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에 달린 사과 하나.
날은 추운데 혼자서 절망적으로 매달려 있습니다.
해에 반짝반짝 그 흔한 사과가 지금 저거 하나라서 그런가
참으로 예쁜 게 흠잡을 말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외로운 모습으로 혼자 있는지
따 먹기 보다는 차라리 보면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새 하늘이 열릴 때 돌아올 영혼을 기다리는 미이라처럼
나무에 매달린채 미이라가 되고져 했던가요.
그대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 그것이라면 그 여정의 노고는 진짜 내가 존경하고요.
그대에게 이래라 저래라 감히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없겠습니다.
차리리 우리 함께 미이라가 되어 봅시다.
새 하늘이 열리는 날은 언제일지도 모르지만
나와 함께 긴 세월을 평화롭게 기다려 봅시다.
ㅡㅡㅡ
석달만에 내가 요양원에서 퇴원해보니 힘은 딸리고
아무것이래도 의지하고 싶다.
그동안 멋나게 기른 턱수염을 백번도 넘게 쓰다듬으며
음침한 사또 귀양 가듯이 집으로 왔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지. 지금 배가 고파 혼자서 고기 굽고 있네.
잘하고 계신데요 뭘... 까칠할 수록 나만 손해에요. 들어도 못들은척. 봐도 못본척... 저도 그렇게 살아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