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는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뜯어서 끓는 국물에 넣고 익혀낸 요리로 반죽의 모양을 제외한다면 칼국수와 매우 흡사한 요리다. 국수 반죽을 직접 미는 칼국수를 파는 집에서 수제비도 같이 팔며, 둘을 합친 칼제비란 메뉴도 있다.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에서는 '뜨더국/뜨덕국'으로 불린다고 한다. 요리할 때 반죽을 손으로 뚝뚝 뜯어낸다는 점 때문인 듯. 이 외에도 던지기탕이라는 별칭도 있다. 한자어로는 박탁(餺飥: 수제비 박, 수제비 탁)이라고 한다.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손(手)으로 접었다(摺)고 해서 슈져비→수제비가 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지금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불리지만,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수제비 역시 귀한 음식이어서 양반들의 접대 요리로 쓰일 정도로 고급 요리였다. 다만 이때도 밀가루를 이용하지만 않았을 뿐 대체품으로 메밀가루 등을 이용해서 서민들도 수제비를 만들어먹기는 했다. 사실 곡물 가루를 이용한 요리 중 가장 간단한 축에 속하니 굳이 밀 아니더라도 대체품이 있긴 하다. 제주도엔 지금도 메밀 가루를 이용한 '조게비(수제비의 제주도 방언)'라 불리는 전통 요리가 남아있다.
밀가루 수제비가 서민 음식이 된 것은 미국산 밀가루가 대거 유입되기 시작된 미군정 이후부터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쟁이 끝난 탓에 전투식량 수요가 줄었고, 특히 유럽 일대가 전후 복구가 제대로 되어서 유럽의 농산물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세계의 농산물의 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때 미국은 자국의 이미지를 매우 좋게 하기 위함과 동시에 자국 농민들이 손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잉여 농축산물들을 해외의 후진국들에게 열심히 원조 물자로 보내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남아도는 밀가루 처리를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본격적으로 밀가루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수입 밀가루가 국내에 흔해졌는데, 이후 부족한 쌀 생산 문제와 겹쳐 정부 차원의 밀가루 혼분식 장려운동이 시작되었고, 덕분에 수제비도 점점 서민 음식이 되어갔다.
이 당시 빈민층 가정에서 먹던 수제비는 부재료를 풍부하게 넣지 않고 보통 물에다 고추장이나 된장, 소금 등으로 간만해서 채소 조금 넣고 끓여냈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 대가족 시대였고, 분가해 산다 해도 평균 자녀수가 5명을 넘었기 때문에 수십 명이 넘는 많은 식구가 먹을 양을 한꺼번에 끓이다 보면, 요즘 수제비처럼 쫄깃한 게 아니라 퉁퉁 불어 퍼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지금도 노인들 중에서 일부는 수제비를 추억으로 즐겨먹는 반면, 일부는 반대로 가난한 시절이 떠오르고 맛없는 음식이란 생각에 지겹다고 잘 안 먹는 경우도 있다.
1990년대 들어선 일명 '항아리 수제비' 등이 한동안 인기를 끌기도 했고, 21세기 이후 퓨전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일반적인 국물에 끓여먹는 수제비가 아닌 서양식 소스와 퓨전한 뇨키풍으로 만든 수제비를 선보이는 곳도 생겨났다. 중화 요리와 퓨전한 짬뽕 수제비는 중국집에서 이젠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이고, 짜장 수제비도 존재한다. 해산물 추가는 기본. 결과적으로 이런 여러 변화 속에서 수제비는 지금도 대표적인 밀가루 음식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어쨌든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수제비가 서민들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탓에, 지금도 집안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이걸 대접하면 엄청 가엾게 보인다고 한다. 사실 밖에서 식사로 대접하기 위해 수제비 전문집에서 먹거나, 집에서 손님과 먹더라도 매운탕을 먹고 난 이후에 부차적으로 먹는 거면 몰라도, 집에서 손님에게 수제비만을 대접하는 일은 거의 없다. 손님과 집주인이 아주 친해서 귀찮게 상차림을 하지 않고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위해서 만들지 않는 이상, 별로 고급스런 대접은 아닌 셈이다. 사실상 외국의 수프에 대한 인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역에 따라 국물이나 반죽 모양이 특이한 요리가 있다. 해안 지방에서는 조개나 북어 등으로 국물을 우리거나, 아예 미역국 같은 국물에 반죽을 올갱이 모양으로 만들어서 넣기도 한다. 내륙에서는 김치나 고춧가루를 푼 새빨갛고 매콤한 국물도 있고, 된장국에 반죽을 넣기도 하며, 아예 반죽 자체를 생략하고 걸쭉하게 푼 밀가루를 국자로 떠서 꿇는 국물에 부어 만들기도 한다. 일부 매운탕 집에서는 사리 개념으로 수제비 반죽을 넣어주거나, 아예 처음부터 넣고 먹게 해주기도 한다. 라면과 함께 끓이면 라제비라는 요리가 된다. 옛날 분식집에선 자주 보이던 메뉴였으나 요즘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강남역 인근에는 아직 라제비로 유명한 분식집이 존재한다.
중국의 거다탕(疙瘩湯), 이탈리아의 뇨키, 미국의 덤플링(Dumplings) 일본의 스이톤(水団, すいとん)등이 수제비와 유사하다
나무위치, 한국의 요리.
첫댓글 마누라가 가끔씩 긇여 올리드마는, 수제비 먹어 본지도 오래인것 같으네요!ㅎㅎㅎ
내일은 한번 만들어 드셔 보시지요. 시원한 수재비국도 맛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