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아니하면/만해 한용운 나는 잠자리에 누워서 자다가 깨고 깨다가 잘 때에 외로운 등잔불은 각근한 파수꾼처럼 온밤을 지킵니다. 당신이 나를 버리지 아니하면 나는 일생의 등잔불이 되어서 당신의 백년을 지키겄습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여러 가지 글을 볼 때에 내가 요구만 하면 글은 좋은 이야기도 하고 맑은 노래도 부르고 엄숙한 교훈도 줍니다. 당신이 나를 버리지 아니하면 나는 복종의 백과전서가 되어서 당신의 요구를 순응하겄습니다. 나는 거울을 대하여 당신의 키스를 기다리는 입술을 볼 때에 속임 없는 거울은 내가 웃으면 거울도 웃고 내가 찡그리면 거울도 찡그립니다. 당신이 나를 버리지 아니하면 나는 마음의 거울이 되어서 속임없이 당신의 고락을 같이하겄습니다. -만해 한용운 시- ※ 만중불교를 제창한 승려로서, 민족의 지조를 지켜 서릿발같은 절개와 칼날 같은 의기를 보여 주었던 독립운동가로서 또한 은유와 역설 등의 탁월한 기법으로 현대시적인 자유시의 형태를 완성한 시인으로서 만해 한용운은 근세사에서 귀중한 상징적 인물로서 평가맏고 있다.
첫댓글 수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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