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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넥스 티슈 / 마경덕
200장의 약속이 상자 안에 접혀있다.
한 장 한 장 뽑아 쓴 연애는 바닥이 났다.
나를 다 써버린 애인은 쉽게 나를 쫑냈다.
200일을 못 넘기고 그에게서 뽑혀졌다.
사랑에 흠뻑 젖어 나는 찢어지기 쉬웠다.
보름달이 마당 살구나무 가지에 발을 내려놓기 전,
친친 감긴 애인을 두루마리처럼 풀어버렸다.
살구꽃 터지듯 만개한 그를 질질 흘렸다.
나는 일회용이 아니야,
켜켜이 접힌 깊은 울음이 터져나왔다.
코를 풀고 욕설을 닦고, 지루한 연애를 요절낸 그 밤,
노랗게 살구는 익어가고,
침이 고이는 그늘 아래 나를 기다리던 애인이 석 장,
넉 장 뽑혀 나왔다.
설익은 살구가 후두둑 발등으로 떨어졌다.
유효기간을 넘긴 애인이 쓰레기통에 흘러 넘쳤다.
시큼한 애인이 눈에 고였다. 이젠 끝이야,
마지막 한 장으로 구석구석 그를 닦았다.
그는 자꾸 솟았다.
-『현대시』( 200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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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티슈 온같 굳은일을 다하지요 희생하면서 재생의 길도없이!!!
고은글 감사 합니다 지금도 지방에 계시나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 하시길 기원 합니다 ^ ^ ~~~
고마워요 하얀색님! 잘 지내시지요? 여전히 시골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 만난지도 참 오래군요 올해 좋은 일 많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어쩜 ~~~ 크리넥스티슈를 저렇게 표현햇을까 ~~~ 추운데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
고마워요 날개씨! 올해는 더 높이 힘차게 날아요
글이란 역시 아름다움과 함께 하는 군요...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마지막 한장으로 구석 구석 그를 닦았다..마지막 생을 다 하는 순간까지 서로의 마음을 닦아줄 뱀님들..
고은 글 담아 주신 우후님..새해와 함께 반갑습니다..항상 건강하시고 자주 이렇게 만나요..감사합니다..
오랜만입니다 와이키키님! 적조했던 동안 잘 계셨군요
새해도 건강하신 가운데 즐거움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