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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名문장, 스피노자의 자유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
― 스피노자(Baruch Spinoza) ‘에티카(Ethica)’ 중
보통 스피노자(Baruch Spinoza) 하면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회자되지만 사실 스피노자는 이 말을 한 적이 없다.*1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철학자는 그에 못지않은 명언을 남겼는데, 바로 ‘에티카(Ethica)’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문장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모든 고귀한 것은 흔치 않기에 쉽게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소년 시절 멋모르고 접한 뒤부터 이 문장은 내 삶의 금과옥조가 됐다. 암스테르담에 찾아간 것도, 17세기 유럽에 대한 역사서를 탐독한 것도 스피노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 구절은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삶과 사고를 이끄는 등불 노릇을 하고 있다.
모든 고귀한 것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더 ‘빡세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렵다의 라틴어 어원 ‘difficultatem’에는 ‘쾌락을 절제한다’는 의미도 있다. 반면 우리가 말하는 노력은 더 많은 쾌락을 얻고자 애쓰는 것이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고귀한 것은 원인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 자체에 대한 만족을 뜻한다. 자유에 지고의 만족을 느끼면 타인을 비난하거나 경멸하거나 비웃지 않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미디어 범람 속에 사는 우리는 타인을 조롱함으로써 쾌락을 얻는 것은 아닐까. 타인에게 얽매이지 않는 삶, 스피노자의 문장이 내게 가르쳐주고 있는 교훈은 바로 이 자유의 의미이다. 자칫 개인의 자유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스피노자는 이 자유가 결코 혼자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사물과 나의 관계를 ‘건강하게’ 정립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를 통해 나는 비로소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비교할 필요도 없는 고귀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1 ◈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의심의 여지없이 '누가한 말'로 알고서 흔히 사용하는 이른바 명언 가운데, 당사자가 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경우를 짚어본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Even if I knew that tomorrow the world would go to pieces, I would still plant my apple tree.")」란 명언을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가의 말이라는 근거를 찾는 것은 거의 힘들다, 그 보다는 16세기 독일 종교개혁가인 마틴 루터의 발언임을 언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것 또한 확정할 수 있는 진실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왜 스피노자가 이 말을 했다고 알려지게 됐을까. 네이버의 언론 기사 검색 서비스인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서 살펴보면, 경향신문(1966.07.23.) 餘滴(여적)이라는 단평란에 처음 등장한다.
"모름지기 값싼 商魂(상혼)에서만 사는 사람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고 한 ‘스피노자’의 말을 一生(일생)동안 한번쯤은 되씹어보라."
그 다음해인 1967년 동아일보(1967.01.09.) 오늘은 陽地(양지) (6) 天安(천안)의 『꽃아저씨』 柳在昱(유재욱)씨 편에서, <“내일 인생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 스피노자>를 인용했다.
매일경제(1969.04.16.)는 “韓國(한국)의 未來(미래)” 제하의 칼럼에서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한 위대한 철인「스피노자」의 말 그대로 실천한 미국의 부자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부자의 아들과 같은 행세를 하고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매체의 스피노자의 말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나의 출처에서 인용하거나, 다른 매체에 실린 것을 다시 옮겨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표현이 다른 것은 어떤 앞선 자료를 참고한 것일까 궁금하다. 그 옛날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에 복사하여 붙이기가 여의치 않았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경향신문)
◦내일 인생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동아일보)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매일경제)
여하튼 1960년대 이후부터 한국에서만큼은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명언은 자연스럽게 진실로 자리 잡았다. 구글 검색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짚어보면 스피노자와 이른바 사과 명언을 연결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는 이 말이 스피노자의 말로 둔감된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출처 : 드림투게더
◆ 에티카(Ethica)
○ 저자 :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Baruch Spinoza, 1632-1677)
지은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히브리어와 유대 ? 아랍 신학을 공부했으나 성서의 주장을 논박했다는 이유로 유대 교회에서 파문당했다. 스콜라 철학과 데카르트 철학을 접하면서 여러 학자들과 교류하며 저술 활동을 했다. 렌즈 깎는 일로 생계를 잇다가 폐질환으로 사망했다.《에티카》 외에《지성개선론》,《신학-정치론》 등을 썼다.
○ 책소개
《에티카(라틴어: Ethica)》또는 《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라틴어: Ethica,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은 1675년경 완성된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유작이다. 라틴어로 쓰인 이 책은 스피노자 사후 1677년 간행되었다. 에티카는 스피노자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대작(magnum opus)으로 간주된다.
스피노자가 진(眞)보다도 선(善), 인간의 행복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인 철학자라는 것은 자주 지적되는 일인데, 에티카도 제목('윤리학'이라는 뜻)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도덕을 해명하는 시도(試圖)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 본성을 가진 것으로서 현재 이 세계에 생활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목적하는 것은 인간 도덕의 해명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얻어지는가를 밝히기 위해서는, 세계의 성질과 인간의 본성이 밝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 5부로 된 에티카는 그와 같은 문제의 고찰에서 시작된다.
제1부는 '신에 대해서'라는 제목인데, 이것은 세계에 관한 형이상학적 고찰이다. 즉 스피노자가 신이라고 하는 것은 인격도 의지도 갖지 않고, 자기 본성의 내적 필연성에 따라서 작용하는 유일한 실체(實體)로 이것이 무한한 속성(屬性)을 통해서 변양(變樣), 발현(發現)한 것이 인간을 포함한 유한한 개물(個物)의 세계이다. 다시 말해 '신은 곧 자연'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세계 속에 있는 인간의 도덕이라고는 하지만, 도덕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의 정신에 관한 것인 이상, 정신의 본성이 파악되어 있을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제1부는 인식의 문제를 취급하고, 인식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여 예컨대 감성지(感性知), 이성지(理性知), 직각지(直覺知)로 구별하고, 이들 중 마지막 것이 사물을 '영원한 상(相) 아래' 파악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도덕과 행복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 정신의 고찰도 인식의 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의 관찰에까지 전진하여(제3부), 감정의 취급법을 검토할(제4부) 필요가 있었다. 이와 같은 고찰을 통해서 행복이 '사랑'의 일종이라는 것, 사랑의 최고의 것은 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 제시되어 인간 행복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그의 철학의 정점을 이루는 최고의 선(善)인 '신(神)의 지적애(知的愛)' 사상을 가지고 해답할 수 있게(제5부) 되는 것이다.
○ 출판사서평
1. 스피노자 철학의 정수,《에티카Ethica》
괴테에게는 ‘신에 취한 사람’, 니체에게는 ‘선구자’, 엥겔스에게는 ‘변증법의 뛰어난 대변자’.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절대적 관념론에서 마르크스주의, 경험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근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을 극복하는 탈근대적 사유의 효시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저작《에티카》는 신, 정신과 정서, 인간과 자유 등의 주제를 통해 현대 철학의 쟁점인 존재론과 인식론, 윤리학의 핵심 문제를 다뤄 스피노자 철학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하학의 증명 방식을 도입한 서술 방식과 내용의 난해함 때문에 독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책세상에서 나온《에티카》(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 058)는 총5부로 구성된 원문에서 각 부의 논점과 전체적인 연관관계를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서문이나 부록(제2부의 경우는 정리 49 ‘지성과 의지의 동일성’ 논제)을 발췌 번역했다. 전통적 신관에 대한 논박과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을 담은 이 책은 시대와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아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재발견될 것이다. 특히 이성에 대한 맹신과 종교 간의 갈등이 문제시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생태적인 사고,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윤리, 실천의 문제를 강조하는 종교관 등은 이분법을 극복하는 대안적 사고를 함축하고 있다.
2.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에티카》가 씌어질 당시 유럽은 신교와 구교의 30년전쟁, 갈릴레오의 과학혁명, 회의주의 서적의 소개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종교적 가치가 충돌하고 인류의 기존 지식이 정당한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스피노자는 과학과 공존할 수 있는 종교를 모색하고, 인간 이외의 존재를 수단으로 여기는 목적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했다.
《에티카》는 먼저 신이 자연법칙을 어기고 세계에 개입한다는 기적의 관념과 사후의 심판으로 대표되는 초자연적 상벌 관념을 거부함으로써 당대의 자연과학과 양립 가능한 신관을 주장한다. 또한 신이 인간을 위해 인간 이외의 피조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목적론이 자연의 도구화로 이어진다고 보고 이를 비판한다. 한편 스피노자는 철학사에서 합리주의자 데카르트의 연장선상에 놓이지만, 이성이 아니라 욕망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욕망은 자기 보존의 힘이 신체와 정신 모두에 관계될 때를 가리키는데, 이는 인간을 정신과 신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통일적 존재로 보는 것으로서, 신체성을 인간의 비본질적 요소로 폄하한 데카르트와 상반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의 의지는 자연 현상의 일부라는 주장 역시 인간이 정념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닌 존재라고 본 데카르트와 대립되는 지점에서 사유의 혁신을 일으킨다.
3. 이분법을 뛰어넘는 대안적 사고
스피노자는 생존 당시 무신론자나 불신앙자로 평가되며 기독교 문화가 지배하던 서구에서 ...
✺ 들풀의 Macro photograph의 자연 세계
◦ 눈괴불주머니, 대나무 숲길, 마타리, 목화, 상사화, 소나무 숲길, 수리취, 용산가족공원 분수, 율무, 채진목, 국립중앙박물관 거울호수의 청자정 ...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내가 만난 名문장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동아일보, 2021년 8월 16일(월)〉, Daum 지식백과, 인터넷 교보문고/ 생태사진과 글: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희망입니다.
고봉선 정현욱님
스피노자가 유태교 목사를 지망했다가 회의를 느끼고 나중에 신을 모욕한 무신론자로 매도되기도 했지만 후세 사가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철학자로 칭송하는데 여태 그가 남긴 명언으로 알려진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누가 한 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