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6일에 아침이 밝았다. 낙동정맥을 시작하여 백두대간 6일 차를 맞고 있지만 내가 너무 유유 자적하게 돌아 다니는 바람에 계획했던 백두대간과 호남 정맥을 다 돌고 복귀 하기에 시간이 모자랄 듯 하여 어제 밤에 고민 속에 지도를 보고 또 보며 늦게 잠이 들었다.
오늘 달려야 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어 6시30분 어렵게 눈을 뜬다.
빠르게 짐을 정리하고 8시에 숙소를 나선다
문경의 이름 모를 정자 앞에서 스타트 포즈를 취해 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달려 주기를.
버리미기재 향하는 길 멀리 목적지가 될 듯 보이는 멋진 봉우리들이 보인다.
버리미기재로 오르는 길. 돌 무리들이 마치 사람을 구경 하는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 멋진 군상을 이룬다. 내가 그들을 바라 보는 것인지, 그들이 나를 바라 보는 것인지 헛갈릴 만큼 각양의 돌 무리들이 지나는 길손의 눈 길을 잡는다.
동터오는 아침, 먼 산 너머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산맥이 보인다. 강원도에 비해서는 그 기세는 작다 하나 평지 끝에 우뚝 솟은 기상은 강원도의 산들 못지 않다.
아침 햇살을 받아 세수를 하고 있는 산맥들이 아름 답다. 해가 비추인다는 것은 이런 느낌인가보다 하며 사진에 풍경을 남기기 바쁘다.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와 늘재. 오늘은 백두대간의 여러 포인트들을 빠르게 찍으면서 지나가는 평범한 코스이다.
말티재로 향하는 길 비전형적인 산세가 아주 다채롭고 아름답다.
S자 코스의 성지인 말티재에 도착했다. 지난 번 보발재 이후에 이렇게 재미있고 멋있는 헤어핀 코너는 여기가 처음인 것 같다.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헤어핀 코너이다. 여기는 전망대도 아주 잘 되어 있어 그 감동이 더한 것 같다. 물론 평일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백두대간의 줄기인 갈목재와 비조령을 지난다.
오늘은 진짜 포인트 찍기 놀이인것 같다.
이 구간을 지나는 백두대간은 큰 재미는 없다. 풍경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냥 길이 아주 좋다.
화령으로 가는 길 계곡과 산 구비가 좋아 멈춰서 추억을 남긴다.
화령, 신의터재, 지기재, 개머리재는 백두대간의 평범한 포인트이다.
다니다 보니 지형마다 지역마다 밭에서 키우는 농작물도 변하는데 여기는 양쪽으로 포도밭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신의터재는 관료들이 한양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재이며 지기재 원래는 적기재 였는데 뒷산에 도적이 많아서 그렇게 불리다가 않아 어느순간 지기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큰재로 넘어 가는 길에 만난 송림은 어느 성씨의 사적비가 서 있었는데 그 우아한 자태가 좋았다.
강원도 산간지역은 가로수로 단풍나무를 많이 심어 지나 오는 내내 단풍을 보며 달렸는데 경북은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가을에는 앙상한 가지만 드러난 벚나무를 만나게 된다. 봄에 지나면 좋을 길이다.
강원도에서 연료는 다 되어 가는데 주유소를 찾지 못해 길을 조금 돌았던 경험이 있어 연료가 1/3정도 남으면 되도록 주유를 하는 편이다. 주유소를 가느라 추풍령을 지나쳐버려 되돌아 왔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한계령처럼 높고 험한 고갯길 이라 예상했는데 추풍령은 당황스럽게도 평지 같은 곳에 있었으니 지나칠 수 밖에.
추풍령을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행을 떠난지 11일 일째 처음 비를 만난다. 비옷을 준비해 왔기에 갈아 입지만 비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나는 비오는 날이 싫다. 빗물에 옷이 젖는 것도 싫고 비가 내리기 직전에 그 우울한 느낌도 싫고, 비 오는 내내 가라앉는 기분과 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싫다.
두 번째 전국일주를 갔을 때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큰 비는 피하면서 여행을 하였는데 단양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에 결국에는 모텔에 들어가 하루를 숙박하게 되었다. 그때 뉴스 속보에서 내가 지나온 곳이 침수 된 것을 보고 하루만 늦었어도 저기를 통과 하지 못했구나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 내린 적이 있다.
그때 비를 너무 많이 맞으며 돌아다녔기에 바이크로 여행을 하면서 비는 정말 피하고 싶다.
세상살이가 어찌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랴.
비 오는 날씨에 짜증이 났지만 도마령을 오르는 길에 산 안개가 자욱히 덮이는 장관을 보게 되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광경에 내게 이 모습을 보여 주려고 비가 내리나 싶을 정도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세상 살이는 모두 양면이 있는 것 같다. 나쁜 일의 반대편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부정적인 면만 보고 있다면 힘들고 실망이겠지만 반대편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 또한 견디고 지나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산 안개가 몽실몽실 피어 오르는 광경. 내가 이정도 높이까지 올라 오지 않았다면, 비가 오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장관. 오늘의 비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내가 여기 있어 비가 오는 것일까, 비가 오는데 내가 여기 있는 것일까? 신이 정해놓은 내 삶의 시간표일까, 그저 내가 살아가다 만난 운 좋은 하루일까?
마냥 심심했던 경북의 백두대간 길이 도마령과 우두령을 만나며, 멋진 운해를 만나며, 산안개 피어 오르는 산과 마을을 보며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기억하게 하는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우두령을 넘으며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잔뜩 비를 머금었던 무거운 구름이 높은 우두령을 넘으며 힘들었는지 짐을 벗어 던지듯 비를 뿌리고 가벼운 몸으로 산을 넘었나보다.
비 옷을 벗고 투어를 이어간다. 도마령과 우두령을 지나면서 만난 멋진 운해에 기분이 좋아 계속 미소를 짓게 된다.
신기한 도로 라는 곳을 만났다 그래서 신기한 마무리 점프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짓궂은 장난을 하거나 또는 득이 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 주는 존재였다. 그런 도깨비들을 만나 나도 재미있는 개구진 사진 찍기 놀이를 한다.
하루를 정리 하는 멋진 노을이 하늘을 물들인다. 오늘은 많은 길을 달렸고, 비도 만났으며, 운해도 보았고, 도깨비와 놀기도 했고, 이런 멋진 노을도 만나고.
오늘 하루도 의미있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또 하루가 되었다.
덕산재 배티고개 고웅고개를 지나 경남 거창에서 짐을 푼다
오늘의 여정. 백두대간 51. 버리미기재~69. 고웅고개
첫댓글 캬~~^^^ 존경합니다
힘드실텐데 표정 구김 하나없이 보람차보입니다
힘들다니요. 좀 피곤하긴 해도 이렇게 소중한 일주를 할 수 있어 매일이 기대되고 즐겁습니다. 즐거워 웃는거라 구김없어 보이나 봅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멋진 로드킹과 함께 달리는 모습 연상하니 예술작입니다.
네. 제 애마가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연료게이지 부레가 떨어졌는지 연료 게이지가 empty 상태로 된 것 빼고는 사소한 잔고장 하나 없이 너무 잘 달려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백두대간 종주 성공하고 목욕시켜 줬네요.
@도깨비 지심 그럼 몇박몇일에 몇키로 하신건가요? 대단하십니다 애마도 고장없이 완주되었다니 야물긴하네요
멋져요
칭찬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순간은 누구나 멋지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여행을 하는 순간이라 저 스스로도 대견하다 느끼고 있습니다.
대단한 열정!
부럽습니다!
저도 먼저 백두대간을 다녀오신 분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보면서 기회를 엿봤고 준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여 이렇게 멋진 길을 여한없이 달려보고 있네요. 님도 꼭 한번 해 보시길 바랍니다.
쌍엄지척 감사합니다. 너무 멋진 길, 예쁜 풍경이라 엄지척 100개는 받아도 될 아름다운 우리나라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신록이 푸르른 5월에 꼭 다시 달려 보고 싶습니다.
저의 로망인 전국일주를......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입니다. 꿈을 갖고 있으시니 분명 이루실겁니다. 평생에 한번이란 말이 있듯 저 또한 한번은 꼭 해 보고 싶은 여정이었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쌍엄지척 감사합니다. 위에도 있얼으니 오늘 엄지척 4개네요. 저 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에 엄지척을 해 주고 싶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멋진 곳입니다.
존날도.비오는우중투어도.열정대단합니다
두번째 전국일주때 일정의 절반 이상을 비를 맞으며 우의를 입고 여행했던지라 우중투어가 두렵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비가 와 준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광경에 모든 것이 좋아 보였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전국일주 정말 부럽습니다. 밝은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사람이 하고픈 걸 할때는 다른 사람들이 봐도 좋아보이는 모양입니다. 제게 너무 소중하고 갚진 경험이자 시간이라 행복한 마음이 넘쳐 흐르네요. 님도 꼭 한번 이루시길 바랍니다.
부러움의 극치입니다♡♡♡
목표하는대로 완주 했다니 부러습니다.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