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신하된 자로서의 처세술은 순종하면서 복명(復命)하되,
감히 전횡을 부리지 않으며 의(義)를 구차스럽게 합리화시키지 않으며,
지위를 구차스럽게 높이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라에 반드시 이익이 있고, 임금에게 보필함이 있게 된다.
따라서 그 자신은 존귀해지고 자손들도 이를 보존하게 된다.
이에 남의 신하 된 자로서의 행동에는 육정(六正)과 육사(六邪)가 있으니,
육정을 바르게 실천하면 영화를 볼 것이요, 육사를 범하면 욕(辱)을 입게 된다.
무릇 영욕이란 바로 화복의 문이다.
그러면 육정· 육사란 무엇인가? 육정(六正)이란 다음 여섯 가지이다.
첫째, 어떤 일의 싹이 태동하기 전에, 또 형태나 조짐이 아직 보이기도 전에 환하게
그 존망(存亡)의 기(幾)와 득실(得失)의 요체를 남보다 미리 알고,
그러한 일이 나타나기 전에 이를 미리 막아 임금으로 하여금 초연히 현
영(顯榮)한 위치에 서게 하여, 천하가 모두 진충(盡忠)하다고 칭찬을 듣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성신(聖臣)이다.
둘째, 마음을 비우고 그 뜻을 깨끗이 하여 선(善)으로 나가 도(道)에 통하며,
예의(禮誼)로 면려(勉勵)하여 옳은 몸가짐을 갖도록 하고,
임금을 깨우쳐 장구한 계책을 세우도록 하며, 그 미덕은 순종토록 하고
그 악은 고쳐 구제해 주어 공을 세우고 일을 성취 시키되 그 공을 모두 임금에게 미루며,
감히 자신의 노고를 자랑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양신(良臣)이다.
셋째, 몸을 낮추고 겸손히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잠자리에 들며,
어진 이를 추천하기에 게으르지 않으며, 자주 옛일의 덕행 고사를 임금에게 들려주어
그를 면려시켜 이익이 있도록 이끌어주어 국가의 사직과 종묘를 편안히 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충신(忠臣)이다.
넷째,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밝게 살펴 성패를 보기를 남보다 빨리하여,
이를 미리 막아 구해내고 끌어내어 복구시킨다. 또 그 이간을 막고 그 화의 근원을 근절시키며
화를 돌려 복이 되도록 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끝내 근심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지신(智臣)이다.
다섯째. 법을 잘 지켜 받들어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되 녹이나 상을 사양하며,
선물· 증송(贈送)· 뇌물을 받지 아니하며, 의복은 단정히, 음식은 절약, 검소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정신(貞臣)이다.
여섯째, 국가가 혼란하고 임금의 정치가 도에 어긋날 때 감히 임금의 얼굴을 붉히도록 범하며,
임금의 과실을 지적하되 죽음도 불사하며, 그 몸이 죽더라도 국가만 편안하면 된다고 여겨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직신(直臣)이다.
다음으로 육사(六邪)는 아래의 여섯 가지이다.
첫째, 관직에는 안일하며 녹을 탐하고, 사사로운 자기 집안일은 열심히 하되
공사(公事)에는 힘을 쏟지 않고, 자신의 지혜나 능력을 공익에는 쓰지 않으려 하며,
임금에게 바칠 논책(論策)은 궁색․ 기갈(飢渴)하며, 그 절조(節操)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의 부침(浮沈)에 놀아나되 임금 좌우를 관망(觀望)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구신(具臣)이다.
둘째, 임금이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 하고 임금이 하는 일은 무조건 가하다하며,
숨어서 임금이 좋아하는 것을 구해 이를 바쳐 그의 이목(耳目)을 즐겁게 하며,
억지로 임금의 뜻에 맞추어 그를 즐겁게 만들어주되 그 뒤에 닥쳐올 해악(害惡)은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유신(諛臣)이다.
셋째, 속이 진실로 자못 험악하면서 밖으로는 소심하고 근엄한 척하며 교언영색(巧言令色)하며,
또한 마음속으로 어진 이를 질투하여 자신이 나아가고 싶으면 그 아름다움을 극구 칭찬하되
자신의 단점은 끝까지 은폐하고,
남을 몰래 물러나게 할 때에는 그 단점을 들추어내고 그 장점은 숨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망령된 행동과 잘못된 등용을 하도록 하고,
상벌도 부당하게 내리도록 만들며, 법령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게 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간신(姦臣)이다.
넷째, 지혜는 족히 그 잘못도 변호하여 옳은 듯이 느끼게 하며, 언변도 풍족하여 남을 혹하게 하며,
뒤집으면 쉬운 말인데도 이를 위대한 문장처럼 떠 벌리며,
안으로는 골육지친(骨肉之親)을 이간시키고, 밖으로는 조정에 질투와 혼란의 풍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참신(讒臣)이다.
다섯째, 권세를 전단(專斷)하여 국가의 대사를 빌미로 나라는 가벼이 여기고
자신의 사리사욕은 중히 여기며, 당을 조직하여 자기 집을 부유하게 한다.
또 그 권세를 더욱 높여 임금의 명령을 제멋대로 비틀어 자신이 현귀(顯貴)하도록 꾸미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적신(賊臣)이다.
여섯째, 사악한 도리를 가지고 아첨하며 임금의 의(義)를 추락시키고,
작당비주(作黨比周)하여 임금의 명철을 가로막아 들어와서는 변언호사(辯言好辭)로 자신을 보호하며,
밖으로는 다른 말로 혹하게 하여 흑백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하고, 시비를 가릴 수 없도록 한다.
눈치로 일을 추진하여 세력 있는 곳이면 빌붙어, 임금으로 하여금 나라 안에 악명이 퍼지게 하고,
사방 이웃나라에까지 그 소문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망국지신(亡國之臣)이다.
이상 여섯 가지가 바로 육사이다.
따라서 현신(賢臣)은 육정지도로 처신하여 육사지술을 배격해야한다.
그렇게 하면 위는 편안하고, 아래는 잘 다스려져서 살아서는 즐거운 것을 볼 것이요,
죽어서도 사모함을 받을 것이니라. 이것이 바로 신하된 자의 도리와 처신술이다.
-《설원(說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