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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1. 12(토)
미시령 ~ 진부령(15.60km 8시간 30분 + 접근로 0km)
총 산행시간 : 8시간 30분
누적거리 : 734.65km (734.65km) 진행률 100%
인 원 : 안종선
구간 및 시간
충주 출발 05:15 - 진부령 07:50 – 미시령 08:00 - 상봉 10:05 – 신선봉
11:10 - 헬기장 12:20 - 대간령 12:40 - 암봉 13:30 - 치마바위 14:25 -
마산봉 14:50 - 미시령 16:30 – 미시령 출발 16:45 - 충주 도착 19:00
날 씨 : 미세먼지 심함, 흐림
기 온 : 고성군 -1℃ ~ 7℃
비 용 : 98,620원
백두대간의 마지막 코스를 남겨놓고 병도, 병삼이와 갈 수 있는 날을 맞추어봤으나 번번이 맞지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이 가자고 했으나 마침 학교 편입시험 실기고사가 있는 날이라 출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번 실기고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기에 혼자 마지막 코스를 실행하기로 한다. 백두대간을 시작한지가 어언 9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봄이 되기 전에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병도, 병삼이와 같이 가지 못하는 섭섭한 마음은 나중 둘이 가게 될 때 운전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래본다. 이번 마지막 구간은 전날 차박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겨울이라 접어두고 당일 새벽에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마지막 구간도 겨울이고 바위지대가 많은 곳이기에 많은 신경이 쓰인다. 특히, 눈이 어느 정도 있을지가 상당이 궁금하다.
출발하기 전날이다. 인제군 원통에 소재한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하여 미시령 옛 도로의 상태를 물어본다. 정확한 대답을 얻을 수 없어 기사가 알려준 원통소재 북면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옛 도로의 통제여부를 물어보니 통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눈이 쌓여있거나 결빙된 상태는 아닌가 보다. 한시름 마음이 놓인다.
1. 12(토) 새벽 4시 반에 기상을 한다.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운다. 충주에서 5시 10분 출발이다. 남원주 IC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IC에서 빠져나온 후 국도를 이용한다. 인제를 지나갈 때 어제 통화를 했던 택시기사에게 다시 전화를 하여 진부령에서 만날 약속을 한다. 진부령에 도착하니 택시가 먼저와 있다. 차를 진부령미술관 앞에 주차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미시령 방향으로 출발한다.
택시기사에게 계속 전화가 온다. 토요일이라 군인들이 외출 외박을 나가기 위해 계속 콜을 하기 때문이란다. 택시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나 또한 조금 늦었으면 택시를 못 탈 수도 있었단다. 혹시 미시령에서 국공파 직원이 단속을 하면 다시 돌아오다가 미시령 아래에서 세워달라고 부탁을 한다. 어떻게든 오늘 진행을 할 생각이다. ㅋ 미시령 옛 휴게소 자리에 도착하니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휴게소는 완전 철거하여 터 흔적만 남아 있다.
길옆 철조망도 뼈대만 보인다. 혹시나 모를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급히 중봉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10여분을 쉬지 않고 오르고 나서야 천천히 아래를 둘러본다. 일기예보에서 날씨는 흐리고 미세먼지가 많다고 했지만 조망이 썩 나쁘지는 않다. 한겨울의 옛 미시령 분위기는 적막 그 자체이다. 오고가는 차량들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황량하기만 하다. 내 뒤로는 작년에 지나온 황철봉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멀리서 우뚝 서 있다.
한 시간여를 진행하니 미시령 방향으로 동쪽으로부터 안개가 몰려온다. 안개에다가 미세먼지로 인해 조망은 점점 안좋아진다. 공터가 나타나고 6.25전사자 유해발견지역이라는 푯말이 있는 곳에서 길을 잘못 찾아 알바를 하고 만다. 올라가야 할 상황인데 계속 내리막 길이 나타나길래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는가 싶어서 다시 공터로 올라가 표지기를 찾고 다행히 정상적인 대간 길을 찾는다. 약 10분 정도의 알바였다.
10시경 상봉(1,239m)에 도착한다. 시야 및 조망은 아주 안좋다. 이 근처에도 6. 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지역이라고 푯말이 세워져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100여구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어떻게 북한군과 치열하게 전투가 일어났을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번 마지막 백두대간은 중간중간 많은 바위 구간과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밤새 안개가 바위에 내려앉고 얼어서인지 상당히 미끄럽다. 몇 번을 미끌어진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1시. 너덜지대로 이루어진 봉우리 2개가 나타난다.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첫 번째 봉우리로 올라가다가 길로 생각되는 곳으로 가니 대간이 아닌 엉뚱한 길이 나타난다. 불확실하여 일단 확실한 길을 찾아서 내려오니 내가 조금 전에 올라왔던 길로 생각이 든다. 다시 올라간다.
또 너덜지대에서 길을 잃는다. 두 번째 봉우리의 너덜지대를 넘어선다. 너덜지대가 상당히 많게 산 아래쪽으로 깔려있고 멀리 북쪽방향으로는 어디인지 모를 도로가 보인다. 이럴 때는 감각적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위험하며 무모한 일이다. 지형을 잘 살펴보니 아무래도 두 번째 봉우리 너덜지대를 돌아서 벗어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너덜지대를 벗어나서 숲길로 들어간다. 길이 없다. 상당히 당황스럽다.
대간길이 나타날 때까지 바위를 비껴나가며 숲을 헤치고 나아간다. 더 이상 길이 없을 경우 후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 눈앞에 표지기가 나타난다. 분명한 백두대간 길이다. 대간 길에 다시 합류하여 조금 나아가니 휴식을 취할만한 공터가 나타난다. 마음을 가다듬고 간식을 조금 먹는다. 지나온 두 개의 봉우리 너덜지대를 살펴보니 첫 번째 봉우리가 신선봉(1,204m)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최소한 20여분 이상 알바를 했으리라.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과 산줄기는 쉽게 파악이 되었지만 진행할 방향은 바로 가늠하기가 어렵다. 묵묵히 표지기와 지도를 교과서 삼아 나아가는 수밖에... 헬기장이 나타난다. 머지않아 큰새이령(대간령)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헬기장 주위에는 방공호가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다. 20여분을 더 나아가니 큰새이령이 나타난다. 많은 돌무더기가 특이하다. 왼쪽으로는 마장터, 인제군 용대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도원리, 동해안쪽 방향이다.
표지판에는 대간령의 다른 이름으로는 석파령, 새이령, 샛령이라고도 부른다고 되어있다. 또한 이 지역은 산양, 담비 수달 등 동물과 박쥐나무, 정향나무 등이 살고 있는 핵심보호구간이라고 쓰여 있다. 물과 간식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진행할 방향으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앞서 가는 사람인지 내쪽으로 오는 사람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12시 40분. 다시 출발이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사람들이 몇 명 내려온다. 인사를 주고 받는다. 단체 산악회는 아닌 것 같다. 40여분을 지나니 커다란 암벽이 나타난다. 지도상의 암봉이다. 그런데 지도에는 암봉이 두 개로 표시되어 있다. 또 하나의 암봉이 있는 건가? 바위지대인 암봉을 오르고 다시 또 하나의 암봉인 듯한 곳에 다다르니 단체 산악회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습을 나타낸다.
이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하지는 않는지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다가 어느 샛길로 들어간다. 병풍바위(1,058m)로 가는 길도 계속 오르막이다. 6시간째 산행 중이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낀다. 자주 쉬게 된다. 해가 있을 때 하산해야지 진부령 표지석에서 드론으로 셀카 사진을 찍을텐데 하고 걱정아닌 걱정을 해본다.
병풍바위에 도착한다. 그런데 병풍바위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안내판의 사진대로 아래에서 보아야지만 병풍처럼 보이는 걸까? 서둘러 마산봉(1,052m)으로 출발한다. 길이 나쁘지만은 않다. 2시 50분. 마산봉에 도착한다. 셀카를 찍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내가 가야할 방향이 헛갈린다.‘알프스리조트’방향으로 가야하는지‘흘리’로 가야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한다.‘알프스리조트’방향이다. 사전에 자료를 숙지하지 못한 탓이다. 검색해보니 어떤 사람은‘흘리’방향으로 진행을 해서 한참을 알바를 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산 아래로 폐쇄된 리조트와 그 너머로 마을이 보인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을 작지 않은 규모의 리조트가 황량하기만 하다. 리프트 또한 뼈대만 남아있어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산길을 마치고 평지로 내려선다. 사전 자료 조사에서도 가장 헛갈리는 구간이다. 산에서보다 평지에서의 길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표지기 가 많이 붙어있으면 수월하겠지만. 평지로 내려서고 이정표에서 본 진부령정상은 3.9km나 남았다. 상당히 먼 거리다. 지도상으로도 마을을 빙 둘러 돌아가게 되어있다. 부실한(?) 이정표를 눈여겨보고 정신을 바짝 가다듬은 후 제 갈 길을 찾아간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번갈아가며 광산초교 흘리분교를 지나 다시 아스팔트길로 내려서니 방향잡기가 어렵다. 표지기가 있지만 애매하여 대간 방향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련만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일단 표지기 방향으로 가본다. 조금 진행하니 또 표지기가 보인다. 확신이 서고 계속 진행한다. 흘리마을을 빙 둘러가는 형태다. 하우스 단지를 돌고 작은 동산을 넘고 다시 아스팔트 길로 내려선다.
막바지 백두대간이다. 아스팔트 길을 조금 걸어 내려가니 백두대간 기념공원이 보인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산악회나 단체에서 세운 수십개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기념비로 기억되겠지만 기념비를 꼭 세워야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안내판에서도 무분별한 기념비 설치를 염려하여 사전 협의를 거쳐서 설치하라고 적혀있다.
4시 30분. 드디어 진부령에 도착한다. 다행이 어둡기 전에 내려왔다. ‘백두대간 진부령’이라고 쓰여진 기념석 앞에서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는다. 차에서 드론도 꺼내와 낮게 띄우고 기념 사진만 간단히 찍는다. 화천, 인제, 양구 등지는 군부대 지역으로 드론 금지구역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장장 9년 1개월의 기간에 걸쳐서 종주한 백두대간이다.
병도, 병삼이와 같이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둘 또한 종주 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리라. 오늘은 특별히 마지막 구간으로서 나름 다짐과 기원도 해보았다. 첫째는 건강 다짐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건강해야 앞으로 산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더 할 수 있으리라. 물론 가족의 가장으로서 책임도 다할 수 있으리라.
또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딸 도희의 건강이다. 도희는 몸이 좋지 않다. 아니 현재로서는 완치 방법이 없다.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현재의 치료 방법으로 꾸준히 건강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을 백두대간의 종주 마지막 기원으로써 빌어본다.
구간별 거리 : 미시령-3.45-신선봉-2.85-대간령-3.55-마산-5.75-진부령
계 : 15.6
첫댓글 아 정말 대단하시네요, 9년 1개월의 대장정을 마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따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산행은 100대 명산입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24 11:5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24 14:06
제가 기분을 잘 알지요~
수고 하셨습니다.
이젠 3년 되어갑니다.
2017년 12월30일 3km걷지 않아~ 마지막 길을 걷는 순간 넘 행복했습니다.
순간순간 요즘엔 그리워져요~~
축하드립니다. 허무도 느꼈습니다. ㅋ
추카 드립니다. 진심으로 추카 드리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44회 기록 책으로 낼까 합니다. 솜씨는 없지만 딸에게 선물로요..
마지막 진부령에 도착하셨을때 기분이 어떠셨을까요..
긴시간 멋진걸음 하셨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의외로 덤덤했습니다.^^
저또한 따님의 쾌차를 위해 기원하겠습니다~
멋지십니다^^!!! 엄지척 ㅋ
감사합니다. 좋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긴 시간 수고 많았읍니다..딸 건강을 기원합니다
햇수로 10년간의 수월치 않은 기간이었을텐데 결국은 마무리 한 그 용기와 실천력에 깊은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캬~ 대단 하세요. 저 같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내 볼 종주를 하신것 축하 드립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 전 단체로 해서 2년 만에 했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수~~"짝짝짝"
정말 정말 축하 드리며 개인적으론 부럽습니다
측하드려요. 고생 많으셨겠지만 보람도 한가득일겁니다.
변함없는 빠나사랑도 경하드립니다~
우리 부부가 대간 완주한지 10년이 되어 가는데 님의 글을 보니 추억이 새롭고 60이란 나이에 또 다른 도전을 준비 합니다.고생 하셨으며 축하 드리고 따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백두대간^^ 종주내내 ^^딸 도희님의 건강을 기도하며^^ 걷고 또 걸으며^^
새힘내어 일어나셨을^^굴렁쇠님께^^승리의 박수^^
정성스럽고^^ 정성스럽게^^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도희님의 건강이 기적처럼^^회복되시길^^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굴렁쇠님^^ ^^ 예쁜세상^^ 화이팅^^ 입니다^^
따님의 완치를 기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대단한 숙제 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대간종주 많은 이들의 축하 받아 마땅할만큼 기나긴 인내와 고생이 따르죠~
축하와 함께 따님의 완쾌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