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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리를 보다 - 두바이, 메카, 사나 검은 황금이 흐르는 사막의 신기루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29. 14:36
두바이, 메카, 사나
검은 황금이 흐르는 사막의 신기루
1 두바이 - 중동의 무역 중심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828m)가 있다.
2 메카 -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태어난 곳. 무슬림의 순례지이자 행정·상업의 중심지다.
3 메디나 - 622년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이주한 곳이다. 이주 사건을 ‘헤지라’라고 한다.
4 사나 - 예멘의 수도. 2,5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오래된 도시로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 서쪽은 홍해, 남쪽은 아라비아 해와 아덴 만에 둘러싸여 있다. 북쪽은 중앙아시아에서 아프리카의 사하라로 이어지는 사막의 중앙부에 해당한다. 반도 전체가 큰 대지이고 북동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남서부에는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몬순의 영향으로 비가 적당히 내린다.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오는 비가 예멘 일대를 ‘행복한 아라비아’로 만든다. 북부에는 봄과 가을에 지중해의 습기가 젖어들어 곳곳에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들어선다. 그 덕분에 어린 왕자의 명언도 듣게 됐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라비아 사막에 피어나는 신기루를 쫓아가 보았다. 인공 미녀 두바이, 숭배의 대상 메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사나. 함께 ‘아라비안나이트’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어딘가에 우리가 찾는 우물이 있을 것이다. 다만 알라딘의 요술 램프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눈부신 사막의 꽃, 두바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중동 최고의 관광지인 두바이 전경
황량한 사막에 모래 바람이 세차게 인다.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 주려는지 셀 수 없이 많은 낙타가 겹겹이 서 있다.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열기는 세상의 물기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빨아들일 기세다. 이런 곳에 도시가 서 있다. 눈부신 사막의 꽃, 두바이다.
두바이는 아랍 에미리트 연방의 일곱 개 토호국 가운데 하나다. ‘에미르’에는 아랍 어로 ‘부족장’, ‘총독’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왕족과 귀족의 칭호로 사용되었다. 에미리트는 ‘토후국’을 의미한다. 이곳 사람들은 과거에는 진주잡이와 산호 캐는 일을 주로 했다. 하지만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고 인공 도시가 건설되면서 완전히 딴 세상이 되었다. 아랍 에미리트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석유가 많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다.
아라비아 사막 | 두바이 국제공항 <출처: (cc) roevin @ wikimedia commons> |
두바이는 아라비아 사막 바로 위에 있다. 아랍 에미리트의 남쪽 대부분은 자갈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두바이는 모래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얀 모래에서 조개껍데기와 산호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물기 하나 없는 이곳이 한때 바다였음을 알 수 있다. 동쪽 끝에는 산화철이 더해져 빨간색을 띠는 모래 언덕이 많다.
세계 4위의 두바이 국제공항에 들어서면 세계 각국 사람들은 물론 세상의 진귀한 꽃들과 마주치게 된다. 꽃과 식물 무역의 허브답게 공항에는 초대형 플라워 센터가 있다. ‘인공 미녀’ 두바이, 첫 대면부터 사람을 홀린다. 공항을 나서 조금만 이동하면 중심 시가지가 펼쳐진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쇼핑과 사막 사파리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 두바이 몰 <출처: (CC) Donaldytong @ wikimedia commons>
대다수 여행객은 두바이에 도착하자마자 시티투어에 나서게 된다. 1,000개가 넘는 상점이 입점해 있는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 ‘두바이 몰’에서 호주머니가 좀 털린다 한들 어떠랴. 관광이란 이런 어리숙하고 낭만적인 여행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산업이지 않은가.
두바이 금시장 입구 <출처: (CC) Balou46 @ wikimedia commons> | 수크에서 판매하는 각종 향료 <출처: (CC) McKay Savage @ wikimedia commons> |
두바이의 데이라 지역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 금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은 상인들이 거래하던 장소다. 상인들은 아랍 전통 범선인 다우(dhow)에 중국이나 인도에서 물건을 싣고 왔다. 전통 시장은 아랍어로 수크(Souk)라고 하는데, ‘물건을 교환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쇼윈도는 온통 금제품으로 치장되어 있다. 호기심에 찬 아름다운 당신의 눈도 빼앗아 장식용으로 쓸지 모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금시장 근처 향료 시장에서는 아라비아 반도의 특산물인 향수, 야자열매, 커피 등을 판매한다. 특히 아랍 사람들에게 대추야자 열매는 주식이자 후식이다. 성서에 나오는 종려나무도 바로 이 대추야자나무를 의미한다.
아라비안나이트의 향수에 혼을 빼앗기더라도 야자나무 아래에서 은은한 모카커피 향을 맡고 다시 깨어나면 좋지 않겠나. 어차피 인생은 ‘취하다, 깨다’를 반복하는 것 아닌가.
두바이 사막 사파리 <제공: 하나투어>
두바이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막 한가운데 건물 숲을 이루고 있다. 지평선을 삼켜 버린 초고층 건물들 때문에 사막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사막 사파리를 빠뜨릴 순 없다. 4륜구동 차량이 곡예를 부리듯 모래 위를 달리면 사막에는 시시각각 새로운 무늬가 그려지고, 비명 소리는 환호성이 되어 사막을 가로지른다. 황금 모래 언덕은 아무 짓도 하지 않건만 사람들은 사막의 신비한 색채와 형상에 매료된다. 그 순간만큼은 유혹을 거부할 자유조차 박탈당한다.
저녁에는 별밤에 안긴 유목민의 텐트에서 흐느적거리는 벨리댄스에 취해 아라비아 왕자나 공주가 되어 보면 어떠리. 모닥불은 피어오르고 현악기 선율이 가슴을 후벼 파는데 무심한 사막의 밤은 하염없이 유혹으로 물든다. 칠흑 같은 어둠이 밤을 온전히 닫을 때 아라비안나이트의 추억은 그제야 꿈속으로 젖어들 것이다.
상상이 모두 실현된 ‘인공 미녀’, 두바이
아랍 에미리트의 수도는 아부다비지만 두바이가 더 잘 알려져 있다. 아부다비가 석유로 부를 이루었다면, 두바이는 물류로 부를 이루었다. 두바이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중동 최고의 관광지다. 1985년 두바이는 거대한 인공 항구를 만들어 ‘제벨 알리 자유 무역 지대’를 조성함으로써 중동의 무역 중심지가 되었다.
부르즈 칼리파
삼성물산이 두바이에 시공한 162층, 높이 828m 규모로 현재까지(2015년 4월 기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제공: 하나투어>
두바이에 건설된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162층에 높이가 자그마치 828m나 된다. 264m인 서울의 63시티를 3개 포개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836m인 북한산의 백운대와 거의 맞먹는 높이다. 중국 창사 시에 건설 중인 높이 838m의 스카이 시티가 내년(2016년) 완공되면 부르즈 칼리파는 곧 1위 자리를 내주게 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다에 건설 중인 1,007m 높이의 킹덤타워가 2019년 완공되면 2위 자리도 내주게 된다.
부르즈는 아랍 어로 ‘탑’이라는 뜻이고, 칼리파는 아랍 에미리트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바벨탑은 무너졌지만 칼리파 탑은 끄떡없다. 한국 기업의 혼으로 지었기 때문인가.
‘세계 8대 불가사의’ 팜 아일랜드 <제공: 하나투어> | 부르즈 알 아랍 <출처: (CC) Axilera @ wikimedia commons> |
두바이에는 세계 최대의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와 세계 최고급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 세계 지도를 형상화한 인공섬 ‘더 월드’가 있다. 또한 미국 디즈니랜드보다 여덟 배나 넓은 놀이동산 ‘두바이 랜드’가 있고, 세계 최대 실내 스키장인 ‘스키 두바이’도 있다. 최고 높이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분수와 다리 등도 있다.
팜 아일랜드는 두바이 해안에서 8km 떨어진 바다 위에 조성된 인공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섬 전체가 하나의 장난감처럼 보인다. 하늘에서 봐야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광대해서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린다.
‘부르즈 알 아랍’에는 거대한 돛대를 형상화한 구조물 아래 시원하게 뚫린 아트리움, 바다를 지상으로 솟아오르게 한 아쿠아리움이 있다. 이런 곳에 호텔이 자리 잡고 있는데, 몇 등급을 매겨야 할까. 공식적인 등급으로는 불가능했다. 이 호텔을 위해 비공식적인 등급인 7성급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수심 20m 바닷속을 볼 수 있는 방이 220개나 되는 세계 최초의 수중 호텔 ‘하이드로폴리스’가 완성되면 ‘부르즈 알 아랍’이 최고급 호텔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두바이가 세계 최고의 행진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언제 또 세상을 놀라게 할 성형 수술을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미인의 변신은 무죄다.
숭배의 대상,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는 그리스도 탄생 후 약 600년 뒤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원래 낙타를 끌고 다니는 상인이었는데,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의 상인으로 고용되어 일하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되었다. 무함마드는 40세 때 메카 교외의 한 동굴에서 명상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알라의 계시를 받으면서 신의 계시를 전하는 사도가 되었다. 아내와 친구들은 그런 그를 믿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메카의 낮과 밤 메카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탄생한 곳으로 이슬람 최고의 성지다. 전 세계 무슬림의 필수 순례지여서 매년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출처: (CC) Omar Chatriwala of Al Jazeera English @ wikimedia commons> |
결국, 무함마드는 사람들에게 쫓겨 메카를 떠나야 했다. 그가 도망쳐서 간 곳은 ‘메디나’라는 도시다. 그곳에서 무함마드는 사람들에게 설교했고, 오래지 않아 수많은 추종자를 얻었다. 무함마드가 622년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사건을 ‘헤지라’라고 한다. 무슬림은 메카를 세계의 중심으로 본다. 예루살렘도 그들이 생각하는 성지이지만, 그들에게 있어 세계에서 가장 성스러운 도시는 메카다. 무슬림에게 두 번째로 성스러운 도시는 ‘예언자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메디나다.
성지 순례 행렬 <출처: (CC) Omar Chatriwala of Al Jazeera English @ wikimedia commons>
무슬림은 메디나에서 기도하는 것이 다른 곳에서 기도하는 것보다 1,000배는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메디나까지 찾아간다. 이처럼 성도(聖都)를 찾아가는 여행을 성지 순례라고 한다.
무슬림이라면 누구나 메카로 성지 순례 가는 것을 꿈꾼다. 이슬람의 위대한 왕이었던 하룬이 바그다드에서 메카로 성지 순례를 떠난 적이 있었다.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하룬 왕을 위해 바그다드에서 메카까지 긴 융단이 깔렸다고 한다.
메카의 카바
메카의 중심부에는 정방형의 성소인 카바가 있다. 무슬림은 태양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카바 주위를 돌고, 카바 동쪽의 벽에 박혀 있는 ‘검은 돌’에 입을 맞춘다. <출처: (CC) SidSultan05 @ wikimedia commons>
메카에는 이슬람의 가장 신성한 신전인 카바가 있다.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카바를 향해 예배를 드린다. 연중 최대 성지 순례 행사인 하지 순례도 카바에서 시작된다. 카바에는 까만 돌이 하나 있다. 무슬림은 이 돌에 입을 맞추면 모든 죄가 사해지고, 사후에 하늘로 올라가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돌은 원래 흰색이었으나 수많은 무슬림이 입을 맞추며 자기 죄를 옮겨 놓아서 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정신적 고향이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도 이슬람 계율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여성은 니캅이나 차도르로 온몸을 가린다. 무슬림은 이슬람 계율에 따라 돼지고기와 술을 먹을 수 없다. 외국인이라도 술을 마시면 감옥에 가거나 사람들 앞에서 채찍을 맞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다. 세계 석유의 2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이기도 하다. 석유수출국기구는 1960년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석유 생산국·수출국 대표가 모여 석유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결성한 조직이다.
가장 건조한 아덴, 가장 향기로운 모카
수에즈 운하의 남단을 찍은 위성 사진
홍해와 지중해 사이에는 좁고 잘록한 땅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수에즈 지협이다. 사람들은 홍해와 지중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수에즈 지협에 운하를 뚫어 배가 지나다닐 수 있게 했다. 이 운하를 ‘수에즈 운하’라고 한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잇는 중요한 뱃길이다. 수에즈 운하가 없었을 때는 수에즈 지협이 동방으로 가는 뱃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배를 타고 아시아로 가려면 아프리카 대륙을 빙 돌아가야만 했다.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은 영국과 프랑스에 있다가 1956년 제2차 중동 전쟁 이후 이집트로 넘어갔다.
아덴
‘동방의 지브롤터’라 불리는 아덴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도시에 속한다. <출처: (CC) Jialiang Gao @ wikimedia commons>
예멘 남부의 아덴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도시에 속한다. 여름에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습도가 높다. 아덴에는 호수나 강이 없는 데다 몇 년씩 비가 내리지 않는 일도 있다. 아덴은 향신료 무역의 중계지로 번영한 곳으로서 이곳에서 여러 민족이 쟁탈전을 벌여 ‘동방의 지브롤터’라고도 불린다. 183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아덴을 점령한 후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영국의 인도 무역 중계지가 되기도 했다.
아덴을 감싸고 있는 아덴 만은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과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사이에 있는 만이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2011년 1월 대한민국 해군 청해 부대가 ‘아덴 만 여명 작전’을 전개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를 아덴 만 해상에서 구출했다.
아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항구 도시 모카가 있다. 중세에 중부 고원에서 재배한 커피를 수출하는 항구로 알려지면서 ‘모카커피’라는 말이 생겨났다. 지금은 커피 수출항의 역할을 아덴이 맡고 있다. 예멘 모카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와 함께 세계 3대 커피에 속할 정도로 맛이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재배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값이 비싼 것이 아쉽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지, 예멘의 사나
페르디난트 켈러의 [샤흐라자드와 샤흐리야르]
[아라비안나이트]의 등장인물인 샤흐라자드 왕비가 샤흐리야르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예멘의 수도 사나는 세계에서 사람들이 거주한 지 가장 오래된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그 역사만 2,500년이 넘는다. 고도 2,200ⅿ의 계곡에 자리 잡고 있어 한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는다. 사나는 우리에게 친숙한 아라비안나이트의 실제 무대다. 구약성서에도 등장하기도 한다.
‘행복한 아라비아’ 예멘의 평화로워 보이는 사나에는 잊을만하면 사나운 폭탄 테러범이 나타나 도시를 멍들게 한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충돌, 남부와 북부의 지역 갈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 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는 역대 이슬람 지도자인 칼리파가 무함마드의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파이고, 무슬림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칼리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종파이다. “수니파는 수가 많으니 수니파”라고 기억해 두면 편하다.
예멘 사나의 구시가지
2,5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나의 구시가지에는 성벽과 모스크, 전통 가옥, 재래시장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출처: (CC) Ferdinand Reus @ wikimedia commons>
고지대에 세워진 사나의 구시가지는 그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사나의 골목에 접어들면 누구라도 아라비안나이트의 무대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이 들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골목에서 길을 잃는 행복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쉬운 점은 예멘이 정국 불안으로 말미암아 2011년 6월 28일 이후 여행 제한국가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점토 벽돌로 만든 다층 탑형 가옥들이 고운 질감과 무늬를 뽐내면 장난감이라도 되는 양 손에 넣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흙은 세상의 원천이다. 신은 인간도 흙으로 만들었다. 아담이 선악과, 즉 세상의 원리를 얻게 되자 신은 아담에게 “너는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노동을 해야 먹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노동의 소명을 부여받았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행위 가운데 숭고한 노동이 가장 종교적인 행위가 아닐까?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인간인지라 ‘흙의 도시’ 사나가 더욱 살같이 와 닿는다.
과거의 지리 여행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했다면 알라딘의 요술램프에게 이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어보자.
[네이버 지식백과]
- 검은 황금이 흐르는 사막의 신기루 (세계 지리를 보다, 2012.07.30, 박찬영, 문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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