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6일, 하늘 푸르고 시야도 깨끗한 날 일행 네 사람은 와룡산 연산홍 군락지를 찾았다. 서대구 IC영업소에서 조금 올라가 오른쪽으로 꺾어 곧장 가면 경사진 온 산에 붉은 물결로 가득한 연산홍 군락지가 나타난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와 꽃들은 흔들어대며 소리치며 우리들을 맞이한다. 저마다 약속이나 하듯이 똑 같이 붉고도 진한 색상을 뽐내며 이 강산 봄날을 바람과 함께 노래한다.
연산홍 꽃말은 ‘첫사랑’이라고... 이제 흰머리로 가득한 몸으로 여기까지 쉴새없이 달려온 오늘, 옛추억조차 굳어져 고향 마을 순이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그래도 그녀는 숨으면서 뒤돌아보고 웃음을 남겼지만 무정한 세월 속에 묻혀버리고 가슴만 쓰리도다.
멀지도 않은 바로 앞 뛰어내리면 곧장 닿을듯한 금호대교, 왼쪽 와룡대교, 우측 멀리에는 팔달교,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가 십자길처럼 뻗어있고 쉴새없이 수많은 차랑들이 소리를 내면서 달리고 있다.
저 멀리 웅장한 팔공산이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장엄한 이 산천에서 이제 해지는 시간, 핏물 같은 꽃들도, 그 아름다움도 어둠으로 묻히는데 나그네의 빈 가슴은 오늘도 소리 없이 세월을 보내어야하는가.
세찬 바람 더 서 있지 못하고 야경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오늘 이제 하산한다. 그래도 네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