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박잎) / 반경환
붉다
카프카로 내려가는 계단길, 붉다
아득한 현기증
가파른 빛, 빛줄기
낯선 카페에서
해파리를 상상해
한없이 하늘거리는
무척추동물의 흐느적거림을
상자해파리
네모난 머리에서 뻗어 나가는
수십 개의 기인 다리들
숨겨진 맹독성
코랄해 산호 속을 떠도는 꿈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프란츠 카프카에는
수상한 환등기가 걸려 있어
---박잎 시집,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나 자기 자신의 목표를 향하여 그 어떠한 방해와 훼방에도 불구하고 두 눈 하나 끄떡하지 않고 걸어갔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타인의 말과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거나 보들레르나 랭보처럼, 또는 반 고호나 폴 고갱처럼 자기 자신의 말과 사유로 최고급의 작품을 남겼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들의 생애는 대부분이 짧고 비참했지만, 그들의 고귀하고 위대한 업적은 신들의 행복보다도 더 아름답고 소중한 행복이라고 할 수가 있다.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 출신의 유태인이었으며, 그는 독일어에 맞서 소수자의 언어인 ‘이디시어’로 글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낮에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동료들과 매우 즐겁고 유쾌하게 지냈지만, 그러나 밤에는 붉디 붉은 피로 글을 쓰는 소설가였다. 어느날 갑자기 한 마리의 애벌레로 변신한 영업사원 그레고리 잠자, 자기 자신이 애써 고안해낸 사형장치가 폐기될까봐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유형지의 장교, 머리에서부터 뼛속까지 직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굶어죽는 직업을 선택한 굶는 광대, 자기 자신의 이상적인 성을 찾아 헤매다가 끝끝내 발견해내지 못하는 {성城}의 주인공 K 등----. 프란츠 카프카의 우울과 고독과 소외는 끝끝내 그의 세계적인 명작인 [변신變身]의 그레고리 잠자로 나타난 것이다. 한 마리의 애벌레는 가장이자 영업사원이자 작가이자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그의 초상이었고, 그것은 그의 우울과 고독과 소외가 빚어낸 참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산다는 것은 생존경쟁의 싸움이고, 소위 흙수저 출신들에게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그의 짧은 생애로 나타났던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생애는 비참했지만, 그러나 그의 문학적 영광은 영원했던 것이다.
박잎 시인의 [프란츠 카프카]는 프란츠 카프카의 생애의 변주이며, 자기 자신을 맹독성 상자해파리로 변신시킨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시와 예술이란 자기 자신의 꿈을 추구하다가 생존의 비참함에 내몰린 자들의 절규이며, 그 절규가 진정성을 획득할 때 최고급의 예술성을 얻게 된다. 시는 삶이고, 삶은 기법이고, 고통은 그 삶의 내용이다. 참된 시인의 길, 정의의 길, 자유와 사랑과 평화의 길에서 끝끝내 절망하지 않으려는 자는 뼈가 녹고 사라지는 무척추동물이 되고, 그 결과, 온몸으로 온몸으로 맹독성의 독을 품게 된다. “붉다/ 카프카로 내려가는 계단길, 붉다/ 아득한 현기증/ 가파른 빛, 빛줄기”가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고, “낯선 카페에서/ 해파리를 상상해/ 한없이 하늘거리는/ 무척추동물의 흐느적거림을// 상자해파리/ 네모난 머리에서 뻗어 나가는/ 수십 개의 기인 다리들/ 숨겨진 맹독성// 코랄해 산호 속을 떠도는 꿈”이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박잎 시인의 [프란츠 카프카]의 촉수는 수십 개의 기인 다리를 지닌 상자해파리가 되고, 이 무척추동물의 흐느적거림은 아득한 현기증을 불러 일으킨다. 카프카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붉고, 이 가파른 빛줄기가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고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인다. 천재는 앎(지혜)의 저주를 받은 사람이고, 이 앎의 저주로 인해 천기를 누설해버린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앎은 무한한 학습의 산물이고, 앎은 상상력의 혁명을 불러 일으키고, 상상력의 혁명은 그 모든 것을 전도시킨다. 프란츠 카프카는 상자해파리가 되고, 상자해파리는 박잎 시인이 된다.
언어는 독이고, 맹독성의 독은 시의 총체이고, ‘카페 프란츠 카프카’는 무척추동물 인 상자해파리가 흐느적거리는 코랄해이다. 푸르다. 푸르스름한 프란츠 카프카의 바다를 수상한 환등기가 비추고, 또 비추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에는/ 수상한 환등기가 걸려 있어”라는 시구는 프란츠 카프카의 짧은 생애와 그의 문학적 영광을 역사 철학적으로 되비춰 보는 환등기가 달려 있다는 것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 자신의 저주받은 ‘시인의 운명’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맹독성의 독을 품고 코랄해의 산호 속을 떠도는 꿈, 따라서 시인의 광기는 천재성의 보증수표가 되고, 그의 짧고 비참한 생애는 전인류의 행복으로 승화된다.
코랄해는 이상적인 천국이 되고, 맹독성의 독은 천하제일의 명약이 된다.
첫댓글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 출신의 유태인이었으며, 그는 독일어에 맞서 소수자의 언어인 ‘이디시어’로 글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낮에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동료들과 매우 즐겁고 유쾌하게 지냈지만, 그러나 밤에는 붉디 붉은 피로 글을 쓰는 소설가였다. 어느날 갑자기 한 마리의 애벌레로 변신한 영업사원 그레고리 잠자, 자기 자신이 애써 고안해낸 사형장치가 폐기될까봐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유형지의 장교, 머리에서부터 뼛속까지 직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굶어죽는 직업을 선택한 굶는 광대, 자기 자신의 이상적인 성을 찾아 헤매다가 끝끝내 발견해내지 못하는 {성城}의 주인공 K 등----. 프란츠 카프카의 우울과 고독과 소외는 끝끝내 그의 세계적인 명작인 [변신變身]의 그레고리 잠자로 나타난 것이다. 한 마리의 애벌레는 가장이자 영업사원이자 작가이자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그의 초상이었고, 그것은 그의 우울과 고독과 소외가 빚어낸 참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산다는 것은 생존경쟁의 싸움이고, 소위 흙수저 출신들에게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그의 짧은 생애로 나타났던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생애는 비참했지만, 그러나 그의 문학적 영광은 영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