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이 하드코트 대회인 신시내티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얼마전 캐나다에서 열린 로저스컵 대회(하드코트) 우승 직후 또다시 하드코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의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지난 봄 '흙신'으로서 입지를 갖게 해 준 프랑스 오픈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에 2주만에 다시 열리는 잔디코트인 윔블던 대회에서 충격의 1회전 탈락으로 다시금 무릎에 부상이 악화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주었는데 최근의 모습을 보면 컨디션이 무척 좋아보이더군요.
나달은 27세 나이로 벌써 12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과 통산 58회의 단식 우승,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단식 금메달)이라는 엄청난 커리어를 지니고 있습니다만 팬들의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하는 무릎부상을 커리어 내내 달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여전히 그의 무릎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제 선수생활 후반부로 접어드는 나달로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보여지며 그의 플레이스타일과 무릎상태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윔블던 1회전 탈락은 어쩌면 그런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윔블던 대회는 테니스 대회중 가장 권위있고 영예로운 대회로 쉽사리 포기할 수 없겠지만 나달에게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대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프랑스 오픈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일단 클레이코트 대회로 지금의 나달이 있게 해 준 그런 대회이기도 하거니와 이번년도 우승으로 단일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인 8회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고 통산 10회 우승정도의 불멸의 기록에 도전해 볼 만한 그런 상황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에 다가서면 동시에 메이저 대회 우승기록도 늘려갈 수 있고 이제 전성기 끝자락에서 무릎부상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나달로서는 메이저 대회 우승 추가가 가장 유력한 대회가 또한 프랑스 오픈이니 이 대회 만큼은 전력을 다하겠죠.
금년도 프랑스 오픈에서도 준결승에서 숙적 조코비치와 5시간이 넘는 대접전을 벌인 바 있고 아마도 무릎에 상당한 데미지가 쌓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2주 후 바로 열리는 윔블던 대회에는 무릎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참가할 수 밖에 없었겠죠.
윔블던 1회전 탈락한 경기를 보면 나달 특유의 운동량과 발놀림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무릎 부상이 재발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무릎부상 재발을 우려하여 최대한 자제한 플레이를 펼쳤던 것일텐데 최근 하드코트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한 나달의 플레이모습을 보면 당시 무릎부상이 악화되었다기 보다 나달이 불가피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무릎부상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윔블던 대회에 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나달이 베이스라이너이고 탑스핀을 위주로 하는 플레이스타일로서 잔디코트에 큰 강점을 보일 타입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윔블던 대회에서 5번이나 결승에 진출하여 2회우승과 3회 준우승을 거두었던 선수인데 1회전 탈락의 모습은 그런 나달에게 어울리지 않는 결과였죠.
제 추측으로는 이제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 최대 중점을 두고 윔블던에 무리하지 않으며 US오픈에 또 전력투구하고 그리고 호주오픈 때 무리하지 않는 그런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모든 대회에 전력을 다하기에는 그의 무릎이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도 나달에게 조금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최근 로저스컵 대회와 신지내티 마스터즈 대회에서의 나달의 여러 경기들을 다운받아 감상하였는데
우선적으로 눈에 띄였던 부분은 서브의 위력이 상당히 강화되었던 점과 예전과 달리 무리하게 공을 좇는 모습이 줄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서브는 나달에게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최근에 나달의 서브는 상당히 위력적이었습니다.
200킬로를 종종 넘기는 구속을 보여주었고 센터라인을 때리고 스핀을 먹어서 빠르게 휘어져 나가는 서브를 통해 어느때 보다 많은 에이스를 기록하더군요.
로저스컵 대회 4강에서 숙적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도 두사람의 서브 에이스 수치가 비슷했고 신시내티 마스터즈 대회 8강 페더러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에이스를 쌍방이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달의 변화된 모습중 하나는 백핸드 슬라이스의 적극적인 활용이었습니다.
그동안 나달은 빠른 발로 코트를 커버하고 강력한 양손 백핸드로 역공을 가하는 스타일이었고 나달의 큰 장점이기도 했습니다. 상대가 각도 큰 스트로크를 통해 나달을 수세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순간에도 나달은 짐승같은 코트커버력으로 공을 좇아가서 강력한 백핸드로 앵글샷을 치거나 백핸드로 강한 탑스핀을 먹여서 역공을 하면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이 무릎에는 상당히 무리를 줄 수 밖에 없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나달의 광팬이지만 페더러가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치는 정파 고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면 나달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탑스핀에서도 느껴지듯이 엄청난 피지컬과 힘으로 상대를 계속 압박하는 스타일인데 어느면에서는 뭔가 순리라기 보다는 역류하는 느낌을 줄 때가 있고 그래서 그가 부상을 당할 때에는 주화입마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무협으로 치면 사마외도라고나 할 지.
아무튼 이러한 나달의 스타일은 독보적이고 다른 선수들이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스타일인데 나달만의 이러한 경기모습에 매력을 느껴서 팬이 되었고 이제 다른 선수들의 경기는 밋밋한 느낌이 들어 재미가 없을 정도로 나달 스타일에 중독되었습니다.
이런 나달 스타일에 대해서 주원홍 해설위원(페더러의 광팬인 것은 그의 해설을 조금만 들어 봐도 쉽게 알 수 있죠)은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반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25세 이후 그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달은 그런 무리가 많이 가는 스타일로 27세인 지금도 최상위 레벨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나달이지만 조금 변화가 보이는 부분은 백핸드 슬라이스의 적극적인 활용이었습니다.
상대의 앵글샷이 백핸드쪽으로 올 때 예전처럼 발로 좇아가서 양손 백핸드로 강력한 역공을 하기 보다 부드럽게 한손 백핸드로 슬라이스를 치는 것은 수비적인 대응이지만 상대의 강한 공세를 맞받아 칠 때 따라오는 무리스러운 동작과 과부하를 줄이고 공의 스피드를 죽여 시간을 벌고 다음 동작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달은 포핸드 탑스핀과 강력한 양손 백핸드로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압박하면서 승기를 잡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중간에 수비적인 대응을 하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부분에서 확실히 노련해지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피지컬과 운동능력은 나이와 부상으로 확실히 예전만 못하지만 이를 한층 강해진 서브와 백핸드 슬라이스를 적절히 섞어주는 노련한 완급조절로 커버하는 나달이 27세인 지금에도 여전히 최상위 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로 보여졌습니다.
특히나 로저스컵 4강에서 조코비치와의 경기는 정말 대회 비중은 크지 않지만 손꼽힐 만한 나달의 명경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3세트 무렵에 나달은 백핸드 슬라이스와 강력한 탑스핀을 적절히 섞으면서 완벽한 완급조절을 보여주었고 오랜 스트로크 랠리에서 조코비치를 이겨내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주더군요. 2011년도 조코비치가 엄청난 기세로 테니스계를 석권해 올 때 나달이 조코비치에게 연패하면서 특히나 스트로크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지난해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하고 금년도 프랑스 오픈에서도 4강에서 조코비치를 이겨내면서 자신감을 회복하였고 스트로크 싸움에서도 대등하거나 미세하게 앞서는 모습을 최근에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달은 많은 체력소모를 가져오는 플레이 스타일과 무릎부상여파 등으로 장기 레이스에서 랭킹 1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보이고 연말 랭킹 1위는 08년도와 10년도 두차례 밖에 없어서 2인자의 이미지가 큰 선수입니다만 그의 엄청난 멘탈과 집중력으로 큰승부에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그래서 페더러와 조코비치와의 통산 맞대결 성적에서도 우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페더러와는 통산 21승 10패로 크게 앞서면서 역대최고의 테니스 황제에게 유일한 오점을 남기게 하고 있고 새롭게 등장한 숙적 조코비치와의 통산 성적도 21승 15패로 아직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조코비치와의 승부에서도 쌍방이 서로에게 아픔을 선사하고 있는데 최근 2년간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위해 프랑스 오픈 우승 하나가 필요한 조코비치에게 2년 연속으로 좌절을 가져다 주었고 2010년에는 비록 조코비치 각성 전이지만 그가 최대 강점을 보이는 하드코트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의 희생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반대로 조코비치도 나달에게 아픔을 선사하였는데 호주오픈에서 기록적인 장시간 치열한 대결끝에 멘탈왕 나달을 꺾고 우승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고 윔블던 2연패를 노리던 나달을 꺾고 2011년 윔블던 우승을 차지하면서 연이은 그 해 US오픈에서 다시금 나달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70~80년대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리를 이룬 3인방인 보리, 코너스, 메켄로 이후 이에 못지 않거나 개인적으로는 이를 능가한다고 평가하는 라이벌리를 이룬 페더러-나달-조코비치인데 아직까지는 나달이 3자간의 라이벌리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후일 커리어 평가에서도 연말 랭킹 1위기록이 부족한 나달에게 이를 만회해 줄만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단연 페더러겠고, 아마도 그 다음이 90년대 황제인 피트 샘프라스일텐데 샘프라스가 통산 메이저 대회 14회 우승기록이 있고 윔블던 7회우승의 기록 및 그 외에도 랭킹 1위 기간 등 대단한 기록들이 있습니다만, 현재 메이저 12회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나달이 샘프라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달이 부상의 위험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프랑스 오픈 10회우승, 메이저 대회 15회 우승 정도의 커리어를 쌓아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첫댓글 뭐 이제 페더러는 빼야죠. 머레이가 들어가야죠.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는 이제 페더러 이기는건 자랑하면 쪽팔릴 정도죠. 페더러는 나이도 나이지만 올해 허리부상 재발하면서 거의 황혼기로 가고 있습니다. 어쨋든 저도 나달 무릎이 언제든 폭발할거다란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막상 그 일이 실제로 발생하니 참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참 멘탈 최고고 멋진 선수이니 좀 더 경기력을 유지해 주었으면 싶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이제 나달이 살아날 유일한 방법이겠죠. 어쨋든 참 사람을 불끈불끈하게 하는 선수예요. 삼촌 배신하고 나는 마드리스타요.. 요것만 안했어도 응원했을텐데... 참...
나달의 팬은 아니지만 정말 나달은 매력적인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조코비치보다 훨 좋음..ㅎㅎ - 페더러 팬
저도 사핀이후 나달 광팬인데 최고 선수로 테니스계를 평정한 적이 있다고딱히 말할수가 없어 좀아쉽긴합니다 . 요즘 가장무서운선수는 머레이더군요,, 남은 us오픈 머레이가 가장 무섭네요 ,, 이번에는 빅4가 다 4강가서 나달이 우승했음 좋겠어요,, 나달은 가끔 큰대회에서 광탈하는 버릇이있어 좀 무섭네요,,
한시즌에 3개 메이저를 먹었는데 평정한적이 없다니요. 다만 그 이후로 무릎 폭탄의 시간이 굉장히 줄어들었죠. 특히 하드코트에서 그 경기력을 얻기 위해 너무 무리한게 컷죠.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입니다.
제말은 위에본문에 언급되었듯이 랭킹1위로 무적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말 이제 나달의 시대구나 했던 적이 없는거 같아서요^^
잘 읽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라, 듣고보니 그런 것 같네요. 라파 고고!!
왼손잡이 나달 광팬으로 좋은글 잘봤습니다 ^^
중간에 사마외도라는 표현에 대 공감합니다. 반드시 엉덩이에 낀 바지 빼고 머리 넘기고 코한번 만지고 서브넣는것이 그 무공을 끌어올리는 주문 아닐까요? .. 퍽!! 죄송합니다.
아 제가 나달 팬 아닌 이유 중에 그것도 있었죠. 제발 좀 안 했으면... ㅋㅋㅋㅋ. 사실 예전에 그 7부 반바지도 진짜 싫었어요. 항상 민소매티에..
난 그것때문에 좋아했....ㅋㅋㅋ
상당히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페더러의 팬이라 나달을 거의 증오하다시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나달이 좋아지고 조코비치에게 예전 나달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있네요...ㅋㅋ
나달팬으로써 글을 참 재밌게 쓰셨네요~~
르블옹님 말대로 선택과 집중해서 더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역대급 선수로 나달이 꼭 등극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예전에 나달 vs 페더러 경기 해설하시는 분이 저렇게 테니스치면 안된다고 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라파가 잘이겨내고 커리어를 쌓아가니 팬으로써 행복합니다~
Go go Rafa~~~~!!
테니스를 잘 알진 못하지만 정독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 그리고 페더러 나달 조코 머레이를 함께 보는 우리는 정말 행운아
글쓴이 보다 아마 제가 더 광팬일겁니다. 단언컨데 ^^. 하루에 12시간은 나달 생각을 할때가 있습니다. ㅋㅋ. 윔블던은 잔디구장이라서 무릎에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고 합니다. 오히려 1회전 탈락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잔디는 무릎을 크게 낮추어야 하고 미끌리는게 더하기 때문이죠. 넘버 2가 샘프라스라고 하지만 곧 나달로 바뀔 것 같습니다. 샘플라스 64회 우승, 나달 58회 (마스터즈 25회, 메이져12회 ) 올림픽우승 데이비스컵 우승 그리고 황제 페더러의 전성기를 같이하면서 이룬 업적입니다. 거기에 2번의 부상을 이기고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저의 사견으로는 벌써 피트하고 동격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piano&logNo=110172017688 좋은 자료가 있습니다 .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면 잼날것 같습니다. ^^. 조코에게 계속 질때 정말 너무 우울해서 잠을 잘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