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 장날 / 홍속렬
숨죽인 마을에
모처럼 떠들썩하게 장이 선다.
생기가 돈다.
밭이 장으로 이사를 왔다
땀들이 송글송글 영근 좌판대
한 시간 마다 한 대꼴로
이어지는 시골버스에서
등굽은 할머니들이 한두 분씩 내린다.
우주를 머리에 이고
좁쌀 조금
찹쌀 조금
팥 조금
옹기종기 모아 놓고
영원히 팔리지 않을 것 같은 . . . .
젊은이들은
모두 산과 바다로 떠나버리고
허리 굽은 분들이 장으로 모여 든다
마을은
꿩 구어 먹은 소식들을
전하러간 우체부 가
컹컹 짖어대는 누렁이의 마중을 받고
빈집을 혼자 지키는 누렁이
우주가 벌판으로 쏟아져 내려
황금물결을 이룬 이 가을에
긁은 땀방울이 영글어
큰 수확을 이룬 황금벌판
금 파도가 장관이다
알알이 영글어 가는 결실에
세월이 모여 회의를 한다.
우리 내년에도 이리오자
첫댓글 여니 시골 장터에서 풍성하게 여물어 가는 가을을 보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곱고 아름답습니다.
밭이 이사 온 장마당에 허리 굽은 노인들이 우주를 머리에 이고 모여드는 풍경, 눈에 훤해서 찌잉 마음이 아프네요. 황금파도에 위안을 얻어야겠지요. 시골 장, 잘 감상했습니다.
모처럼 서는 시골 장은 인근 주민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즐거운 사교장이기도 하지요.
시골 오일장을 구경하는 듯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어요.
시골장 모습을 구경 잘 했습니다, 할머니들 가져온 물품이 잘 팔리면 기분이 좋을탠데.......
그런데 전혀 팔리지 안을것 같아 가슴이 아파옵니다 노인들만 계시는 시골 장터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또한 병원은 어떤 지요 노인들로 가득하고 허리 다리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노인들로 만원입니다 젊은날 혹사하신 육신이 얼마나 아프실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