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시공간 영역. 질량이 매우 큰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어지며, 구성물질이 사방에서 붕괴되면서 중력에 의해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인 한 점으로 압축된다.
특이점은 검은 구멍의 중심이며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경계선 안쪽을 이루게 되는데,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빛조차 우주공간으로 벗어날 수 없다.
태양질량의 3배가 넘는 무거운 별들만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검은 구멍이 된다.
2019년 4월 10일 인류 역사 최초로 블랙홀을 관측하고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었다
인류 최초로 관측에 성공한 초대형 블랙홀. 이벤트호라이즌망원경 프로젝트 연구진은 2019년 4월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관측에 성공한 것을 밝히며 이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에 달한다.
이것은 질량이 매우 큰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별들은 내부 열핵반응에 필요한 연료가 모두 소모된 마지막 순간에 불안정해져서 자체 중력에 의해 스스로 붕괴되기 때문에 생성된다. 사멸해가는 별은 구성물질이 사방에서 붕괴되기 때문에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하는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인 한 점으로 압축된다. 블랙홀의 자세한 구조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계산된다.
특이점은 블랙홀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블랙홀의 표면으로 가려져 있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탈출속도(천체의 중력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빛조차 우주공간으로 벗어날 수 없다. 사건의 지평선의 반경은 1916년 복사를 방출하지 않는 붕괴된 항성체가 존재함을 예측한 독일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의 이름을 따서 슈바르츠실트반경
슈바르츠실트반경은 붕괴하는 별의 질량에 비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태양보다 10배 정도 큰 질량을 갖는 블랙홀의 경우 슈바르츠실트반경은 약 30㎞이다. 태양질량의 3배가 넘는 무거운 별들만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블랙홀이 된다. 그보다 질량이 작은 별들은 압축이 작아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로 된다.
블랙홀은 주위 물질에 미치는 중력효과에 의해서만 발견할 수 있으므로, 보통별 근처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만약 블랙홀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면, 동반성(同伴星)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질이 뜨겁게 가열되어 많은 X선을 내면서 사건의 지평선으로 들어가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많은 연구자들은 X선 쌍성계인 시그너스 X-1(Cygnus X-1)의 동반성 가운데 하나가 블랙홀이라고 믿고 있다. 1971년 백조자리에서 발견된 이 쌍성은 5.6일을 주기로 서로 공전하며 청색 초거성을 동반성으로 갖고 있다.
어떤 블랙홀은 별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이론적으로는 질량에 상관없이 충분히 압축되면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천문학자들은 많은 양의 성간(星間) 가스가 모여 준항성(quasar)이나 특이은하(예를 들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은하계)의 중심에 있는 초질량의 블랙홀로 붕괴한다고 추측해왔다.
블랙홀로 급속히 유입되는 가스 덩어리는 같은 질량에서 발생하는 핵융합에 비해 100배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태양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하는 성간 가스가 중력에 의해 붕괴된다는 사실로부터 준항성과 어떤 은하계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설명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태양의 400만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초질량의 블랙홀이 우리은하의 중심에 존재한다는 관측증거가 계속 발표되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질량이 큰 블랙홀과는 달리 이런 '작은 블랙홀'(mini black hole)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량을 잃어 소멸하고 만다. 양성자 및 반양성자와 같은 원자구성입자들은 아마도 작은 블랙홀에 매우 가까운 곳에서 생성되었을 것이다. 만약 양성자와 반양성자가 중력(인력)으로부터 탈출한다면 그들은 서로 쌍소멸하고 이런 과정에서 에너지(사실상 블랙홀에서 내보내는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면 블랙홀은 모든 에너지, 결국 모든 질량을 잃고 소멸하게 된다.
2019년 4월 10일, 전 세계 13개 연구기관들로 구성된 '이벤트호라이즌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의 연구진이 지구에서 5,500만 광년 거리의 처녀자리 은하단 M87 중심부에 존재하는 블랙홀을 관측한 결과와, 이를 촬영한 영상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한국의 한국천문연구원도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전 세계 6개 대륙의 전파망원경 8개를 동원하여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이 블랙홀을 관측했으며, 약 400억 km에 걸친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하고, 그 결과를 보정한 후 영상화 작업을 통해 블랙홀의 영상을 만들었다. 이 블랙홀의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
블랙홀은 빛의 감옥이다
청색 초거성의 표면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연성계를 이루고 있는 블랙홀에 가까워지면서 초거성의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블랙홀 주위로는 강착원반이 생겨난다. 강착원반은 아주 빠르게 회전하면서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일어난다. 1억도 이상으로 달아오른 이곳에서 X선이 분출된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별의 마지막 구조 신호다.
18세기 후반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천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여 년이 지난 뒤인 1969년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년)는 그 천체에 ‘블랙홀(black hole)’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름만큼이나 신비에 쌓여있는 천체지만, 천문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와 관측기술의 발달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블랙홀은 더 이상 우주 공간의 마법사가 아니다. 어쩌면 그 속에 물질의 궁극적인 성질이나 힘의 통일이론을 풀 수 있는 열쇠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 평가받는다.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무한히 존재한다’는 ‘다우주론’을 주장했다. 물리현상에 대한 해석이 독창적이고, 물리학을 적절한 비유를 들어 명쾌하게 설명한다고 해서 ‘시인을 위한 물리학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처음 증명한 학자로, 일반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대한 완전한 해를 처음으로 유도해 냈다. 이러한 업적을 기려 ‘사건의 지평선’의 반경을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고 부른다.
운동경기 중에 가장 무겁고 힘든 상대와 겨뤄야 하는 종목은 역도가 아닐까?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려야 하는 역도는 지구 중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힘차게 들어 올린 바벨을 온몸으로 버티며 서있는 역도선수의 찡그린 얼굴을 보면 지구와 바벨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을 느낄 수 있다.
중력이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려는 힘이다. 역도 선수는 잘 단련된 근육으로 지구와 역기 사이에 끌어당기는 힘을 버티고 있다. 사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이처럼 지구와의 인력에 서로 이끌리고 있지만, 그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나머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중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힘껏 하늘 위로 던져 보자. 연필이든 지우개든 어느 높이에 이른 후에는 다시 떨어지고 만다. 더 힘껏 던지더라도 올라가는 높이만 늘어날 뿐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던진 물체와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 때문이다.
이제 어깨 힘이 아주 강해서 던지는 속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던져야 할까? 초속 11킬로미터를 넘기면 가능하다. 강속구를 던지는 야구 선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보다 250배쯤 빠른 속도다. 이 속도가 바로 지구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탈출 속도’가 된다.
어떤 천체의 탈출 속도는 그 천체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커진다. 같은 질량의 천체를 비교한다면 크기가 작을수록 커진다. 목성에서의 탈출 속도는 초속 60킬로미터로 지구의 약 5배이고, 태양 표면에서 태양을 탈출하려면 로켓은 초속 618킬로미터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큰 질량을 가진 천체를 작게 압축해 매우 작은 공간 속에 구겨 넣으면 탈출 속도가 커진다.
만약 어떤 천체를 압축해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넘을 때까지 압축하면 어떻게 될까? 빛은 그 빠른 속도로도 도저히 이 천체 밖으로 뛰쳐나올 수 없다. 이렇게 빛도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물질이 엄청나게 압축된 천체를 가리켜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태양을 가지고 블랙홀을 만들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로 압축해야 하는 것일까? 질량이 지구보다 약 33만 배 큰 태양을 반지름 3킬로미터 정도의 공간 안에 압축해 넣으면 블랙홀이 된다. 다시 말해 태양을 여의도 세 배 정도 크기의 공간 속에 넣으면 된다. 만약 지구를 블랙홀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름이 약 0.9센티미터인 공간이 필요하다. 지구의 모든 물질이 콩알 정도의 크기로 압축돼 줄어들면 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탈출 속도가 광속이 되는 지점으로, 이 선을 넘어가면 그 어떤 물체도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블랙홀의 중심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 즉, 빛이 탈출하기 어려운 크기로 수축된 별의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고 하며, 이 거리가 블랙홀의 크기를 나타낸다.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슈바르츠실트 반경도 커진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은 구조신호를 보내온다. 그 신호를 포착하면 블랙홀을 찾아낼 수 있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 갈 때는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그로 인해 굉장한 마찰에너지가 발생하고 1억 도 이상으로 뜨거워질 수 있다. 이렇게 뜨거운 물질은 X선의 형태로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X선이 바로 구조신호가 될 수 있다.
백조자리에 있는 별에서 X선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64년의 일이다. 처음에는 이 X선이 중성자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X선의 세기가 일정한 패턴을 갖는 중성자별과 달리 이곳의 X선은 불규칙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천체는 ‘백조자리 X-1’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블랙홀의 유력한 후보로 생각됐다.
백조자리 X-1은 약 8000광년 거리에 있으며 같은 자리에서 태양 질량의 약 30배에 달하는 청색 초거성(HDE-226868)을 발견했다. 이 별은 백조자리 X-1과 함께 주기가 5.6일인 궤도 운동을 하고 있다. 관측 결과 백조자리 X-1은 블랙홀로 밝혀졌으며, 가까이 있는 청색 초거성의 물질을 서서히 끌어들여 자신의 질량을 키우고 있었다.
---------------------------------------
왜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블랙홀을 혐오했을까?
“In general relativity, a black hole is a region of space in which the gravitational field is so powerful that nothing, including light, can escape its pull(일반상대성이론에서 볼 때, 블랙홀이란 중력장의 힘이 너무나 강해서 빛을 포함해서 어떤 것도 [한번 그 속에 들어가면] 잡아당기는 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간의 영역을 말한다).각주1)
『위키피디아』의 정의다. 블랙홀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일반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 1915)에서 출발한 존 로버트 오펜하이머(John Robert Oppenheimer, 1904~1967)와 하틀랜드 스나이더(Hartland Snyder, 1913~1962)가 1939년에 발견한 것으로, 천문학 분야의 기이한 창조물 중에서도 가장 기이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각주2)
black hole이란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저널리스트 앤 유잉(Ann Ewing)이 1964년 1월 18일에 발표한 「‘Black Hole’ in Space」란 기사에서였으며,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 Wheeler, 1911~2008)가 1967년 강연에서 사용한 이후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블랙홀 개념을 혐오했으며, 오펜하이머 역시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업적이 블랙홀이었지만 말년에는 블랙홀에 냉담했다. 왜 그랬을까?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은 『과학은 반역이다(The Scientist as Rebel)』(2006)에서 이들이 진정한 이론물리학자라면 반드시 물리학의 기본 방정식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확한 기본 방정식을 발견하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것만 발견되면, 그 방정식의 개별적인 해들을 찾는 것은 삼류 물리학자나 대학원생들에게도 누워서 떡먹기가 될 터였다. 오펜하이머가 보기에, 자신과 아인슈타인이 개별적인 해들의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은 환원주의 철학에 빠져 길을 잃었다. 그들은 모든 물리적 현상들을 몇 개의 기본 방정식들로 환원하는 것을 물리학의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 그러니 블랙홀과 같은 특정한 해들을 찾는 일은 원대한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물일 뿐이었다.……그들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꿈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말년에는 단 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각주3)
처음에 블랙홀은 “자연의 법칙이 피해야 할 저주”로 여겨졌다. 시간과 공간까지 뒤엉켜버리는 곳이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그러나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그리 검기만 한 건 아니다(Black holes ain’t so black)”고 했는데, 이는 빛마저 마셔버리는 무시무시한 블랙홀이 동시에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이야기다.각주4)
2015년 8월 25일 호킹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과학원이 마련한 대중 강연에서 “블랙홀에 빠졌다고 느끼더라도 출구가 있으니 포기하지 마라”며 “블랙홀에서 정보가 빠져나오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호킹은 “블랙홀 이론의 여러 대안들은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시사한다”며 “블랙홀이 충분히 크고, 회전하고 있다면 또 다른 우주로 나가는 통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각주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