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거지는 병든황제보다 행복하다
행복 중에서도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이거나 이미 모든 사
람들 사이에 입증된 공통적인 행복이 있다. 예를 들면 건강한 거
지는 병든 황제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훌륭한 건강과 체질에서 나온 명석하고 침착한 성격, 쾌활하
고 민첩한 지능 , 절도 있는 의지와 선량한 양심은 결코 어떤 지
위나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의 자산으로 입증된 것들이다.
그것들은 아무도 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자기만의 것들이다.
정신력이 풍부한 사람은 아무리 고독한 곳에 가 있어도 스스
로 충분히 기쁨을 누리며 살 수가 있지만, 정신력이 빈약한 사람
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행을 하고 세속적인 향락에
젖어도 권태의 긴 그림자를 스스로 떨쳐낼 수가 없다.
착하고 절제 있는 사람은 아무리 불행한 위치에 빠져도 만족
을 느낄 수 있지만, 욕심과 시기가 많은 사람은 아무리 재물을
많이 갖고 있어도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른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호라시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석도, 대리석도, 상아도, 티레나의 장식물과 황금조차
도 그리고 아프리카의 무녀들이 입는 외출복조차 없는 자이며,
그런 것들을 가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자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골동품 시장에 가서 자기에게 하나도 필
요 없는 것들이 시장에 왜 이렇게 많이 쌓여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인간의 참된 자아에서 나오는 인격은
모든 점에서 한결같이 행복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 참된 자아는 운명의 손에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으며 평생 지니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관적인 인간의 참된 자아는 시간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한, 인
간의 힘으로는 손 댈 수 없는 것으로 신이 부여한 영구불멸의 진
리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괴테는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그가 태어난 날을 비워준 태양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기 마련
이고 그대 역시 그대를 낳은 운명의 이 법을 쫓아 처음 세상에
외마디 소리를 지른 그날부터 목숨을 이어왔거늘,“
가령 헤라클레스 같은 강한 체력을 가진 남자가 집안 치다꺼리
를 하거나 세밀한 수공업이나 정신 노동을 하게 되면 자기의 타
고난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서 평생을 두고 불행하다. 그
와 반대로 체력보다 지력이 뛰어난 사람이 육체 노동에 종사하거
나 자기 능력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면 평생을 그르친다.
[ 쇼펜하우어인생론에세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