목소리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은 독거노인을 뭐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드려다보고 조금만 알고보면 독거노인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들처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세태는 어르신들도 자식내외와 독립해서 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핵가족 시대가 보편화된 오늘날은 노년기가 되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한 송이 할미꽃(독거노인)이 되기 십상이다. 어제까지 노부부가 단란하게 살았던 가정도 한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남은 한분은 오늘부터는 독거노인 신세가 된다.
꽃도 여러 송이가 함께 피어 있을 때에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깊은 산속 무덤가에 피어있는 한 송이 할미꽃은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하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소외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한 송이 할미꽃일지라도 축대, 잔디 등이 잘 단장된 묘소에 피어 있을 때에는 외롭게 보이기는 커녕 고상하고 품위 있는 꽃으로 보인다. 잡초 없이 잘 다듬어진 묘소를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라도 살아 계신 듯 극진히 대접을 받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잡초가 무성하도록 방치된 묘소를 보면 효성있는 자식이 한사람도 없는 것처럼 보이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독거노인의 처지와 매우 비슷해 보인다.
우리들은 독거노인들을 모두 존중하고 사랑의 눈빛으로 자연스럽게 바라봐야 한다. 한 송이 할미꽃과 같은 독거노인은 켜켜이 쌓인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간직한 분으로 그 자체로서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들 대부분은 인생 황혼기의 끝 무렵에는 한 송이 할미꽃을 피우며 일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 인생사를 이야기 할 때 자주 인용하는 용어로 인생사 “空手來 空手去”(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되고 중요한 점은 “인간은 홀로 태어났다가 홀로 떠나가는 존재란 사실이다.” 쌍둥이, 삼둥이 등도 태어나지만 각각 개별 생명체로 시간차를 두고 태어나기 때문에 결국 홀로 태어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고로 우리 인간들은 이 세상에 올 때나 떠나갈 때나 혼자이므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을미년 새봄 할미꽃이 필 무렵에는 부모님의 산소에 찾아가서 성묘한 후 할미꽃의 참 가르침을 배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한 송이 할미꽃은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며 우리들의 노년의 자화상을 엿보이게 하기 위하여 피어나는 꽃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혹시 홀로 계시는 부모님이 계신다면 이제 부터라도 좀 더 자주 찾아뵙고 덜 외롭게 해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봄꽃향기 좋은 날에 부모님을 가까운 공원에라도 모시고 가서 꽃구경도 시켜드리고 함께 정겨운 봄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야 말로 한 송이 할미꽃이 진정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송이 할미꽃!
그대는 노년을 외로이 홀로 살아가고 계시는 우리의 홀몸 어르신을 상징하는 꽃!
동구밖에서 지팡이를 짚고 자식을 기다리는 꾸부정한 할머니의 모습과도 닮은 꽃!
그리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 되는 연로하신 어머님의 모습과도 닮은 꽃!
아~아! 그대 이름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한 송이 할미꽃이어라!
2015. 3. 26. [1]
첫댓글 할미꽃을 독거노인에 비유하신 바 - 우리 모든 여성들이 한번은 할미꽃 처럼 고독한 존재가 되니 고독하시지 않도록 자주 찾아 돌봐드려야 겠습니다. 오교수님께서 할미꽃과 독거노인 유사점을 잘 나타내셨고 느낌과 의미부여를 잘 하셨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아직 미흡한 글에 따듯한 말씀으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어릴 때 산과 들에 그렇게 흔하던 할미꽃이 이제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요즘의 세태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따듯한 공감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할미꽃 얘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존경하는 단장님!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직에 있을때 독거노인들의 근황을 매일 파악하기 위하여 요쿠르트 아주머니들을 이용하여 아침마다 배달하면서 건강상태를 파악한바 있습니다. 아무도 돌보아 준사람이 없어 가슴아팠 습니다. 할미꽃과 비유 참으로 적절합니다.
독거어르신 문제는 우리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따듯한 공감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삶의 관록이 향내를 풍깁니다.
건필하세요.
격려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독거노인과 한 송이 할미꽃! 참 잘 어울리는 구상입니다. 할미꽃의 존재를 되새겨보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공감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