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신사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불교계는 안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불사들이 추진돼왔다. 특히 팔만대장경 조성불사에 비유되는 한글대장경 불사를 37년만에 회향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승가교육, 신도교육의 체계를 마련하고 남북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내 문화유적을 조사했다. 또한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 ‘달마야 놀자’가 흥행에 성공하고 산사음악회를 통해 지역문화를 선도하는등 문화적 측면에서의 비약적인 발전도 있었다.
본지는 한해를 마감하면서 올해의 10대뉴스를 선정했다. 선정된 것 이외에도 바이얀 석불 파괴, 태고종 분규 수습, 큰스님 수행이야기 돌풍, 봉축열차 운행, 중앙승가대 이전, 불교아카데미 발족등의 뉴스도 중요한 사건으로 거론됐다.〈편집자주〉
1. 한글대장경 불사 37년만에 회향
동국역경원(원장 월운스님)은 지난 4월 25일 한글대장경 3백18권의 제본작업을 마치면서 한글역경불사를 회향했다. 조계종 3대 사업 가운데 하나인 역경불사 차원에서 진행된 한글대장경 불사를 1964년 7월 21일 동국역경원 개원이래 37년만에 회향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과 동국대는 9월 5일 장충체육관에서 전국에서 운집한 사부대중 1만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한글대장경 완간 회향법회’를 성대하게 봉행했다. 동국역경원은 향후 한글 대장경의 개편 및 보완작업, 인터넷사이트 개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2. 생태·환경 보존운동 저변 확대
올해 교계의 생태환경보존운동은 얇은 환경층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개됐다.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와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며 명동성당에서 조계사까지 진행된 수경스님의 삼보일배 시위는 교계의 생명존중 및 환경보존 의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가야산 관통도로 백지화에 이어 천성산 습지보전운동, 댐반대 운동, 북한산 살리기 운동 등은 교계에 환경의식을 급성장 시키고 참여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3. 해인사 청동대불사건
해인사의 청동대불 건립 발표에 대해 실상사의 수경스님이 통렬히 비판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해인사 청동대불사건’은 스님들의 수행문제 대형불사, 교단내 폭력등 종단의 고질병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수경스님의 글이 나오자 안거중이던 해인사 수좌스님들이 조계사와 실상사를 항의방문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져 이문제는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해인사 청동대불 사건은 거대불상 조성과 같은 대형불사를 지속하는 것이 옳은가하는 문제등 여러사안을 수면위로 드러냈다.
4. 3급 승가고시 시행…승려재교육 토대 구축
종단의 3대목적 사업중 가장 큰 화두는 도제양성이다. 승가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승가의 위상을 확립하는 단초로 승가교육이 근간이기 때문이다. 종단 교육의 최대 화두였던 3급승가고시가 치러졌다. 김천 직지사에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3급승가고시에는 총 321명의 승려가 합격했다. 교육원의 3급승가고시 실시는 향후 승가교육의 토대를 구축했다는점에서 올 한해 최대의 관심거리였다. 3급승가고시 실시로 인해 종단은 승려재교육과 자질향상의 큰 전기를 마련하는 한해가 됐다.
5. 신도교육 캠페인 선포
신도교육 백년대계 돛을 올린 ‘신도기본교육교재 고불 및 신도교육캠페인’ 선포식이 11월 13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됐다. 조계종포교원과 불교신문사가 주관한 선포식에는 종단 지도자스님과 전국 13개 교구본사 포교국장스님등이 동참해 신도교육 의무화를 알렸다. ‘신도교육, 불교의 미래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진행되는 신도교육캠페인을 위해 포교원과 불교신문사는 10종류의 스티커와 5천여장의 포스터를 전국 사찰에 배포하고 ‘불교입문’과 소책자, 신도교육지침서를 2천여 사찰에 발송했다.
6. 공무원불자회 폭발적 증가
올 직장직능 신행단체 활성화의 중심축은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에 있다. 폭발적인 증가를 보여준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는 청와대 불자회, 감사원불자회를 중심으로 현재 1백50개 중앙 및 지방부처, 특수직 공무원 불자회가 소속되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성하는 한편 활발한 신행활동을 통한 친절하고 도덕적인 공무원 위상강화에도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6일 해인사에서 열린 1주년 기념법회에는 전국 공무원불자 2천여명이 참여해 공불련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7. 신계사지 문화재 지표조사
국내 발굴조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정각스님)이 북한 지역 문화재 조사를 실시했다.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공동으로 실시된 금강산 신계사지에 대한 지표조사는 단장에 학담스님을 비롯해 전통문화학교 정재훈 교수 등이 참가해 8일간 금강산에서 펼쳐졌다. 이 조사에서는 신계사탑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탑이 9세기 조성된 것임을 확인하고, 주변의 유물들을 실측했다. 신계사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신계사 복원 논의가 표면으로 떠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8. 산사음악회 정착
음악회를 여는 사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일부 주지스님들만이 개최하는 ‘특별한’ 행사로 여기던 산사음악회가 올해 들어서는 어지간한 규모의 사찰이면 빠지지 않고 열렸다. 월정사를 비롯 많은 사찰들이 여러 행사의 한 일환으로 포함시킨 것도 올해들어 생겨난 현상. 가을에 집중되던 예년과 달리 봄 여름 구분없이 열린 것도 특징. 하지만 사찰 음악회에 찬불가가 제외되고 지역주민과 불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관객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9. ‘달마야 놀자’ 대박
전체 영화의 90%를 김해 은하사를 배경으로 촬영, 제작초반부터 교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온 불교코믹영화 ‘달마야 놀자’(박철관 감독, 씨네월드 제작)가 올 한국영화계에서 관객 4백여만명을 끌어들여 불교영화로는 최초로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달 22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을 비롯해 종단의 중진스님 20여명이 이 영화를 단체로 상영한 뒤 호평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달마야 놀자’는 제작발표회에 종단 문화부장 스님이 참석, 격려를 하기도 했다.
10.인도 불가촉천민 1백만명 불교개종
올 한해동안 인도의 불교부흥운동은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인도불교 부흥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로드붓다클럽 대표 람라즈(Ram Raj)는 지난달 4일 인도 델리의 람라드 그라운드에서 인도의 1백만명의 불가촉천민들을 대상으로 불교개종의식을 거행했다. 인도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관심으로 봉행된 이 개종식은 카스트 제도에 억눌린 2억5천만명의 천민들의 불가측성에 대한 저항이자, 현대 인도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