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민영화’에 대한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일부 의사들을 중심으로 정부를 상대로 보다 강경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철도파업이 19일째로 접어들며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이를 기회로 활용해 의사들이 원격의료 및 의료민영화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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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열린 궐기대회에서 개회사를 하던 노환규 대한의협 회장이 정부가 우리들 목에 칼을 들이댔다며 자신의 목을 칼로 긋고 있다. 이번대회는 전국 의사 약 2만여명(추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악법 철폐, 관치의료 중단, 영리병원 허가 철회, 원격의료 저지, 의약분업 폐지등을 주장했다./이준헌 기자
26일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인 닥플(http://www.docple.com/)에는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동시에 의사들도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대협의’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회원은 ‘민노총, 철도노조와 연대투쟁하면 어떨까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학생운동 시절로 돌아가자. 강한 자에게 약한 게 정치가나 공무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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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인 닥플(http://www.docple.com/)에는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글/ 닥플 게시판 캡쳐
민주노총이나 철도노조와 손잡고 투쟁을 해야 파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의사9’이란 아이디의 회원도 ‘철도노조와 연맹파업 찬성합니다’란 제목으로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이익을 취하고, 향후 있을 정부의 압박에서 좀 힘을 쓰려면 우리와 다른 점이 많지만 (철도노조에) 같이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했고, 아이디 ‘끈 조이고’는 ‘철도 파업할 때 같이 파업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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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인 닥플(http://www.docple.com/)에는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글/ 닥플 게시판 캡쳐
이어 아이디 ‘ㅋㅋㅋㅋ’는 “추운 날 집회하느라 감기걸려서 몸이 아파 못하겠다고 하면 끝”이라며 “신병에 의해서 진료 못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진료거부 사례”라며 파업을 독려했다. ‘스키조’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물론 시민단체 언론 방송(은) ‘목숨을 담보로’ 이러한 표현으로 몰아가겠지(만) 우리는 하려면 확실하게 뒤엎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고 했고, 아이디 ‘전대협의’는 “의료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아이디 ‘반대의’는 “의료민영화(는) 생각해볼 문제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료민영화 이야기는 공감대형성이 안 돼 있다. 의료민영화 반대를 이슈로 투쟁한다면 좌파 민노총(을) 도와주는 거다. 의사들 투쟁은 명분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 ‘조직적으로?’는 “(파업을 한다고 해도) 민주노총과 연대하면 참여를 안 할 것이다”라고 했다. 아이디 ‘솔까말’은 “의료민영화는 파업의 명분이 안 된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병원이 호텔 등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과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IT 기기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날림 진료를 남발하고 국민 건강권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노환규 의협 회장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부가 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의료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며 칼로 자신의 왼쪽 목 피부를 10㎝ 이상 긋는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정부의 개정안을 두고 찬반논쟁이 거세다. 인터넷상에는 ‘의료 민영화가 되면 감기약이 3000~4000원에서 3만~4만원으로 오를 것’이라거나 ‘의료 민영화가 실시되면 가난한 사람은 병원도 못 가고 다 죽는다’, ‘의료 민영화가 현실화되면 맹장 수술비가 900만원으로 뛴다’ 등의 괴담이 퍼지고 있다.
한편, 철도노조 측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와 ‘내년 임금 6.7% 인상’을 요구하며 이달 8일부터 최장기간 파업을 이어오다 파업을 시작한 지 18일 만인 26일 파업을 끝내기 위한 실무 교섭을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철도노조원 4명은 24일부터 서울 조계사에 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