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었다 한들 원래 있던 것이요,
잃었다 한들 원래 없던 것이다.
得之本有 失之本無
-벽암록-
경전 공부를 특별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마음에 남는 경구를 말하려니 두렵다.
외할머니를 그리워하시는 노모께 ‘부모은중경’을 한 권 사다 드렸던 적이 있다. 손바닥만 한 소책자인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금은 그 책을 내 곁에 두고 가끔 읽는다. 그런데 그 부모은중경을 읽고 있으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아마 보고 싶은 어머니 생각과 내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뒤엉켜 그런 것 같다. 보잘 것 없지만 나는 부모은중경을 사경 해 본 적이 있다. 그런 인연으로 한 권의 경전을 말하라면 ‘부모은중경’을 들고 싶다. 그러나 짤막한 ‘내 마음의 경구’로는 또 다른 인연의 것이 있어 감히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무슨 업장 때문인지는 나는 지금 거푸 두 번째 의정활동에 들어가 있다. 정치판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간 연유는 불전에 고했으니 생략한다. 어쨌든 나는 지금 지은 업장 따라 정치판에서 생고생을 하고 있다. 글쎄 그것이 ‘고생’인지 ‘고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치라는 게 녹녹한 일은 결코 아닌 것 같다. 가관인 것은 그 진흙탕 정치판에 들어가서도 흙탕물을 묻히지 않겠다는 가상한(?) 생각에 가끔 발버둥을 치는데 그 꼴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인간이 연꽃처럼 진흙 속에서 피어나며 흙탕에 무염할 수 있단 말인가? 우습다….
정치에 입문하는 첫 관문은 ‘선거’였다. 그런데 그 ‘선거판’이라는 곳은 정글이라면 정글이고 온실이라면 온실인 방송계에서 보낸 30년 세월이 경력의 전부인 내게는 맹수가 우글거리는 광야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야망도 치밀한 준비도 없이, 선거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출사표를 던져 놓고 부닥친 현실은 막막한 느낌뿐이었다. 바로 그 상황에서 나를 지탱해준 불가의 말씀은 ‘得之本有(득지본유) 失之本無(실지본무)’라는 경구였다.
‘득지본유’ 얻었다 한들 원래 있던 것. ‘실지본무’ 잃었다 한들 원래 없던 것! 그렇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원래 내 것이면 될 것이고, 원래 내 것이 아니면 될 리가 없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 울고 웃고 보도 하나에 울고 웃으며 우왕좌왕하는 선거 운동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것은 업대로 될 것’이니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사무실 벽에 ‘얻었다 한들 원래 있던 것, 잃었다 한들 원래 없던 것!’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써 붙였다.
그 이후 나는 한 번도 마음이 위축되거나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탄핵 후폭풍이 몰아치는 선거전에서 힘겨웠지만 지지 않았다.
국회가 개원되고 의원회관 사무실을 배정받은 뒤 나는 올곧은 의정활동을 다짐하며 예의 그 경구를 새로 써서 사무실 벽에 붙였다. 이번에는 A4용지 크기만 한 종이에 썼다. 어느 유명한 서예가의 글씨가 아니라 ‘개발괴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내 글씨로!
그 글씨는 부끄럼도 없이 지금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도 5년째 그대로 붙어 있는데, 방문객마다 그 뜻이 참으로 좋다며 내게 ‘어디에 나오는 말씀이냐’며 묻곤 했다.
나는 사실 처음에 그 경구를 어느 책에선지 읽은 기억을 떠올려 쓰긴 썼는데 그 출전을 몰라 ‘어디에서 봤더라?’ 하며 확인해 주지 못했다. 그러다 부끄러워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PC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아, 벽암록에 나오는 원오의 말일세!’ 하고 가르쳐 주셨다. (‘원오 선사’도 부처님 전에는 그냥 ‘원오’니까)
정치판에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거나 탐심이 솟아오르려고 할 때, 때로 사람이 미워질 때 나는 이 짤막한 한마디 말씀을 떠올린다. 원래 내 것이 아니거늘…….
원이 하나 있다. 내가 이 진흙탕 속에 언제까지 발을 담그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인연이 다하고 업장이 풀려 ‘도연명’처럼 야인으로 돌아갈 때가 있을 것이니, 그때 이 경구를 마지막으로 되뇌며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이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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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안녕하세요 이계진님 반갑읍니다 옛날에 서대문 에선가 제차하고 살짝마주친 경험이잇읍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아나운서였고요 지금 또한 국회의원님 으로서도 좋아하고 늘 보고잇읍니다 건강하시고 의정활동에 최선을 화이팅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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