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씻는 그릇, 원주 일신재
원주 행구동 일신재
멀리 치악산이 내다보이는 조용한 마을.
나뉜 듯 하나인 집 안에서 쉬고, 또 일하며 매일의 일상을 다듬는다.
북쪽 진입부에서 역광에 의해 형성되는 어두운 면은 백색 스터코의 밝은 외벽으로, 따뜻한 녹색의 남향 마당 위에는 붉은 벽돌색을 대비시켜 현대적인 고색의 미를 살려보고자 했다.
원주 행구동의 ‘일신재’는 매일 아침 치악산을 보며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싶다는 건축주 부부의 소소한 소망이 담긴 주택이다. 낮은 경사지의 부지 뒤로는 원주를 둘러싼 산들이 펼쳐있고 앞으로 매일 아침 치악산의 전경을 맞이한다.
건축주 자신은 치악산의 전경이 담긴 서재를 원했고 부인은 땅을 밟을 수 있는 공방을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파트 주거 시스템에 익숙해 있던 건축주에게 공용공간을 1층에, 주거공간을 2층에 두어 현관의 맞이 기능과 주거공간을 완전히 분리하여 전망조건을 나누는 계획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멀리 진입부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저층부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건물 일부를 필로티 구조로 계획할 것도 제안했다.
외적으로는 대지의 앞과 뒤를 막지 않아 마당을 커 보이게 하고 내적으로는 현관에서 주거공간까지의 접근 거리를 늘려 공간을 산책하는 듯한 감성의 시간을 연장하려 했다. 그리고 그 길어진 동선을 따라 주변 풍광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공간 조건들을 설계개념에 담았다.
(위, 아래) 1층 공방과 연결되는 데크.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여름철 그늘이 있는 휴게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원주시
대지면적 ≫ 826㎡(249.86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4명 (부부, 자녀 2)
건축면적 ≫ 153.48㎡(46.42평)
연면적 ≫ 172.15㎡(57.07평)
건폐율 ≫ 18.58%
용적률 ≫ 20.84%
주차대수 ≫ 2대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THK200 경질우레탄보드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터코, 테네로 와인 점토벽돌 / 지붕 - 백색, 회색 컬러강판
담장재 ≫ 경계목(사철나무)
창호재 ≫ 윈체 PVC 시스템창호(39mm 로이 3중 유리)
에너지원 ≫ 지열보일러
설계·감리 ≫ 아뜰리에.14
주택은 크게 남과 북쪽 전경을 담기 위한 두 개의 볼륨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사이의 여백을 계단실과 브릿지가 하늘과 대지의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주고 있다. 가능한 한 밝고 넓은 남측마당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은 최대한 앞으로 배치했다. 북측 진입로에서 낮아 보일 수 있는 건물 높이에 대한 착시현상은 필로티의 열린 공간을 통해 극복시켰다.
이 필로티 공간은 기둥과 벽으로 중첩되는 공간으로 1층 공방의 데크를 사이에 두고 마당과 진입부의 풍광을 전람회의 그림처럼 연출시켜주고, 주차장과 마당의 기능을 분리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필로티 하부 안쪽에 있는 현관은 위로 열린 중정형 하늘을 통해 밝은 빛을 받도록 하고 공방과 데크, 마당을 연결하여 방문객 응접과 다양한 이벤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출형 계단은 공간을 실제보다 더 확장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벽돌건물의 사적 영역들 사이에 들어선 포켓형 데크가 거실의 식당에게 반대편으로 열린 시야를 제공한다.
치악산과 마주한 서재는 포켓형 데크를 사이에 두고 반 독립형 공간으로 설정되었고 뒤쪽의 브릿지를 통해 침실로 연결된다.
계단실은 지붕의 우물 창으로 들어오는 오전의 햇살로 계단실의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하늘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 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원주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2층에 이르면 좌측의 공용공간(거실)과 우측의 사적인 공간(침실)으로 나뉘는 두 건물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리고 사이로 들어오는 원근감 있는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아울러 그 위 열린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시간의 움직임을 가늠하게 하며 북향의 거실에 밝은 분위기를 제공한다. 특히 이곳은 수평으로 지나는 맞통풍과 1층에서 올라오는 기류가 만나서 통풍과 환기가 동시에 교차하는 곳으로 일종의 정화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친환경 수성페인트 / 바닥 - 지정 백색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THK7 자기질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텐다드
주방 가구·붙박이장 ≫ 자체제작
계단재·난간 ≫ 금속틀 + 자작나무 합판 + 평철 난간
현관문 ≫ 리빙디자인 철재방화도어
방문 ≫ ABS도어, 강화유리문
데크재 ≫ 방킬라이
코너창으로 풍경을 와이드하게 담아내는 서재.
서재를 연결하는 데크형 브릿지는 감추어진 공중마당과도 같은 곳으로 차를 좋아하는 건축주 부부의 아침이 시작되는 장소로 설정된 곳이기도 하다.
벽돌 건물은 사적인 영역으로 주인침실과 자녀침실로 나뉘고, 하얀색 건물은 거실과 주방, 다용도실, 서재로 이루어져 있다. 각 실은 자신의 위치에 맞는 주변의 전경을 받아들이도록 계획되었다. 주방에 설치된 눈높이의 창과 계단실로 열린 다용도실의 개구부는 외부 풍경과 주변에 대한 소통을 유도하는 시각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지난겨울, 현관 위로 열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청소하느라 건축주는 아침이면 힘들었다고 한다. 고라니로 인해 일상에도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경계목으로 세워둔 사철나무 새순을 고라니가 따먹는다고 한다. 진입로에 대문이 없으니 통과도로로 착각하고 들어오는 야밤의 차량도 문제다. 여러 대안을 고민했지만, 결국 건축주께서 부지런함으로 해결해주시기로 했다.
주택 2층의 볼륨은 1층에서 분리된 듯 떠 있는 구조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건축주와 함께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도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들은 앞으로 주어질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 여기에 살아가는 사람의 몫으로 남았다. 글 : 박윤식
건축가 박윤식_아뜰리에.14
베르사이유 고등국립건축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공인건축사를 취득했다. 현재 공간디자인그룹 아뜰리에.14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도 함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시흥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며, 20회 김해 건축대상제 우수상을 수상, 해외 프로젝트도 여럿 수행하고 있다.
010-3191-0310|www.atelier14.kr
취재_ 신기영 | 사진_ 윤준환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2년 7월호 / Vol.281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