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게 살다 죽은 사람은 그것은 인명(人命)
연꽃은 더러운 진흙에서 나오지만 오염되지 않고, 요염하지 않으며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멀리 퍼지니 꽃 중의 군자로 친다. 연꽃이 피면 물속의 냄새는 사라지고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고,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 한 송이 연꽃은 진흙탕의 연못을 향기로 채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없는 게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 한 사람의 향기가 세상에 퍼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만나기 쉽지 않다. 어떤 기업이든 연꽃 같은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결정된다고 본다. 그래서 회장이 직접이 나서서 그런 인재를 수소문을 하는 것. 그러나 인재를 만나도 인연이 없으면 내 사람이 안 된다. 만나면 행운이고, 알아봐주니 또한 행운이다.
셰익스피어는 누구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누가 지켜볼 때와 다름없이 행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무슨 일에서나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친구 집을 찾았다가 누가 일부러 들춰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더러운지 알 수 없는 그런 곳을, 주인이 시킨 것 같지도 않은데 혼자 콧노래를 불러가며 양탄자 밑을 닦고 있는 하인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오히려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도 비록 하인이지만 한결같은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세상은 아무도 보지 않고 있는 것 같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손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는 사람 없고 듣는 사람 없는 것 같아도 다 아는 게 세상사다. 혼자만 모를 뿐이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처럼, 직장인은 금전적 보상보다는 승진, 즉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 직장인들 중 자신의 능력부족은 생각하지 않고 평가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사가 제대로 평가를 안 해 지난 인사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직장을 옮겨서라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 영탈이출(穎脫而出), 주머니 속 송곳은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으며, 자연스레 드러나게 되어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은 자신이 능력이 없거나, 능력이 있어도 성실하지 못하여 주머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부자가 어느 날 노비들을 불러놓고 내일 면천하여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부자는 짚을 한 단씩 주면서, “새끼를 가늘고 튼튼하게 꼬아라. 떠나기 전에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이 일을 해다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주인이 노비들을 데리고 광 앞에 서서 광문을 열었다. 광에는 돈이 가득했다. 주인은 말했다. “엽전을 새끼에 꿰어 마음껏 가져가거라.”
그러자 대충하여 굵은 새끼를 꼰 사람들은 아차 했다. 굵은 새끼에는 엽전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 그리고 새끼를 가늘게 꼬긴 했지만 튼튼하게 꼬지 못한 사람은 엽전을 많이 끼우면 새끼가 끊어져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가 없었다. 마지막이지만 정성껏 가늘고 튼튼하게 꼰 사람은 엽전을 가득 꿰매어 가져 갈 수 있었다. 끝까지 충성을 다 한 사람은 주인으로부터 많은 상금을 얻을 수 있었다.
성공은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열심히 하다가도 마지막에 멈추면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만절을 보면 초심을 안다고 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인생의 목적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고 자기만족이 아니었던가. 하인과 노비가 남의 밑에서 일은 하지만 보던 안 보던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그 보답은 늘 있다. 송곳이 주머니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노력하다 죽은 사람은 그것이 천명(天命)이지만, 게으르게 살다 죽은 사람은 천명(天命)이 아니다. 그것은 인명(人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