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상의 언어생활 속으로 파고 든 외래어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인 영어 알파벳의 역사는
기원전 12세기 소아시아 해양 민족의 문자인 페니키아 문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시 상형문자로 시작해 표음문자로 발전했고
이후 그리스 문자, 로마 문자, 러시아의 키릴 문자, 아랍 문자 등으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그중에도 로마자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럽을 비롯해 일부 동남아 국가까지 로마자를 쓰고 있으니까요.
700년 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사람’이 아니라 ‘saram’이라 썼을지 모릅니다.
문자도 언어처럼 흥망성쇠를 거칩니다.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15세기 ‘훈민정음언해’ 속 한글은 지금의 한글과 사뭇 다릅니다.
아래 아(·)나 ‘순경음 비읍’은 음가(音價)가 사라지면서 철자도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종성에만 쓰는 ‘ㅄ’을 초성에도 쓰는 등 표기법도 낯설어졌습니다.
문자를 누가 쓰느냐에 따라 문자의 위세도 달라지는 중입니다.
한글은 과학적으로 뛰어나지만 오래도록 우리 스스로 ‘아녀자의 글’이라며 괄시했었지요.
일제강점기, 국권 상실 시기엔 우리말 사전조차 발간하지 못할 정도로 위축됐었지요.
그랬던 한글이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으니 한류 드라마와 K팝이 주도한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아이돌 가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위해 로마자로 우리말 가사를 적는 ‘돌민정음’이 세계적 유행입니다.
이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다”며 한글을 배우겠다고 학원을 찾거나 유학을 옵니다.
이를 주도해 온 아미(BTS 팬클럽)가 따라 부르는 BTS 노래 속 한글을 ‘아민정음’이라 합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는 유튜브 동영상 누적 시청수는 수십억 뷰에 이른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세계적으로 한글 사용자가 늘면서 창제 당시 28자였다가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축소됐던 한글 자모를
늘리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네요.
박재갑 서울의대 교수와 김민 국민대 대학원장 등이 다양한 외국어 표현을 위해 3년 전 개발한 ‘재민체’가 대표적인데요.
‘커피’(coffee)처럼 한글에 없는 ‘F’ 발음을 표기할 수 있도록 ‘ㅍ’ 밑에 ‘ㅇ’을 더하는 식입니다.
올해 나온 5.0 버전은 자음 94개와 모음 30개, 우리말에 없는 성조(聲調)를 표현하는 기호 등을 합해 기본 134자랍니다.
이러다가는 TV조선에서 밀어붙이는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이 사전에 오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트롯'은 경마 용어일 뿐이고 '트로트'가 아직은 표준어입니다만 위세 그득한 TV조선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글은 패션과 디자인 분야로도 진출했습니다. 한글 서체만 6000개를 넘으니까요.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몇 해 전 한글 서체로 자사 브랜드명을 새긴 점퍼와 니트를 선보였고요.
샤넬 디자인을 총괄했던 유명 디자이너 라거펠트는 “추상미술의 큐비즘”이란 말로
한글 디자인이 지닌 입체적 아름다움을 평가했다는 군요.
이제 우리 한글은 한국인만의 문자에서 세계인의 문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돌민정음이든 아민정음이든 재민체든 올바른 한글 사용으로 일상 언어 생활이 꽃밭이기를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