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매체 숫자가 늘어난만큼 기사 내용도 가지각색입니다.
어느 문화면 기사에서 가곡 ‘보리밭’ 가사 제목은 원래 ‘옛 생각’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동요 ‘과수원 길’도 그 박화목(1924~2005) 선생이 지었다네요.
‘서정성 깊은 작품들은 많은 이에게 아련하고 따뜻한 추억을….’ 꺼내준다고 깨쳐줍니다.
‘아련하다’를 ‘기억 따위가 어렴풋하다’ ‘아리송하다’는 말뜻과 달리 ‘그립다’로 보는 것이지요.
두 아이 엄마가 된 옛사랑을 우연히 만났다는 노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는 더 이상합니다.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
본뜻과는 반대인 ‘생생함’을 나타내는 말로 잘못 썼습니다.
‘아직’이 그 증거입니다.
본뜻대로 ‘흐릿함’을 나타내려면 ‘이제/벌써/이미 아련한데’ 라고 했겠지요.
이렇듯 거꾸로 갔어도 아주 익숙한 쓰임새가 있으니 바로 ‘피로 회복’입니다.
피로는 ‘몸이나 마음이 지쳐 고단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하므로
‘피로 회복’은 ‘고단한 상태를 되찾음’ 일텐데도 오랫동안 지적해도 여전히 그대로 씁니다.
피로를 강조하려거든 ‘피로 해소’, 회복을 내세운다면 ‘기력(원기) 회복’이 옳지 않습니까?
‘피로한 상태에서 회복’의 핵심어만 추렸다기엔 지나친 생략이잖아요.
아무튼 그 뒤집힌 말뜻으로 오랜 세월 늠름한 음료가 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라야마가) 총리 시절 도쿄 근교 하코네 여관으로 휴가 간 일화도 유명하다.’
일화(逸話)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말합니다.
한데 그 일화가 유명하다니 모순입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 유명할 수 없고, 유명하다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니까요.
이웃 나라 기자가 알 정도면 일화라 하기 어려우므로
‘휴가 간 이야기(일)도 유명하다’고 표현해야 합니다.
‘유명(有名)’도 실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음’이니 ‘휴가 간 이야기(일)도 널리 알려졌다’ 해야 적확하겠습니다.
‘각종 삶의 아련한 모습이 생활의 바탕’
‘아련한 눈빛의 리트리버가 열연’ ‘아련한 음색과 풍부한 양감으로’….
많이 배우고 기자 생활을 선택했다면 무슨 뜻인지 참으로 아리송한 말은 쓰지 말아야지요.
'아련하다'란 말이 매체마다 쏟아지고 있으니 기자들에게는 도깨비방망이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