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와 류현진으로 본 박근혜의 개혁
추신수가 드디어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에 달하는 대형계약을 터트렸다. 동양인 사상 역대 최고액이자, 박찬호의 2배, 일본 역대 최고의 천재선수라는 이치로의 금액을 훌쩍 넘어서는 거액이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기나긴 마이너 리그 생활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룬 쾌거이다.
지난해의 메이저리그는 국내 야구팬들에게 박찬호가 한창 활약할때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기존의 추신수에 이어 류현진이 가세했기 때문인데, 이들이 거둔 성적 역시도 최정상급이었다.
류현진의 성적은 14승(리그 7위), 방어율 3.00으로 다저스 신인중 11년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다. 국내리그와는 모든것이 다른 점을 감안할때 나란히 사이영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팀내 초 특급 투수인 커쇼(15승), 그레인키(15승)에 비교해서도 결코, 못지않은 대단한 성적이다.
추신수의 기록은 더욱 화려하다. 타율 2.85, 21홈런, 54타점, 112볼넷, 20도루, 득점107, 출루율0.423 인데 그가 지난해 톱타자로 활약한것을 감안할때, 각각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득점과 출루율, 그리고 메이저 리그 톱타자중 전체 1위를 기록한 홈런 수는 5툴 선수라는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 성적이다.
거기에다,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300(출루) 기록은 리그 역사상 그가 최초로 세운 기록일뿐만 아니라 톱타자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그야말로 대단한 기록으로 평가 받고 있다.
흔히들, 야구를 두뇌 스포츠라고 한다. 단순히 기량만 겨루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많은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해 160게임 이상을 치르며 곧잘 마라톤과 비유되는 메이저리그는 페이스 조절등 기량 이외에 여러가지 능력이 요구된다.
그런면에서도, 류현진과 추신수는 저마다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류현진은 국내에서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였다, 그의 최고 스피드는 메이저 리그의 강속구 투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과거 팔꿈치 부상 경력이 있는데다 많은 등판 횟수를 감안, 과감히 이를 탈피, 속구 대신 체인지업등 여러가지 구종을 골고루 구사하는 하는 컨트롤러로 변신했다.
그리고, 속구의 구속도 일정선에서 제한, 상대투수가 아무리 강속구를 던져대도 결코, 분위기에 흔들려 오버하지 않고 시즌 내내 자신의 패턴을 유지했다.
수만명의 관중, 한국 최고 투수라는 자존심, 그리고 20대의 혈기를 감안할때, 더 빠른 공을 던질수 있음에도 참을수 있었던 힘, 참고 자제할 줄 아는 힘이야 말로 류현진의 진면목이자, 그의 성공 비결이었던 것이다.
그것 뿐만 아니다. 시즌 막판, 신인왕 타이틀이 걸려있고, 메이저 리그 전체에서도 최고 투수의 반열에 있는 팀내 커쇼, 그레인키와 업치락 뒤치락 하는 치열한 승수 경쟁때도 그는 수차례나 등판횟수를 걸러 가면서도 결코 오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축적된 힘은 포스트 시즌에서 고스란히 나타나 중요한 시기에 팀에 귀중한 영봉승을 안긴것이다.
그와 또다른 경쟁자였던 놀라스코가 오버 페이스로 그의 뒤를 이은 4차전에서 무수히 얻어 맞고 조기강판 당했던 것과 비교할때, 그가 단순한 야구선수 이전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잘 알 수있는 대목이다.
추신수의 미국내 별명은 추추 트레인이다. 그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FA를 앞두고 클리블랜드에서 내셔널 리그의 신시내티로 이적했다.
주로 우익수와 중심타선에서 활약했던 그는 새로운 팀에서 중견수에 톱타자의 새로운 보직을 맞게되었는데 그가 야구에 관한한 늘 자신들 보다 한 수 아래라던 일본의 간판 이치로의 코를 납짝하게 만든 대박계약을 터트린 데에는 류현진과는 또다른 숨은 비결이 있다.
톱타자의 주임무는 출루, 그래서 그는 타격시 과거보다 더 타석에 바짝 붙는다. 이를테면, 몸쪽공은 몸으로 커버하고 주로 가운데나 바깥쪽 공을 중점적으로 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반면, 투수들은 불편해진다. 투구의 영역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시즌 초반 이를 견제하려는 빈볼성 공을 무수히 맞았다.
투수들과 눈에 안보이는 일종의 기 싸움을 벌린 셈인데, 메이저 리그 투수들의 공은 무려 80톤의 무게로 때리는 것과 같고 또 실제로 공에 맞아 죽은 선수가 있는가 하면 추신수 역시도 엄지 손가락이 부러져 한해를 쉬었던 점을 감안할때 그것은 기 싸움 정도가 아니라, 전쟁 그것도 목숨을 건 사투나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경기에 두번이나 맞고도 그 다음날 훈련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을 정도로 그의 외삼촌인 박정태 못지 않은 특유의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투수들의 견제가 얼마나 심했냐하면 그가 세운 26개의 몸 맞는 공은 메이저 리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신시내티의 기록을 단번에 갈아 치운 기록이다.
물론, 그 고통으로 인해 한때 슬럼프에 빠진적도 있지만 그의 전략은 그대로 적중, 몸 맞은 공이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들어 20-20-100-100-300이라는 메이저 리그 리드 오프 최초의 의미있는 대 기록을 세우며 그야말로 초 대형 대박 계약을 터트린 것이다.
후일담이지만 이런 그를 두고 더스틴 베이커 감독은 "그의 성실함과 투지는 놀랍다. 많은 선수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감독을 행복하게 하는 선수다"라고 평했다.
추신수와 류현진은 전 세계 야구선수들이 꿈의 구연이라며 동경해 마지않는 메이저 리그에서 뛰어난 기량에 더하여 FA 혹은 데뷔 첫해라는 상황에 맞는 자신만의 독특한 전술 즉, 류현진은 절제와 인내, 추신수는 불같은 투지와 성실함으로 개인의 성취는 물론이고 한국인의 위상을 더 높인 것이다.
우리 정치계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역량을 갖고도 중요한 고비에서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그 위상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달라진다.
수많은 대권주자 중 대권을 쟁취한 사람들은 그 선악과는 상관 없이 적어도 추신수와 류현진의 경우처럼 상황에 따르는 진퇴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이었다.
류현진과 같은 케이스는 노태우와 김대중이었다. 노태우는 2인자 시절 친구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에게 경어를 쓰며 수많은 견제와 굴욕을 참아 냈다.
김대중은 92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곧바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재빨리 도주, 김영삼의 보복으로 부터 비켜났다.
반면, 추신수의 케이스는 김영삼, 노무현이었는데, 김영삼은 내각제 합의를 개트리는가하면 이른바 마산칩거등을 통해 노태우를 줄기차게 협박, 기어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냈다.
노무현은 유력주자 였던 이인제가 본선을 의식, 김대중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자 그 틈을 이용, "김대중 정권의 모든 공과를 승계하겠다"라는 말로 동교동계를 안심시키는 한편, 호남민심을 자극, 후보 자격을 쟁취해 냈다.
한편, 주어진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대권에서 멀어진 케이스는 두말할필요 없이 경선에서 지자 탈당한 이인제와 손학규이다.
이회창의 경우는 이들과는 다른데 추신수의 그 강렬한 절박함이랄까, 밀어 붙이기랄까 하여튼 무언가 늘, 2%가 부족했었다.
그것은 이명박의 케이스에서 잘 나타나는데, 때로는 산업화의 기수가 되었다가 때로는 민주투사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야말로 나중에 삼수갑산을 갈지언정 끌어들일 수 있는것은 다 끌어 들여 성공한 케이스다.
그렇다면, 현직 박 대통령은 어떨까?
결론 부터 말하면, 추신수의 나아갈때와 류현진의 자제할 줄 아는 장점을 골고루 갖춘, 그것도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강도로 적절하게 구사하는 복싱으로 치면 아웃 복서와 인 파이터의 장점을 다 갖춘 사람이다.
이를테면, 이회창 처럼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이명박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목적은 달성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박 대통령이 지금 많은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벌리고 있다. 인내의 달인, 절제의 미학이라던 그가 지금 마치 추추 트레인 처럼 그야말로 절박하게,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이야말로 모든 비 정상적인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더군다나, 언제나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해 놓고 일거에 상대를 제압하는 성공율 100%인 그가 벌린 일이기에 성공은 이미 담보된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이다.
섣부른 예단인지는 몰라도 조만간 우리 국민들은 추신수와 류현진의 쾌거처럼 신나는 일을 또다시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