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코스도 좀 그렇지만 진도를 빼야 되겠다 라는 생각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찍고 거창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하루 달린 거리로는 전국일주 시작한 이래로 가장 길었다.
더군다나 수요일과 목요일 비 소식이 있어 하루를 손해 보아야 하는 입장이라 마음이 좀 더 급했다.
덕분에 백두대간은 이제 10개 포인트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오늘 무난히 백두대간은 종주하고 호남정맥 일부를 시작하고 전주의 선배를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6시 기상하여 8시가 되기 전 숙소를 출발 하였다. 거창 시내는 전날 내린 비로 아주 심한 안개 속에 쌓여 있었고 시내를 약간 벗어나자 안개가 개기 시작했다.
조금 늦었지만 스타트 포즈를 취해본다.
아침햇살이 닿자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켜듯 모습을 드러내는 산들이 보기 좋다. 한편에 서 있는 소나무 와 산의 조화가 마치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풍경 또한 시간과 비와 해가 나에게 준 선물 아니겠는가.
첫 목적지 소사고개는 산 중이라 그런지 아직 안개가 짙게 드리웠다.
해가 어느정도 오르자 오늘도 아침 햇살을 받아 세수를 하는 산야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안개때문인지 세 번째 목적지인 신풍령이 도로 유실로 길이 막혀서인지 네비게이션이 자꾸 꺼져 버린다.
뭔가 기분이 묘해지기 시작한다. 어떤 암시를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겠다 마음먹는다.
오두재는 터널이 개통되면서 차량과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듯 방치 된 채로 낯선 방문자에게 초췌한 모습을 드러낸다. 유기되어 초췌한 몰골로 눈앞에 나타난 한때 사랑받던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다.
신풍령은 11월 15일 이후 강설 및 도로 결빙의 이유로 통제 되었다. 아쉽다.
칡목령에서 내려오는 길. 홍단풍이 도로를 덮고 있어 빨간 양탄자를 길 양쪽으로 깔아둔 느낌이었다.
남령으로 넘어 가는 어느 계곡. 사람이 쌓아 올린 게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높게 쌓아진 돌탑이 장관이다.
남령을 지나면 멀리 지리산의 둘레 산인 백운산 대봉산이 보인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코스 지리산이 가까워 오고 있다.
고갯마루가 60 개나 되어 육십령이라 이름 붙여진 영호남을 잇는 육십령 고개를 지난다. 경남을 넘어 드디어 전라도로 들어선다.
무릉고개로 가는 길. 한적한 코너길에서 코너링 동영상을 찍어봤다. 코너링 느낌이 잘 담기지는 않은 것 같다.
무릉고개에 다다랐다. 무릉고개는 호남 정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난번 낙동정맥과 백두대간이 태백에서 겹치는 곳이 있었던 것처럼 백두대간의 끄트머리와 호남정맥의 시작이 여기서 맞닿아있다.
호남정맥을 시작하면서 스타트 포즈를 바꿔 보기로 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기운찬 포즈라 자화자찬 하고 있다.
호남정맥의 두 번째 목적지 지지 터널이다. 뭐 볼 것은 별로 없다. 호남 정맥은 길이 아주 아름답다라고 하던데 첫 시작은 좀 밋밋하다.
멀리 산들이 겹겹이 이어지는 모양새가 좋다.
호남정맥 의 세 번째 목적지인 동화호이다. 많이 봐왔던 여느 저수지와 비슷하여 별 감흥은 없다.
복성이재로 오르는 길.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고갯길을 홀로 오른다. 소복하게 쌓인 단풍잎을 이불처럼 덮고있는 산이 아름답다.
지리산 아래 평범한 마을에 예쁘게 지어진 교회가 눈에 띈다.
벽소령은 지리산에 한줄기인데 돌아 나와야 하는 코스이다. 벽소령으로 올라가는 지리산의 계곡이 장관이다. 벽소령은 달밤이면 푸른 숲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고 맑아서 더욱 푸르게 보인다 하여 푸를 벽 밤 소자를 써서 벽소라 하는데 밤을 기다릴 수는 없기에 계곡의 모습만 눈에 담고 내려온다.
벽소령의 지리산 계곡은 강원도나 다른 산맥의 계곡과는 질이 다르다. 이 정도 되어야 계곡이야라고 할 만큼 계곡이 넓고, 깊고, 물이 많다.
여원재를 돌아 본격적으로 지리산의 중심을 향해 달린다. 굽이치는 길이 아름답고 산을 오르며 달라지는 향기가 마음을 흔든다. 예사롭지 않은 산세와 굽이굽이 물결치는 도로를 오르는 재미가 시작된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코스가 지리산인 것은 정말 멋진 결말이라 생각한다. 강원도의 준령들을 따라가며 흥분했던 마음이 경북과 충북을 지나 오며 차분해 지면서 어쩌면 용두사미처럼 끝나 버릴 수 있는 백두대간의 코스에 절정의 데미를 축하하는 축포를 터뜨리듯 화려한 코스와 풍경을 선사하며 감동적인 결말을 맺게 한다.
이제 마지막 코스 성삼재로 향한다.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지 7일만에 백두대간 종주에 성공했다.
여행중 가장 우려했던 사고나 머신 트러블, 심지어 타이어 펑크 한번 없이 종주를 마치게 되어 많이 기쁘다.
강원도의 준령들과 재미넘친 코너 길, 길 위에서 배움을 얻었던 시간들, 그때 그 시각이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들, 비가 내려 내게 보여준 산안개와 운해, 노을진 하늘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던 호수를 어찌 잊으랴.
감격에 겨워 사진을 남기고 백두대간 마지막 마무리 점프를 하려고 돌아서는 순간.
콰당!!
지리산의 바람에 삼각대가 넘어갔다.
삼각대가 넘어지며 찍힌 이사진을 끝으로 핸드폰 액정이 사망한다.
백두대간은 시작때 스컬 장식 하나를 제물로 가져가더니 마지막에는 핸드폰 액정을 제물로 바치라 한다.
서브로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로 마지막 마무리 점프를 남긴다.
이렇게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훌륭하게 마치게 되었다.
감격적이고 평생 기억으로 남을 장정이었다.
다음에 또다시 기회가 된다면 신록이 푸르른 5월 즈음에 다시 한번 이 여정을 해 보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산천을 가진 우리나라.
꼭 다시 한번 이 여정을 해 보리라.
뿌듯하고 막상 끝이라 하니 섭섭하기조차 한 백두대간 종주는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원래 계획은 호남정맥의 일부를 돌고 전주의 선배님께 가는 것이었으나 핸드폰을 고쳐야 했기에 바로 전주로 들어와 짐을 푼다.
오늘의 여정. 백두대간 70. 소사고개~80. 성삼재 완주!!
호남정맥 1. 무릉고개~ 3. 동화호
첫댓글 good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형제남들의 응원 덕에 더 안전하게 더 즐겁게 종주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난 여정이었고 정말 평생 기억할 라이딩이었습니다. 함께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도 내후년에는 계획을....
축하 고맙습니다. 잘 계획하시고 준비하셔서 기회가 올때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때 글 올리시면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멋지고 대단합니다 ~
칭찬 감사합니다. 어쩌다 시간이 났고 꼭 해보고 싶었던거라 완주할수 있었습니다. 대단할 것 까지는 없으나 뿌듯합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제물까지 바치며
백두대간 종주 하시느냐고 고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실은 제 부주의입니다만 산이 제물을 원하시나보다 하고 기분 좋게 생각하니까 또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하네요. 이번에 핸드폰 액정 나갔을 때 여행기록 앱으로 기록하던게 날라가지 않았을까 무척 걱정했는데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불행중에 긍정을 찾는 것도 이번 여행의 큰 배움이네요.
무탈하게 완주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맞아요. 사고 없이 완주한게 진짜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솔로 투어에서 혹여 큰 사고라도 당하면 도움받을 곳도 없는데 말이죠. 남은 호남정맥과 통영거제 바닷길도 무사히 완주할께요.
투어중 가끔 엔진.미션오일 체크하시고요.
앗!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십니다! 지금 바로 가서 확인 해 봐야겠네요. 타이어 상태는 한번씩 보는데 오일은 생각 안하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지심으로 멋지세요~^^
로라운 칭찬이십니다! ㅋㅋ. 이렇게 답하면 되는거죠? 응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는 길과 멋진 풍경과 많은 깨달음이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ㆍ잘 정리 하셔서 더할리 클럽 백두대간 완주자 명예의전당에 올려 주세요
오~~ 감사합니다. 더할리 온라인 회원이긴 합니다만 정회원도 아닌데, 받아주신다면 잘 정리해서 올려 보겠습니다. 축하 감사드리고 호남정맥도 완주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님의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
시간이 허락하여 무작정 떠난 길에 여러 형제님들의 응원이 불씨가 되어 나름 열정적으로 달렸다 생각합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무사완주 축하드립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완주하고나니 아름다운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것마냥 먹먹한 기분도 들고 아쉬운 마음도 들고 그러네요. 기회가 된다면 꽃피고 새 우는 봄 여름에 다시 한번 꼭 해보고 싶네요.
대단히 수고 많으셨습니다
카이저님 응원 감사합니다. 카이저로드 팻말 볼때마다 제가 뵌적은 없지만 진짜 대단한 분이시다 생각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제 인생에 가장 멋진 추억을 남길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좋은 루트 개척해 주시고 공개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와.... 진짜 멋진 라이더....
열심히 달렸고 즐겁게 달렸습니다. 기분이 좋아 아침에 늦잠도 안자고 일어나 달렸습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에 감사합니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대박이네
축하드립니다.
늘안투
대박 축하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 산천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고 이렇게 구석구석 보고 느낄게 많구나 감탄했습니다. 그런 풍경들 소개하고자 글을 썼는데 형제님들 응원에 더 힘내서 완주 했네요.
수고 많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수고는 제 애마가 했어요. 성삼재 내려와 전주에 도착해 목욕시키면서 토닥토닥 해 줬습니다. 오늘도 추운 날씨에도 힘차게 잘 달려 줬어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마치 내가 다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글 입니다..장편의 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좋은 재주를 가지셨습니다..부럽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글 쓰는 재주는 별로 없지만 칭찬 들으니 기분 좋네요. 되도록 짧게 쓰려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아름다운 풍경들이라 주절주절 이야기가 많네요. ㅎㅎ.
축하드림니다 이글을 읽는동안 짜릿함과 전율이 느껴지네요 바로전 제가 다녀와시던 길들을 다시보게되어 너무 좋습니다 구간구간 정리 잘 하셔서 올려주시면 펀치님께서 심의하실거라 생각 합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림니다
먼저 다녀오신 분이시네요. 저도 아마 이후 다른 분께서 낙동정맥, 백두대간 종주 글 올리시면 똑같은 마음으로 흐뭇한 미소 지으며 읽을것 같네요. 같은 길에서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멋진 경험이겠다 싶습니다. 축하 감사드립니다.
백두대간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속에 완주할수 있었습니다.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호남정맥도 돌고 있는데 호남정맥도 종주 성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점프샷과 스타트 포즈가 이젠 지심님의 시그니처 포즈가 되었네요.
백두대간에 바친 제물은 좀 안타깝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으셨을 거라 확신합니다.
더할리 게시판에 80령 인증사진과 잘 나온 본인 사진 몇 장 올려주시면 백두대간 명예의 전당에 등재해 드리겠습니다.
덕분에 백두대간 루트 홍보도 많이된 것 같습니다.^^
우왓!! 감사합니다. 더할리 명예의 전당이라니. 황송하네요. 여행 마치면 정리해서 올리갰습니다.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낙동정맥도 마찬가지로 명예의 전당이 있으니 같은 방법으로 올려주십시오.^^
이또한 감사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부산사람이라 그런지 낙동정맥이 더 많이 알려지고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저의 투어 후기가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멋집니다. 언제 같이 가시죠. 백두대간 호남정맥 낙동정맥 그룹으로 가봤는데 혼자 차분히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