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부생활, 나의 가정생활
할 일 안 할 일 분별도 못 하고 발버둥만 쳐대다가
아들에서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손주를 보네
버려진 세월 위엔 하얀 눈이라도 덮이길 바라며
지금이 곧 신이 주신 축복이라 웃음 지을 뿐이네.
(졸 시 '손주 이부자리 개키며' 전문)
이웃들과 어울리노라면
개인의 부부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간간 듣게 된다.
남성은 아내가 냉랭하다거나 음식 솜씨가 별로라는 이야기도 하고
반대로 여성은 남편의 내조가 없어 불만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남녀 공히 배우자의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하긴 화목하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있는 건 아닐 테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또 조금 부족한 듯 표현하면 애교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좋은 것만 골라 좋은 이야기만 해서 공감을 크게 얻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는 주방에 자주 들어간다.
때가 되면 아내에게 밥상 차려 달랄 것도 없이
내가 먼저 밥상 차려놓고 같이 먹자고 청하기도 한다.
설거지 라야 별 어려운 것도 아니니
식사를 늦게까지 한 사람이 하게 마련이다.
세탁실에도 자주 들어간다.
실버세대를 살아가는 이 나이에 아내에게 특별히 부탁할 것도 없거니와
아내가 하는 일에 대해 별로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관심한 건 아니다.
나와 함께 지내든 밖에 나가 친구들과 지내든
즐겁게 지내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웃들과 이런 내용의 말을 했더니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아내를 모시는 집사라 했다.
내가 아내에게 내조를 잘하는 건진 모르지만
이런 나의 부부생활 패턴은 나의 어머님 때문인 것 같다.
벌써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지만
남성 우위의 시집에서
열다섯 대가족을 섬기는 맏며느리로서
한 많은 생을 마치셨기 때문에 늘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면 페미니스트가 되리라고 마음먹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에게 집사란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집사는 윗사람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 아내가 나의 윗사람인가?
내가 내 아내를 내조하는 게 내 아내를 모시는 일인가?
내 아내와 나는 주종관계인가?
이 시대에 자주 운위 되는 갑과 을의 관계인가?
나는 내 아내로부터 일정한 보수를 받아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닐 것이다.
그냥 가정을 꾸려 내 나름대로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나 자연이 그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자라 했다.
(존재와 시간)
이를 피투(被投)라 했는데,
이로부터 아무 생각 없이 존재한다면 그건 동물과 다를 바 없으니
내던져진 존재에서 삶을 가꾸는 현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企投)
시대를 인식함에 있어서도
인간이 마치 세계의 주인이나 되는 것처럼 행세하는 시대,
동물을 잡아먹는 고기로만 보는 시대,
심지어는 인간까지 인적자원으로만 이용하려 드는 시대에 처해있지만
자연과 인간이 스스로 그들의 진리를 드러내게 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존재자에 대한 지배자가 아니라
존재자의 파수꾼이 되라고 주문하는데
그건 존재자들 고유의 존재와 근원적 세계에 경이를 표하며
이들의 수호자가 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 아내는 내 아내만의 존재가치가 없는 것인가?
내 아내는 나의 인적자원일 뿐인가?
나는 내 아내에 대한 지배자인가?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내 아내를 수호할 책무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아내를 도와 부부생활을 하고 가정생활을 하는데
그런 나를 내 아내의 집사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우스갯소리로 해본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남녀평등을 유난히 부르짖는 요즈음
남성에게 기울든 여성에게 기울든
불평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말은 함부로 내뱉을 게 아닐 것이다.
첫댓글 나일 먹어 부부간의 잔소리는 정말 삼가해야 할 첫번째 덕목 같아요.
저 역시도 마눌한테 한 마디 잔소리 듣는 게 그렇게 싫고 짜증나더라구요.
서로를 존중해 주며 잔소리는 안 하는 게 최고 같습니다.
그게 바람직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건 아닐겁니다.
나이들어 서로 잔소리 하지도 않고 듣게도 않합니다
그게 제일 속편하고 서로 얼굴 붉힐필요도 없습니다
하라면 하고 하지말라면 않하면 끝
슬기로운 노년생활이죠~
네에 옳은 말씀이에요.
그 옛날 선배님과
대작하던 시절이 무쟈게 그립습니다 ㆍ
☆
그랬지요.
인사동 골목
피아노도 있는 그 카페였지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뭐든 기쁜 마음으로 임하면 내가 행복한것을요^^
맞아요.
좀 언짢아도 좋은척 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손자와 함께 기타치며 노래하시는 모습이 참 멋지십니다
저는 맞벌이를 하다보니 청소와 설걷이는 자주 하는데
음식은 만들지 못합니다. 하긴 아내가 반찬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놨기에 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저도 음식은 못 만듭니다.
그래서 주로 생야채를 썰어 내놓는
샐러드를 준비하는 정도지요.
역시 지혜로우신 석촌님이셔요
잔소리 듣기싫음
상대가 이런건 싫어하는구나
슬쩍 맞춰주고 하다보면
저절로 서로간섭이 줄어들텐데요
결혼후 그이가
가죽옷 백바지를 싫어해 못입게해서
입는걸 포기~안입었죠
지금은 프리합니다
가사노동에
네일 내일이 따로있나요
할수 있는사람이
시간되는 사람이
그저 조금씩하면 되는것이죠
정아 여사야 알콩달콩 아닌가요 뭐.
저는 사실 억지춘향도 많아요.ㅎ
@석촌
우리집도
그이가 억지춘향이겠죠?ㅋ
석촌님이랑 같은과같네요
아침 샐러드 잘만들거든요 ㅎ
기꺼이 기쁘게 해주는 연기 잘합니다 ㅋ
@정 아 ㅎㅎ
대금 연주도 잘 하시고 기타도 잘 치시고
석촌님의 여러 가지 소양에 오늘 또 감탄합니다.
힘드셨던 어머님의 삶이 마음 아프셔서 페미니스트가 되셨군요.
석촌님 연배에서는 흔하지 않은 가사 분담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모님의 복이십니다.
저는 이 글 읽고 우리 남편 교육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노노~~
사람 고쳐쓰는것
아니되옵니다
고치려다
관계성만 꼬이믄
더 풀기 힘들자나요
사진도 잘 찍어주시는 금손님을~~
잘 사시지 않나요?
사람을 교육시킨다는 게 쉽진 않지요.
말을 냇가에 끌고 가는 건 쉽지만
물을 마시고 안 마시고는 말의 뜻이라잖아요.ㅎ
디지털 시대 요즘
남녀평등 수위를 넘어 여성상위 시대 인거 같습니다
남편은 부인을 외조
부인은 남편을 내조 한다는 것이
시대 변천으로
적절한 부부생활 리듬에
남편이 부인을 내조
부인이 남편을 외조 하는것이
가정안전이 유지 되는거 같습니다 ㅎ^^
옳은 말씀입니다.^^
행복조건 완비이십니다
글이면 글
가정하면 가정
본인 인격까지 아주
잘 관리하고 겨신
인생 성공작이십니다.
그런가요?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뿐이지요 뭐.
시니님 태국 사진 하나로 글 하나 올려봤네요.ㅎ
이 시대에 있어 제일 바람직한 처신이시고 ㅎㅎ 지혜로운 남편의 본입니다 남자 여자 하는 일이야 따로 있겠지만 가정생활에서 솔선수범 나누어 하는건 이 시대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는걸 이상적인 부부상이라 부른답니다.
그게 좋지만은 않은데요
바라느니 내가 하는게 편해요.ㅎ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한참 부족한가 봅니다.
'어쩌다 마주친 그녀의 눈빛이 빛나는 순간!'
그냥 이겨야 하느냐?
그냥 져 주어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네에 그게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