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조용한 유망주 바르네타
2006년 05월 2일
- FIFAworldcup.com
'조용한' 또는 '겸손한'이라는 뜻을 가진 트랑퀼로라는 이름은 일반적으로 스위스 대표팀의 조용한 선수로 비쳐지는 이 젊은 선수에게 더 없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대기만성’이라는 말은 이 경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소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바르네타는 16세에 17세 이하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2년 후 국가 대표팀으로 일찍 선발됐으며 최근에는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등 어린 나이에 이미 큰 빛을 발해 왔기 때문이다.
그의 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르네타는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스위스 대표팀의 많은 젊은 동료들과는 달리 바르네타는 단 하나의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철저한 스위스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가족이 처음으로 스위스로 이주한 것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그의 증조 할아버지 때였으며 바르네타는 매우 전통적인 스위스 방식으로 양육됐다.
한때 번성하던 섬유 산업 중심지였던 스위스 연방의 동부 주 장크트 갈렌에서 태어난 바르네타는 그 지역의 수도원 학교에 다녔고 이후 장크트 갈렌에 몇 남지 않은 섬유 회사 중 하나에서 직업 견습 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그의 학교 생활은 조용했던 반면 그의 축구 기술은 지역 스카우터들의 눈에 확연히 두드러져 보였다. '산 시로'라는 별명을 가진 움푹한 그릇 모양의 목초지에서 주로 자신보다 더 나이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하면서 축구 인생을 시작한 바르네타는 곧 로트몬텐 주니어 팀 경기에 출전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아직 이 단계에서는 양쪽 날개 어느 쪽에서든 앞으로 돌파해 나가는 그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었고 당시 어린 바르네타는 종종 측면 수비수로서 뛰곤 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스위스 1부 리그 팀인 장크트 갈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에 11세에 장크트 갈렌의 청소년 팀에 영입됐다.
또 한 명의 스위스 유망주인 다비데 치우멘토와 함께 청소년 팀에서 나란히 뛰던 바르네타는 곧이어 2002년, 제라르 카스테야 감독이 이끄는 성인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바르네타는 UEFA 17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스위스가 우승하는 데 일조함으로써 지금까지 그가 거둔 가장 위대한 승리를 기록했다. 이것은 스위스가 지금까지 기록한 유일한 국제 축구 대회 우승이다. 필립 센데로스와 레토 지글러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재능 많은 팀의 일원으로 바르네타는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순간 스위스의 세 번째 승부차기 골을 성공시켰다.
17세 이하 대표팀에서의 성공 그리고 첫 두 시즌에서 60회가 넘는 1부 리그 경기에 출전했던 장크트 갈렌에서의 성공 덕분에 바르네타는 마지막 순간 스위스 대표팀 감독 쾨비 쿤으로부터 UEFA 유로 2004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으며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이적하게 됐다.
바르네타는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유로 2004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2004년 9월 아일랜드와의 FIFA 월드컵 지역 예선전에서 대표팀 경기에 데뷔하면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홈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이 경기에서 그는 하칸 야킨이 기록한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러나 첫 번째 큰 시련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 찾아왔다. 이스라엘의 옴리 아페크와의 몸싸움에서 십자 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그러나 6개월간의 회복 기간과 강도 높은 재활 훈련 후 바르네타는 복귀에 성공했으며 현재 부상 전보다 더 강한 체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노버에서 보낸 임대 선수 기간 이후 그는 레버쿠젠의 주전 팀에서 입지를 굳혔을 뿐 아니라 FIFA 월드컵 스위스 대표팀 선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부상했다.
2005년 6월 파로 제도에서 가진 전지 훈련에 앞서 다시 스위스 국가 대표팀에 복귀한 바르네타는 이후 스위스의 모든 지역 예선 경기에 출전했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 결정됐던 터키와의 플레이오프 어웨이 경기에서는 90분 동안 전 경기를 소화했다. 그의 월드컵 대표팀 선발 가능성을 높여 준 마지막 계기는 지난 3월 있었던 스코틀랜드와의 어웨이 평가전이었다. 스위스는 이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으며 바르네타는 자신의 첫 번째 국가 대표팀 골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스위스의 FIFA 월드컵 전망을 묻는 질문에 바르네타는 2002 우승을 차지하기 전 스위스 17세 이하 대표팀 역시 주목 받지 못하는 팀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우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분명 허풍과는 거리가 있다. 바르네타는 청소년 팀의 성공이 성인 팀 무대로 이어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그는 조용한 선수일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감에 차 있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