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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 교수 (사진출처 : AFP BB News, 미디어 다음) |
물론 경제학자들에 의해서만 양면시장을 콘트롤 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토마스 아인스만(Thomas Eisenmann) 교수를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과 경영전략 관점에서 플랫폼 연구도 다수 진행되어 왔다(아인스만 교수의 바이오그래피 및 관련 저서, 블로그는 http://www.hbs.edu/faculty/Pages/profile.aspx?facId=6452 를 참조하기 바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아인스만 교수의 다음 3가지 아티클들은 플랫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한번 쯤 읽어봐야 하는 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요즘 같이 Mobile On-Demand 기반 버티컬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 카카오의 카카오 택시를 기반(기저 플랫폼)으로 카카오 대리운전, 카카오 블랙 등 연관 양면시장으로의 확대 현상 등을 설명할 때, 아인스만 교수의 플랫폼 봉합(또는 흡수) 전략이론이나, 양면 시장에서의 전략 이론은 굉장히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토마스 아인스만 교수의 HBR 기고 아티클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스타트업과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대다수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플랫폼과 관련된 많은 중요한 논문들에서 논의되고 있는 키워드/핵심 내용들을 살펴봐 왔고, 경영학 박사 학위도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양면시장 연구로 취득할 만큼 현실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사업모델이 플랫폼 사업자(또는 운영자)에 의해 획득되는 양면 시장 구조라는 점에 매료되었다.
최근에는 제레미 리프킨 MIT 교수가 펴낸 ‘한계 비용 제로 사회(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그가 주장하는 공유경제를 가능케 하는 사업자의 등장도 유심히 지켜보면서, [양면 시장, 플랫폼, 공유경제] 키워드가 상호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으며, 정말 가까운 미래에 기존 경제학 이론에서 작동하는 시장구조(단면 시장)보다, 양면 시장을 획득한 플랫폼 사업자가 새롭게 만들어 내는 사업모델에 의해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도 가지게 되었다.
본 컬럼에서는 조금 어렵게 들릴지 모르는 양면 시장의 개념과 한계 비용 제로 사회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필자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 보았다. 양면 시장 이야기를 하면 흔히들 단순히 공급자-수요자가 양쪽에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국내에는 양면시장이나 플랫폼 관련한 논문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 중, 굉장히 체계적으로 양면시장의 정의와 조건에 대해 고찰한 국내 논문 중 하나가 이상규 교수가 2010년 12월, 정보통신정책연구에 게재한 ‘양면시장의 정의 및 조건(The Definition of Two-Sided Market and Its Conditions)’이라는 논문이다(정보통신정책연구 제 17권 4호, PP.73-105). 이 논문에서 규정하는 양면시장은 다음과 같다.
양면시장은 서로 다른 두 타입의 이용자 집단이 플랫폼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며, 이때 창출되는 가치는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성의 영향을 받는 시장을 말한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서로 다른 이용자 그룹이 거래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공된 물리적, 가상적 또는 제도적 환경을 일컫는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양측 또는 어느 한쪽에 플랫폼 이용료를 부과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양측에 책정하는 이용료의 수준(가격 수준, Price Level)이나 구조(가격 구조, Price Structure)는 플랫폼 이용자의 수와 거래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양면시장의 예는 현실세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용카드 서비스다. 장 티롤 교수는 그의 초기 논문인 ‘Two-Sided Market : Overview’에서 신용카드가 왜 양면 시장인지를 검증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특정카드에 가입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그들은 해당 카드를 받는 가맹점의 수를 고려할 것이며, 반면 가맹점주들은 해당 카드로 결제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카드의 플랫폼에 참여할 때 발생하는 가치는 상대편 이용자 집단의 규모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를 간접적 네트워크의 외부성 또는 교차 네트워크의 외부성(Externality)라고 하며, 쉬운 말로 교차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앞으로 교차 네트워크 효과로 통일). 이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플랫폼 운영자(신용카드 사업자)는 Membership Fee 또는 연간 가입비 등 이용료와 관련된 가격수준과 가격구조를 결정하게 된다.
전통적인 사업모델인 전화번호부(사업자와 소비자), 미디어(광고주와 시청자 혹은 독자),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 비디오게임기(게임제작자와 게이머) 등이 양면시장의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획득한 플랫폼 사업자가 콘트롤 하는 양면시장은 어떤 특징이 있을 까? 다음과 같은 2가지 특징이 있다. 이 특징은 양면 시장을 결정짓는 필요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1. 양면시장 특성 첫번째 : 일반시장에서 통용되는 러너조건(Lerner Condition)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이다.
문제는 기존 경제이론에서 다뤄지는 시장모형과의 괴리가 이 양면시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장 티롤이 양면시장에 주목한 점도 이 점이다. 주로 규제당국에서는 경쟁자의 수와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나 담합, 불공정거래행위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데, 이는 기존 경제이론에서 회자되는 시장구조(완전경쟁시장, 독점시장, 과점시장)가 대부분 단면시장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장 티롤 교수가 그의 논문에서 양면시장의 특성으로 손꼽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러너 조건(Lerner Condition)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임을 규명한 것이다. 러너 지수 또는 러너 조건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위키피디아 참조).
가격과 가격에 대응하는 한계비용의 차이점으로 시장지배력을 측정하는 지수를 말하며, 미국의 경제학자 ‘아바 러너(Abba Lerner)’에 의해 개발되었다. 러너지수는 0에서 1까지(또는 0%에서 100%까지)의 범위 안에서 산출되는데, 완전경쟁 기업은 러너지수가 0의 값을 가지며, 가격이 무한히 커지거나 한계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러너지수는 1로 수렴한다. 즉, 시장이 경쟁적일 때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증가하고, 러너지수는 감소(0에 수렴)하며, 시장이 독점적일 때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감소하고, 러너지수는 증가(1에 수렴)하게 된다.
기존 경제이론의 시장구조에서 완전경쟁시장은 한계비용(MC : Marginal Cost, 상품 1단위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서 생산을 위해 필요한 자원의 크기를 반영)과 시장가격(Price)가 같다. 즉,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라면, MC (한계비용)= P(시장가격)이 같은 지점에서 생산량(Q)이 결정되며, 러너지수 공식에서 분자가 ’0′이 되어 러너지수는 0이 산출된다.
반대로 시장이 독점시장인 경우, 특정 기업이 이윤극대화를 위해 시장가격 P가 한계비용 MC보다 높게 설정되며, 생산량 또한 완전경쟁시장의 이윤극대화 지점(P=MC인 지점)보다 낮아진다. 즉, 독점으로 가격결정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기업이 생산량을 줄여 과소생산을 통한 초과수요를 불러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때 러너 지수는 1에 수렴한다(시장가격 P > 한계비용 MC). 이 러너 지수는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어왔으며, 규제당국에서 특정 기업이 시장지배력이 있는지, 그래서 남용하고 있는 지를 살펴볼 때도 활용된다.
그러나 양면시장에서는 반드시 기존 경제학의 시장구조에서 보여지는 특성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장 티롤 교수는 양면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경쟁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이 한계비용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가격과 한계비용의 차이, 즉 러너 지수를 시장지배력의 지표로 볼 수 있지만, 양면시장에서는 양측의 수요특성과 교차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가 언제던지 비대칭적 요금구조(최적가격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가격과 한계비용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는 시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양면시장의 한 측에서 가격 대 비용의 마진이 매우 높다고 하여 이것이 반드시 높은 시장지배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Dating Club을 사례로 들고 있기도 하다. Dating Club(일반적인 나이트 클럽)은 일종의 양면시장인데, 크리스마스 대목 때, 이 클럽 사장이 입장료를 여성에게는 무료(가격 = 0)로, 남성에게는 10만원을 책정하여 특정 지역에서 다른 나이트 클럽대비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고 가정할 때, 이 나이트클럽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까?
만약 이 나이트클럽을 단면시장으로 시장획정(Market Definition)할 경우,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책정은 독점행위(러너 지수가 1에 수렴)라고 규정할 수 있겠으나(한계비용 보다 낮은 가격책정 행위를 약탈가격이라고 함), 양면시장으로 획정할 경우, 이는 해당 나이트클럽이 이윤극대화를 위한 정당한 가격책정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이 나이트클럽이 서로 다른 두 성질의 이용자(남성과 여성 Dating Wannabe 들)간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일반적 시장에서와 같이 러너지수가 1에 수렴된다고 해서 독점적 지배사업자로 규정할 수 없으며, 이는 러너지수가 통용되지 않는 시장이다.
2. 양면시장 특성 두 번째 : 코즈의 정리가 성립되지 않는 시장이다.
로날드 코즈(Ronald Coase)는 91년 자신이 정립한 거래비용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코즈의 정리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위키피디아 참조)
민간경제의 주체들이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외부효과로 인해 초래되는 비효율성을 시장에서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정리. 이 정리는 경제적 효율성 및 정부의 자산분배와 관련이 있으며, 거래 비용의 존재에 대한 이론적 바탕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 시장구조에서는 민간경제의 주체들이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거래 비용) 협상할 수 있는 상황이 극히 드물고, 협상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부문에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근거로 코즈의 거래비용 이론이 적용되어 왔다.
장 티롤은 일반적인 단면시장에서 보이는 코즈의 정리가 양면시장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만약 코즈의 정리가 성립되는 시장이라면, 양측이 플랫폼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거래비용을 극소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이를 부수적 거래, side payment라고 함), 그렇게 되면 플랫폼을 통한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되고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내부화시키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양면시장은 양 측 간에 부수적 거래가 불가능한 시장, 즉 코즈의 정리가 성립되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레미 리프킨이 최근 출간한 한계 비용 제로 사회(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그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 중 주요 부분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출처 : 로아컨설팅 재정리 |
1. 사물인터넷, 특히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물류 인터넷은 현실계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로 측정하고 축적하게 만들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물리적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한계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게 될 것(한계비용이 Zero 수준에 도달)
2. 전기자동차
- 제조 공정이 단순화, 표준화되어 컴퓨터 부품처럼 전기차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 제품 생산의 한계비용이 대폭 절감
- 전기차에 부착된 센서와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이동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시간과 연료를 절약
3. 3D 프린터
- 저렴한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폐지 등의 원료를 이용해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직접 제조, 생산하는 트렌드 주도
-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자가 생산의 시대를 가속화
- 전 세계 모든 사용자들이 소규모 사업자가 되고 서로 협력적 공유사회 내에서 수평적 거래를 만들어냄으로써 수직 통합된 글로벌 기업의 경제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발시킬 것
공교롭게도 이 책의 출간 직후,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는 자사 전기자동차 특허를 오픈소스화 하여 발표했다. 그의 이러한 실행을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나, 이를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업계의 신 플랫폼 사업자라고 간주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특허자산의 개방, 오픈소스화를 통한 테슬라의 양면시장 플랫폼 전략 ]
1단계 : 전기 자동차 업계의 Supply Side User를 테슬라의 기술플랫폼안으로 흡수
2단계 : 이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표준의 부상
3단계 : 전기자동차의 생산과 확대
4단계 : Demand Side User(자동차 구매자)의 선택과 구매확산
5단계 : 전기자동차의 광범위한 확산
6단계 :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콘트롤 하는 대표적인 양면시장 플랫폼 사업자로 부상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그래서 미래에는 협업과 상생을 근간으로 하는 공유경제가 작금의 자본주의 사회를 대체할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사회는 사실 작금의 시장구조 하에서는 보기 힘든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존재하는 한, 일정한 시장구조라는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고(그것이 완전경쟁시장이던, 독점시장이던 간에), 일정한 시장구조 하에서는 한계비용이 Zero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단면시장구조에서 논의되던 경제학 이론이 성립되지 않는 다른 구조의 시장, 즉 양면 시장이 존재하고, 그런 양면 시장의 개수나 영역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양면 시장을 획득한 플랫폼 사업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사물인터넷-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 기술 3형제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러한 스마트폰의 보급과 사물인터넷과 같은 기술의 발달로 한계비용이 거의 Zero 수준에 도달하는 영역으로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를 뽑고 있다.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ribnb)는 택시업계, 숙박업계에서는 양면시장을 획득한 플랫폼 사업자로서 기존 택시업과 숙박업을 위협하는 신 공유경제 플랫포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양면시장을 획득한(다시 말하면,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형성되며, 코즈의 정리와 러너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 플랫포머가 비단 택시업계, 숙박업계 뿐만 아니라, 버티컬 영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잉여자원(Surplus Asset)을 가진 Supply Side User와 이를 필요로 하는 Demand Side User를 연결함으로써 양자간의 거래비용이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서만 극소화되고(코즈의 정리가 성립되지 않는 시장적 특성=양자 간의 부수적 거래/지불이 일어나지 못하는 시장), 한계비용이 시장가격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조절하여 비대칭성이 언제던지 존재(러너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적 특성)하는 가격구조를 가진 양면 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이유이다. 잉여자원을 가진 자는 잉여자원이 필요로 하는 다른 측면의 이용자를 찾아서 거래하는 데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내부화하여 최적 가격구조와 가격수준을 비대칭적으로 결정한다. 한마디로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거래비용이 양자 간에 극소화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한계 비용은 스스로 절감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결국 제레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공유경제의 실체는 장 티롤이 주장하는 양면 시장의 구조와 일치한다. 양면 시장을 형성한 사업자를 우리는 플랫폼 사업자/운영자라고 일컫는다. 플랫폼 사업자는 양면 시장을 한번 획득하면, 그를 기반으로 하여 다른 영역으로 해당 양면 시장을 확장한다. 양면 시장을 확장하는 데 있어 Supply Side User또는 Demand Side User의 직접 네트워크 효과 중 어느 하나를 전혀 다른 영역의 한 측면으로 전이하여 새로운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한다.
공유 경제의 기본 컨셉은 잉여자원(Surplus Asset)이라는 마중물이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서만 서로 다른 양측이 거래하기 때문에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애시당초 잉여자원을 가진 자와 그것이 필요로 하는 자가 초기에 셋팅되어 버려서, 소위 플랫폼 이론에서 논의되는 닭과 달걀의 문제(Chicken and Egg Problem)가 발생될 여지도 거의 없다.
특정 시장구조가 단면시장이냐 양면시장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양면 시장인 것처럼 보이는 시장이 양면시장의 정의나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면(코즈의 정리, 러너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이며,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토대로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을 내부화 시켜, 기존 단면시장과 다른 가격구조, 가격수준을 양측 모두 또는 어느 한측에 할당할 수 있어야 함) 그것은 양면 시장이 아니라, 단면 시장이다. 양면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면, 이론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플랫폼 사업자라고 칭하기 어렵다.
양면 시장을 형성하는 주체로서 그것이 ‘기술(리눅스, 윈도우, 안드로이드 등)’이냐, ‘제품’이냐 ‘서비스’이냐에 따라 기술플랫폼, 제품플랫폼,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사업자라고 칭하려면, 양면 시장의 조건에 부합되는 특성을 해당 플랫폼이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한계비용 제로사회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기존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논의되어 왔던 시장구조가 사물인터넷 기술, 모바일의 발달로 인해 급속히 다른 시장구조로 전이되는데, 그것이 주로 협업, 개방,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공유 경제와 같은 패러다임에 의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공유 경제와 같은 기존 자본주의와 다른 패러다임에서는 장 티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양면 시장적 특성에 의해 한계비용이 최소화되고, 거래비용도 극소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 교수의 양면 시장과 플랫폼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제레미 리프킨이 이야기하고 있는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글. 김진영 ROA컨설팅 CEO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소(FOET) 소장의 집무실은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있다. 야트막한 건물 6층에 자리잡은 그의 집무실에서는 한적한 공원이 내려다보였다. 사무실 입구에 놓인 서가에는 그가 펴낸 저서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리프킨 소장은 1시간 반에 걸쳐 인류 미래에 대한 예언을 쏟아냈다. 그는 “공유경제(Shared economy), 한계비용 제로 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고 불리는 전혀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부상하고 있다”며 “36년 후인 2050년에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리프킨 소장은 “2050년이 되면 자본주의는 공유경제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와 무대를 나누어 쓰게 될 것”이라며 “이 두 시스템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보조를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와 공유경제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Hybrid economy)’가 도래할 것이란 설명이다. 인류 사회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변모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말한다. 리프킨 소장은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물류 인터넷이 통합된 슈퍼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사실상 ‘공짜’가 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재화와 서비스를 ‘무료’로 자유롭게 공유한다.
한계비용 제로, 패러다임 바뀐다
리프킨 소장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패러다임 전환의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디지털화된 재생 에너지, 3D 프린팅, 카 셰어링(Car sharing)이다.
그는 “독일에서는 현재 27%의 전력이 태양열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는데, 2020년에는 이 비율이 35%로 올라갈 것”이라며 “일단 고정투자가 이뤄지고 나면 이들 재생에너지의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0)”라고 말했다. 게다가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위한 고정투자 비용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는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은 와트당 68달러였다. 그러나 오늘날 그 비용은 66센트에 불과하다.
3D 프린팅도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모든 학교에 1대의 3D 프린터를 비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프킨 소장은 “현재 수십만 명의 애호가들과 소규모 창업기업, 사회적 기업들이 3D 프린팅으로 물건을 만들고 있다”며 “이들은 특허나 저작권이 없는 공짜 소프트웨어를 함께 사용하며 (3D 프린팅의 원자재인) 필라멘트도 쓰레기를 재가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야기하는 혼란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본보기는 자동차 산업이다. 리프킨 소장은 “오늘 날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에는 10억대의 자동차가 있지만 향후 10년 내에 3D프린팅을 통해 제조된 위치추적시스템(GPS)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면 8억 대의 자동차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공유한다면 2억 대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설명하는 자본주의의 미래가 음산하거나 섬뜩하지는 않았다. 리프킨 소장은 역사적 필연에 의해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겠지만, 앞으로 40년간 이어질 과도기에는 기존 산업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수억 명의 젊은 세대가 자라나 그들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들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공유하게 되더라도 기존의 거대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40년 동안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들에게 경제적 활동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기업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 설치를 도맡게 된다는 것이다.
리프킨 소장은 “기존 자본주의가 번성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는 대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이다. 그는 ‘대규모 전력 그리드 전환 사업 및 관련 설비’, ‘3D 프린팅이 불가능한 대형 선박 및 슈퍼 여객기 제작’, ‘교량 등 대형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그런 사례로 꼽았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자본주의적인 대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존 기업이 번성할 또 다른 분야는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트위터처럼 공유물을 모아놓은 대기업들이다.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통합 공급자’(aggregater)들이다. 리프킨 소장은 “에너지 인터넷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력회사가 필요하고, 물류 인터넷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면 운송 및 유통회사가 그러한 인터넷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기업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과도기 적극 활용해 사물인터넷(IoT) 기반투자 서둘러야
리스킨 소장은 바로 이 대목에서 한국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년 동안 이어질 번영에 안주하지 말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충고다. 그는 “한국도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해야 한다”며 “한국의 경우 전력 그리드도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프킨 소장은 “한국은 전력, IT(정보기술), 물류 운송, 건설산업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모든 산업을 갖춘 나라”라며 “문화, 경제, 사회적으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4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실업자가 넘쳐나는 것은 아닐까.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공유경제의 혜택을 받아 생활비가 감소하더라도 생계를 위한 임금은 여전히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리프킨 소장은 “과도기가 지나면 급격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때가 되면 해석적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매우 적은 숫자의 관리자와 근로자만 유지될 것”이라며 “(40년의 과도기를 허송세월하지 말고)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자리 감소를 끔찍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조부모를 언급하며 “왜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트럭을 하루 10시간씩 50년 동안 운전해야 하고, 하루 8시간씩 40년 동안이나 공장의 좁은 방에서 조립라인의 제품을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리프킨 소장은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자본주의 경제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로 변모할 것”이라며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창조하는 영역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찮은 일들은 기계에게 맡겨놓고 사람은 건강관리, 복지, 교육, 스포츠 문화 등의 영역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심오한 작업’이 아니라 ‘심오한 놀이’에 전념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리프킨 소장은 앞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분야로 비영리 조직을 꼽았다.
리프킨 소장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비영리 조직의 일자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며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로 비영리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이 아담 스미스와는 다른 것 같다”고 하자 리프킨 소장은 “그렇다. 많이 다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과거 역사와 신경생물학에 따르면 ‘사회적 창조물’인 인간은 원래부터 타인과 공감하도록 설계된 존재”라며 “이제 우리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공유의 시대를 연다
“왜 인간들이 갑자기 경쟁과 자기이익보다 공유와 협력을 우선시하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부분적으로는 기술이 그러한 마음가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리프킨 소장은 “인터넷에서는 게임, 지식 등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 작업한다”며 “인터넷과 함께 자라난 젊은 세대는 항상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의논하고 창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리프킨 소장은 인터뷰 시간의 상당 부분을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19세기에 비롯된 공장식 교육모델”이라며 “중앙집권적이고, 교사는 권위적이며 암기위주여서 창의적, 비판적, 시스템적인 사고방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리프킨 소장은 “만약 학생들이 지식을 서로 공유하려고 하면 그것을 부정행위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공유경제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도무지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식은 곧 힘이고, 그러니까 나만 가져야 한다고 배웠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다르다”며 “그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면 남과 공유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리프킨 소장은 “만약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의 공유를 가로막고 있다면 재고가 필요하다”며 “보다 수평적인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이나, 의학, 경영학 대학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업방식을 학부와 고등학교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을 학습반(모듈)으로 나눠 학생들이 함께 작업하고, ‘팀 싱킹(Team thinking)’을 하도록 한다”며 “개별 학생들은 모듈 내의 다른 학생들의 교육을 도울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리프킨 소장은 “학생들이 공부에 참여하고 서로 협조해 지식을 공유하도록 하고 창의적이 되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지식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의 결과물인 연구개발(R&D) 활동, 특허, 카피 라이트(저작권)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그들이 특허와 저작권을 발견할 때마다 모두 사들이려고 한다”는 그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공유물을 창조하는 세대가 자라나고 있으며, 그들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그들이 만든 모든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키피디아나 유튜브의 사례를 꼽았다.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카피 레프트’(copy left)가 뚜렷한 트렌드라는 것이다. 리프킨 소장은 “앞으로도 여전히 지적재산권과 저작권이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과 힘겨운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소(FOET) 소장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다.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 20권의 저서를 쓴 문화비평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하다. 경제, 사회, 기술, 노동, 환경분야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견해왔다.
현재 그의 저서는 35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수백 개 대학, 기업, 정부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1945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난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터프츠대 플레처법과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전 세계 지도층 인사의 자문역도 맡고 있다.
[이진우 매일경제 워싱턴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민음사 출판 서평
대량생산의 성장곡선은 잊으라!
이제 비용 제로의 유토피아, 이윤 제로의 디스토피아가 온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노동의 종말]과 [소유의 종말]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위기를 예언한 리프킨은 이번 신작에서 더 생생한 증거로 새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다.
자유 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했다. 리프킨은 이러한 과정에 주목하여 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한편,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 만연한 사회적 불안과 비관주의에 맞서, 21세기 사회의 패러다임이 될 보편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기술 트렌드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찰력으로 '사물인터넷'의 생산성과 '공유경제' 모델들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3차 산업혁명기의 사물인터넷은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의 파괴력에 버금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대전환이 새로운 경제 시대를 이끌 기술적?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최첨단 정보기술 현장의 성과들과 인류 역사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통찰을 연결하면서, 지난 50년 간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한 대담한 미래상을 선언한다. 이 책은 고장 난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서인 동시에, 다가올 풍요의 미래에 걸맞은 가치와 제도를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하는 선언서로 읽힐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후 최초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온다
리프킨은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알리며 이 책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출현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셈이다. 그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이미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써 21세기 전반부에 걸쳐 신규 사업과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 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케인스와 오스카르 랑게가 일찍이 예언한 바를 인용하며, 그는 자본주의의 대규모 경제적 변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시장의 비범한 성공 탓이라는 역설을 주장한다. 영리 기업들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생산 및 유통의 한계비용을 낮춤으로써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내리고 고객 기반을 늘리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충분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가 오히려 오늘날 자본주의의 난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극단적 생산성'을 불러온 모종의 기술 혁명이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수많은 물리적 재화와 서비스를 풍부하게 하는 반면 동시에 가격은 제로에 가까워져서 더 이상 시장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러한 상황은 일찍이 주류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바로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리프킨이 지적하는 한계비용 제로 현상은 이미 10년 전부터 '정보 상품' 산업계 전반을 사정없이 파괴해 왔다. 수백만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위키피디아를 통해 지식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심지어 월드와이드웹을 통해서는 무료 전자책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음악 산업을 굴복시켰고 영화 산업을 뒤흔들었으며 신문과 잡지를 폐간시켰고 출판 시장에 심각한 손상을 안겨 주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 에드엑스(EdX) 같은 개방형 온라인 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s, MOOCs)에는 이미 600만 명에 달하는 학생이 등록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을 내세우는 이러한 서비스는 현재 대학 학점으로도 인정되며, 대학의 값비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제로 한계비용 현상이 정보 상품 업계에 미친 강력한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그것이 에너지와 물리적 재화 및 서비스로 구성된 오프라인 경제와 가상 세계 사이에 놓인 '방화벽'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방화벽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이 시대 가장 뜨거운 비즈니스 키워드, '사물인터넷'
서서히 진화해 온 강력한 기술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의 3D 프린팅 및 에너지 프로슈머들을 만들어 냈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을 위한 슈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그리고 물류 인터넷이 결합한 형태라고 정의하며, 이것이 21세기 전반기에 걸쳐 글로벌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십억 개에 달하는 센서가 모든 기기와 전기 제품, 기계, 장치 및 도구 등에 부착되며 경제적 가치 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과 모든 인간을 연결하고 있다. 이미 실제로도 자원 흐름 경로와 창고, 도로 체계, 공장 생산 라인, 송전망, 사무실, 가정, 상점, 차량 등에 부착된 14억 개의 센서가 지속적으로 관련 상황과 성과를 모니터링하며 빅데이터를 생성해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에너지 인터넷, 물류 및 운송 인터넷에 공급하고 있으며, 2030년경이면 100조 개가 넘는 센서가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지능형 네트워크로 인간과 자연환경을 연결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그는 여러 사업체와 프로슈머들은 사물인터넷에 접속하고 빅데이터 및 분석을 활용하여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증진하는 한편 물리적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한계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수많은 프로슈머들이 정보 상품을 생산, 소비하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의 얼리어답터들이 태양열이나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있으며, 짧으면 2년, 길어도 8년 안에 설치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회수하고 있다. 원료 자체가 값비싼 화석연료나 원자력용 우라늄과 달리 지붕 위에서 수집하는 태양열이나 건물 외벽에서 모으는 풍력은 원료비가 거의 제로이다. 사물인터넷은 여기에 전기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며, 남는 녹색 전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도 가능하게 해 준다.
마찬가지로 여러 개인과 스타트업들은 저렴한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폐지, 혹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여타의 원료를 이용해 제로 수준의 한계비용으로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리프킨은 2020년경이면 이렇게 제작된 3D 프린팅 제품을 무인 전기차나 연료전지 차량을 이용해 협력적 공유사회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이 촉발한 3차 산업혁명의 생산성은 1차 및 2차 산업혁명의 생산성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희망차게 예언한다.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 플랫폼은 분산형 및 피어투피어(P2P) 성격을 띠기 마련이고, 덕분에 수백만의 소규모 사업자(사회적 기업과 개인)들은 전 세계적인 협력적 공유사회 내에서 수평적 규모의 경제를 확립하는 한편, 이를 통해 2차 산업혁명 체제에서 수직 통합된 글로벌 기업들의 한계비용을 발생시키는 중개인들을 우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경제활동의 규모를 조정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의 이러한 근본적 변혁은 경제적 권력이 소수에서 다수에게로 넘어가고 경제생활이 민주화될 것임을 알리는 전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러한 사물인터넷 혁명은 2025년경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 영역에서 효율성 향상 및 생산성 증진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경제의 대략 절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카셰어링, 에어비앤비, 카우치서핑... 이제 공유가 대세다
제러미 리프킨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전조는 전 세계적에서 크고 작은 돌풍을 일으키는 '공유경제' 실험들이다. 현재 미국인의 약 40퍼센트가 협력적 공유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와 3D 프린팅 사례 외에도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을 통해 서로 자동차와 집, 심지어 옷까지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공유되는 차량 한 대는 개인 소유 차량 열다섯 대를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수백만의 아파트 거주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이 에어비앤비(Airbnb)나 카우치서핑(Couchsurfing)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수백만의 여행객과 공유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해 뉴욕 시 소재의 아파트나 주택에 숙박한 손님만 41만 6000명이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같은 기간 동안 뉴욕 호텔업계가 1박 기준으로 약 100만 개의 룸을 채우지 못하는 손실을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교환가치'가 갈수록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의 이러한 전환은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서 현격히 덜 팔린다는 의미인 한편, 결과적으로 자원도 덜 사용되며 지구 온난화 가스도 대기 중으로 덜 방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저돌적인 돌진과 공짜 수준의 녹색 에너지 및 기본적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공유의 확대가 곧 생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성취하는 최적의 지름길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리프킨은 제로 수준 한계비용을 향한 추진력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립하기 위한 궁극적 기준이 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3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풍요의 미래
3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를 위한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1차 및 2차 산업혁명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공공 및 민간 자본의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리프킨은 "역사 속 거대한 경제 혁명들은 결국 인프라 혁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또한 스마트 디지털 사물인터넷 인프라의 확대는 시장 경제와 협력적 공유사회 양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생성하며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다시 안겨 주는 한편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며 지속 가능한 탄소 이후 사회를 창조할 것이며,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언제나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되는 승수효과를 창출하기 마련한다는 점을 덧붙인다. 인프라 투자에 따르는 수백만의 일자리 창출은 구매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생성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의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고용으로 이어지며,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확대 역시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전형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 하고, 나아가 다시 경제 전반에 걸쳐 승수효과를 발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이러한 발전을 거부하고 2차 산업혁명의 노을에 둘러싸여 머무는 것은, 줄어드는 경제적 기회와 둔화하는 GDP, 감소하는 생산성, 증가하는 실업률, 악화일로를 걷는 환경 등에 발이 묶여 허덕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이대로라면 모든 나라가 장기적인 경기 위축과 삶의 질 저하에 빠져들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러미 리프킨이 지난 40여 년 간의 주장해 온 바를 집대성한 거대한 미래 전망서이다. 그는 지난 300여 년 간 인류의 역사를 일구어 온 자본주의의 쇠퇴를 받아들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테크 유토피아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기술과 경제,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그래야 인류는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경제 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부분적으로 시장을 초월하는 세상에 진입하여, 갈수록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는 글로벌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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