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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새벽강에는 은자가 살고 있었다. 새벽강에는 어떻게 가냐구? 그대 영혼이 자유롭다면 일단 새벽강에 갈 수 있는 자격은 된다.
전주 동문 네거리 근처 새벽강을 가면 당신은 여러번 놀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너무나 간단한 간판에 제일 처음 놀랄것이다.
작은 간판에 너무나 단순하게 그곳이 술집임을 알려주는 한글자 '술' 얼마나 솔직한 간판인가? 하지만 그녀는 간판쟁이가 멋대로 술이란 글자 밑에 새벽강을 붙여넣었다고 일러주듯 이야기했다.
자...그렇다면 주모 은자를 만나러 2층의 새벽강으로 올라가보자. 보통의 주택가 쪽문에서나 볼법한 투박한 철문이 새벽강의 출입구다. 옆에 붙어있는 문화행사 포스터가 아니라면 저것이 어찌 술집 출입구라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겠는가?
은자 주모는 출타중이었다. 하지만 객들이 주인이되고 주모가 객이 되어버리는것은 새벽강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단골이 주인처럼 객이 원하는 술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안주는 주모가 와야 된다면서 기다리라는 말을 너무 당당하게 한다. 아무도 그 당당한 요구에 반항(?)을 하지 않는다. 우리도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어설픈 멸치 몇마리를 잡으면서 주모를 기다렸다.
벽마다 심상찮은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은자 주모가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문화인들과의 교류가 있었는지를 가름해볼수가 있다. 사실 전주를 들리는 많은 문인들과 화가들 방송작가들은 이곳에서 술을 마신다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자리잡고 있는 북과 장구 그리고 꽹과리. 단순히 폼으로 저 좁은 집의 자리를 차고 있는것이 아니란걸 은자 주모가 신나는 날이면 알 수 있다. 다행이 우리가 갔던 그날도 주모는 신이 나있었고 꽹과리 소리는 신이 났었다.
주모가 왔다. 이미 어디서 한잔 했는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술고프다 하였더니 표고버섯 안주와 소주 한병 들고 온다. 국물이 필요하냐면서 넉넉하게 쇠고기 무국을 한그릇 덤으로 들고 온다. 주모는 역시 주모다워야 술맛이 산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소리하나 하겠다며 객의 동의는 필요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북치고 장구치는 저들또한 객들이었다. 꽹과리는 주모가 맡아서 한바탕 신나는 소리마당이 펼쳐졌다.
시간이 늦어져서 이제 일어서야 겠다며 주모에게 갔더니 언제쯤 자기가 끼어들까 눈치보고 있었다면 잠시 기다리라더니 소주 한병과 작년 김장때 담궜다는 잘 삭은 고들빼기 김치 한접시를 들고 온다. 겨우 만사천원 나온 술손님에게 국물 한대접과 소주한병 그리고 숨겨둔 김치까지 들고 나올 수 있는 그녀는 진정한 주모의 모습이었다.
과음한(?) 탓에 부득이 흑백처리함 ㅜ.ㅜ
이제 전주에 간다면 아마도 새벽강을 들리지않고는 지나지 못할 것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그렇게 저 투박한 쇠문을 열고 은자주모를 찾을것이다. 기분 좋은 술집에선 술도 술술 잘넘어가서 과음(?)한 탓에 새벽에 깨서 냉수까지 마셔야 했다.
술집 새벽강. 그곳에는 은자가 살고 있다. |
첫댓글 별꽃님 언제 전주까지 다녀가셨나봐요. 좋은 소개 감사해요.. 언제 함 가봐야 겠네요. 동문사거리 새벽강..^^
전주는 더러 가요. 완주쪽으로 자주 가다보니까요. 아주 좋은 곳이죠.
아주 특별한 술집이네요....*^^*
우리도 함 가볼까여~? ㅎㅎ
그럼 제가 술값 낼께요...자히르님은 비행기표값 내 주세여^^
ㅋㅋㅋ 두 분 합의 끝나면 연락주세요. 제가 안내할게요^^
저는 따라만 가면 되는거죠?ㅎㅎㅎ
그럼 초록별님도....끄적끄적 수첩에 메모중....
러브님이 계신 전주 좋은 동네예요. (커피님.. 또 술동이째로 들이부었군----)
담날 전주 콩나물국밥으로 해장까지 마무리 했더니 들이 부어도 괜찮습니다용~
콩나물 국밥 어디서 드셨나요? 삼백집? 한일관? 동문사거리에서 삼백집이나 한일관은 걷기에는 쬐끔 먼거린데..
서울소바의 메밀국수도 끝내주는데요..가정회관이나 중앙회관의 비빔밥도 괜찮고 담에 전주 가면 한번 맛 보세요, 전주에서 진안가는 쪽으로 가다보면 소양의 할머니집 순두부도 좋아요.
이번엔 왱이집에서 먹었어요. 삼백집은 친구가 가봤다고해서 비켜갔구요 다음엔 중앙회관에서 비빔밥 먹으려구요. 완주쪽에선 화심순두부집엘 자주가요^^
비빔밥은 중앙회관보다는 한국집(경원동 전북예술회관 맞은편)을 추천합니다.화심순두부집은 시내에서 가까운 중화산동에 분점이 생겼구요.(맛은 화심과 차이 없음)
그라믄 담엔 전주가면 한국집에서 비빔밥을 먹어야 되나요?
전주비빔밤.......너무너무너무 좋아해요.
별꽃님도 주모도 참 평화롭고 자유로와 보여요....^^*
무척 특이한 주모였어요. 한마디로 좋았다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