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러봅시다] 미녀들의 수다
파묻힌 말뚝은 나무판일 뿐이다.
나는 이십대에 방송을 하면서도 은은하게 살았다.
그 후 노래교실 15년간 A급 대우를 받으면서 한 번도 유명해지지 못했다.
당시 첫차를 타다시피한 ㄱ님이나, 막차급에 헤머급으로 등장한 ㅁ님.
(나이를 불문하고 첫차 ㄱ님은 선배고 막차? ㅁ님은 나의 후배가 되겠다)
튀어나오지 않은 말뚝은 금방 썩는다.
뭐 썩기까진 아니라도 세상이란 양지에 나와야 하는데,
땅밑에 파묻혀서는 양지로 나와서 설치기가 두려운 사람처럼
나는 이게 좋아, 이게 편해 하면서 조신하게 하고 있으니 직업에 맞지 않다.
나름대로 품위?가 있고 경력이 있어 대우는 받았으나 도대체 유명해지지는 못한 것이다.
튀어나오지 않은 말뚝은 언젠가 후회한다.
실은 조용하게 사는 게 정말 좋았다.
그럼 연구실에서 줄창 공부하고 실험하는 학자가 될 것이지.
자신의 직업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놓고선 결과가 미흡하니 섭섭해했던 것 같다.
자신의 본성과 직업이 맞지 않으니, 가진 재주로 신분은 보장받지만 매력이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튀지 않으니 공무원같은 기질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런저런 것들을 진지하게 성찰해본 것이 아니라,
살다살다 흘러흘러 가다보니 저절로 알게 된 것이다.
본성이라 하지만 타고난 기질도 세월이 가면 변하는 것도 있다.
하다하다 안되면 자신도 모르게 방향을 바꾸어 변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이다.
기질이라 하지만 사회적훈련으로 직업적 소양으로 자꾸 발전하거나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
얼굴 살 붙고 둥글어지고 몸매 푸짐해져서
샤프한 이미지는 별로 없고 이제서야 편안해요 하는 평을 듣고 있는데,
실제 행동은 튀어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나도 의식못하였으니 타인의 평가가 반복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외모도 나이도 걸맞지 않게 거꾸로 사는 걸까?
의문을 뒤로 하고 수다를 떨어보자.
미녀들의 수다. (이하, 미수다)
티비프로그램 미수다에 출연할 미녀 모집중이란 자막을 보고 나는 또 병이 도진다.
아니 기질이 발동된다고 하는 게 옳겠다.
첨엔 방청객만 모집한 걸로 아는데
이래저래 주제도 떨어져가고 미녀들이 수다로 통하지 못하였는지, 출연자를 모집한다.
소재 고갈인가 싶기도 하고 미녀들의 불만이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고
쓸데없이 제작자의 상황을 짐작해보고 미녀들의 속셈을 혼자 떠보기도 한다.
방송이란 것은 해보면 정말 방송제작자들만의 작품만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출연자들에 의존해서도 안된다.
그야말로 합작이 잘 나와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제작자들이야 글타 치고
출연자들은 제작자의 의도를 잘 알아서 장단을 잘 맞춰
시청자를 위한 방송용으로 웃기거나 진지하거나 망가져주거나 솔직하거나...
뭘 해도 해야 하는데, 가만히 꿔다 논 보릿자루 같으면 얼마 못가 못 나오는 것이다.
첨엔 자신의 본성으로 사회자가 이끄는대로 묻는 말에 열심히 대답하지만
얼마 안가서 뭘 해야 되는지, 자신의 역할이 뭔지 눈치 챈 미녀들은
자신의 본성에 가열찬 속도를 가해서 자신만의 고정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게 먹히면 뜨는 것이다.
허이령을 보면 공무원스탈이 떠올라 관인상생이 되는 미녀인가 싶고,
(엄청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마음이 어질게 열려있다)
도미니끄를 보면 식상이 발달되어 있는데,
막상 직업적으로 연예계에 뛰어들면 편관기질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재주가 많은 것 같고 페미니즘 기질이 엿보인다)
따루가 내가 보기엔 최고인데, 인성과 상관의 조화가 느껴진다.
(이는 실제로 핀랜드인의 사주를 본 적이 있는 내가 그녀와 참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고라는 이유는 언어능력이 출중하고 재미도 있으며
사리분별도 잘 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인기는 '습니다브로닌'이나 '엽기사유리', '착해보이는에바'에 못미칠 것이다.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는 목포댁과 대구댁도 돋보이는 미수다출연녀들이다.
튀어나오지 않은 말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밖에 이름도 생각 안나는 미수다 출연자들은 제외하고
(튀어나오지 않는 말뚝은 결국 제외하게 되네?)
꼭 필요한 말뚝은 많이 튀어나와도 얻어맞지 않는다.
사통팔달 루반장이 떠오른다.
튀어나온 말뚝은 뭉치면 두렵지 않다.
어쨌든 한국이란 낯선 나라에서 이런저런 수다로 즐거움도 주고
자신들의 입지도 굳혀가는 미수다출연녀들.
튀든 못튀든 그들도 우리나라의 동호회나 계처럼 뭉친다.
그래야 살기 때문이다.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으면서 더욱 강해진다.
지금 나는 얻어터지고 있는 중이다.
첫댓글 "미녀들의 수다"가 식상하면 이번엔 "미녀들과 수다"로 프로의 이름을 바꾸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거기에 우리도 쪼메 낑가 주면 더 좋고...........ㅋ
오호라, 미녀들과,,위드,,,,바람직한 방향같습니다.
미녀가 아니어도 좋고 수다가 아니어도 좋겠지요/ 첨엔 그 프로그램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좋은점도 많은것 같아요. 사실 티비프로그램이 어떤 방송사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얻어걸리면 보긴 하는뎅... 미남이면 더 좋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