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또는 'D' 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은 금융권이 제시하는 구조조정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면 되지만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B' 등급을 받은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당장 올 하반기 12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의 입주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 12만 가구 입주예정..입주대란으로 건설사 자금난 심화될 수도
1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2만6997가구에 이른다. 이중 수도권 물량은 7만7322가구이며 지방은 4만9675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G 건설 등 일부 대형건설사는 입주물량만 1만 가구에 달하는 경우도 있으며 I 토건, W 건설, S 건설 등 중견건설사 중에서도 입주예정물량이 1000가구가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
입주 시 잔금은 대체로 분양가의 30%이기 때문에 분양가를 4억원으로 계산하게 되면 가구당 1억2000만원이다. 입주 물량이 1000가구일 경우 제대로 잔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건설사는 1200억원가량의 자금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제로 수도권 곳곳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내려가자 아파트 계약자들이 건설업체들에 분양가 할인 등의 입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입주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건설업체와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용인 및 고양 등 수도권 입주 물량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입주예정자 단체가 입주율 및 분양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건설사들에 요구했으며 이 때문에 상당기간 진통을 겪었다.
대형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는 일부 몇몇 단지에서 입주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정도"라며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해 집값 하락세가 더욱 거세질 경우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커 업체별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건설사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져
이달 들어 금융권이 일제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번 주 들어 국민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 각종 자금조달 비용에 연동한 대출금리를 모두 올렸다. 인상 폭은 최대 0.23%포인트에 달한다. 신한은행도 각종 변동형 대출금리를 많게는 0.26%포인트까지 올리기도 했다.
특히 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월 4.29%에서 지난달 3.70%까지 내렸지만 이달 들어 평균 3.75%로 올랐다. 3년 만기 회사채(장외 AA- 등급) 금리도 같은 기간 5.40%에서 4.48%까지 하락했다가 4.65%로 반등했다.
금리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서 건설업체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신증권이 지난 23일 발행한 '자본금 확충의 필요성이 커진 중견 건설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16~50위 중에서 상장된 20개 중견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은 2005년 3분기 평균 4.9배였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1.5배로 급격히 낮아졌다.
한국거래소 조사에서도 상장 건설사 56곳 중 올 1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곳은 1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배 미만이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중견건설업체 W사 관계자는 "현재도 저축은행의 브릿지론의 경우 연 10% 이상의 이자를 부담해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기준금리 등 시장금리가 오르게 되면 건설사들의 자금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 줄부도 위기…PF대출 뇌관 터지나
이와 함께 현재와 같이 분양을 제때 하지 못하거나 분양률이 저조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들이 잇달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금력이 좋지 못한 시행사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되면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다. 건설업체 줄부도의 뇌관으로 지목됐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 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S사와 N사, C사는 모두 경기도 김포의 한 사업장 시행사 S사의 채무불이행으로 7000억원에 달하는 우발 채무를 떠안았기 때문에 이번 신용등급평가에서 'C'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금광기업의 경우에도 대전지역의 한 시행업체가 300억원에 달하는 PF대출을 막지 못해 자금난이 더욱 악화됐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시행사의 부도는 곧바로 시공사의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시행사의 자금난이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