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천국에 가입한 첫번째 이유...
봉사활동을 한다는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가입한거니까 봉사활동에 참석하는 건 당연한데..
낯가림이 심한 나는 공지사항이 올라온 이후 눈치만 보고 있다..
첨 뵙는 낯선분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을려나... 이 넘의 낯가림은 이 나이가
되도록 내 다리를 거머쥐고 놔줄 생각을 안한다..
참석하는 분이 적으면 나라도 가야지..하는 마음으로 참석자 댓글만 매일매일 체크하다가 ..
선착순 10명안에 못들면 가고 싶어도 못갈텐데..라는 위기의식(?)으로 결심을 하고 늦으막히 참석 댓글을 달았다..
토요일 아침 늦지 않게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나갈 채비를 다하고.. 밖의 날씨가 얼마나 추울려나..
창문열어 확인 할려다가..허걱.... 이럴 어째... 눈이 온다..ㅠ.ㅠ
삼한 사온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요즘 ..눈내리면 이건 완전 스케이트 장이다..
행여 눈길에 넘어져 뼈라도 부러지면 이 나이에 잘 붙지도 않을거같아..
허둥지둥 운동화로 갈아신고..중계동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연신내에서 중계동까지 전철로만 거의 한시간 가량..
으흑.. 예상시간 오버다..
결국 30분 정도 늦게 중계동 복지회관에 도착하니..
작지 않은 주방인데도 사람들로 꽉차서..북적북적한다..
늦게 와서 안그래도 미안해죽겠는데.. 낯가림이라는 녀석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주방 구석에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서 잠시 돌아가는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한다..
(이래뵈도 눈치는 좀 있는 편이라..)
다들 아라봉..이라는 오렌지색 이쁜 앞치마를 두르고 바삐 움직이고 계셨다..
늦게온 죄로 앞치마 남은거 있냐는 말도 못하고..ㅠ.ㅠ
주방에 비치되어 있는 앞치마를 허락도 없이 두르고..싱크대에 자리 잡고 섰다..
벽을 친구삼아.. 정말 열심히 그릇을 닦고 또 닦는다...^^;
오로지 이길만이 내가 살길이다(?)라는 생각으로...ㅎㅎ
원래 설겆이 할때 고무장갑을 안끼는 스타일이라 맨손으로 설겆이를 하다보니..
목욕탕에서 서너시간 불린것처럼 손바닥이 조글조글 해진다..
오늘의 라면은 설렁탕 라면...
아라봉 식구들은 능숙한 솜씨로 한쪽에선 고기 육수를 만들고..
또 한쪽에서는 고명을 만들고..
저쪽에선 라면을 삶고...
척척..자기 일을 알아서 잘도 하신다..
한두번 해보신 솜씨가 아닌거 같다..
속으로 감탄사 연발...
오늘 라면은 중계동 노인회관에 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대접한다고 한다..
연세있으신분들이 라면을 좋아할려나..내심 걱정했는데..
그 걱정은 기우였다..
국물하나 안 남기시고 다들 너무 맛나게 드시고 싹싹 빈그릇들을 내오신다..
(덕분에 신참 설겆이 하기엔 너무 좋았다는..ㅎㅎ)
정신없는 배식시간이 끝나고.. 고생한 회원분들 라면 한그릇씩 드세요.. 하신다..
아침을 안먹고 온터라..출출하던 터에 제일 양많은(부끄..) 라면 한그릇을 들고..
자리에 앉아서 함께 봉사활동 오신분들과 몇마디 인사를 나누며 라면을 먹었다.
사실 오늘은 KTV라는 방송국에서 VJ한분이 나오셔서 라면천국의 봉사활동을 내내 촬영하고
계셨다.. 테이블에 앉아 라면을 먹는 그 순간 옆자리에 계신 분들을 인터뷰하신다..
옆모습이라도 찍힐려나..이쁘게 먹어야지 하며 내숭떨고 있는데...
소고기 육수를 낸 라면이 어찌나 맛있는지..
옆에서 촬영을 하든말든 우걱우걱 라면 먹고 있는 내 모습이..내가 생각해도 차암 웃긴다..ㅎㅎㅎㅎㅎㅎㅎ
배불리 라면을 먹고 일어서는데..
오늘 오신 회원분중 한분이..그 사이 특제 해물 떡볶이를 만들어서 내주신다..
떡볶이 많이 먹어봤지만.. 왕새우랑 조개가 듬뿍든 해물 떡볶이는 처음이다..
터질듯한 배를 움켜쥐고 체면불구하고 떡볶이를 시식한다..
처음 먹어보는 해물떡볶이에서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진다..
"음..보통솜씨가 아닌걸..(우걱 우걱..)"
고생하는 회원분들을 위해 손수 그 재료들들 준비해오신 남자분..(콧수염과 선글라스가 멋진..)
성함도 못여쭤봤는데.. 연신내 같은 동민..이라죠..?
너무 감사히..잘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한장 찍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짧은 인사말로
해산식을 대신한다..
처음 참석한거라 제대로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설겆이만 했지만..
그래도 멋진 아라봉 식구들 틈에 끼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가슴 뿌듯한 하루였다..
다음에 먼저 다가가서 회원분들께 인사도 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배식도 도와드리고 싶고..
오렌지색 이쁜 앞치마도 두르고 싶다..ㅎㅎㅎ
아라봉 식구로 오래오래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어수룩한 후기....마침...^^*
첫댓글 오호... 처음 참가하신 그 느낌을 정말 잘도 적어주셨습니다! 처음의 그 뻘쭘함이란... 누구나가 격어야하는 마음의 신고식이라 생각하시고여... 담부텀 편안한 마음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라봉 식구가 되어주셔서...ㅎ
아..라통님..까페 운영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한번의 뻘쭘함을 겪었으니...담부턴 친근함으로 다가갈 수 있을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호라님 넘 반가웟습니다...설겆이 하기가 제일 힘든 일이라는거 해보셨으니까 아시리라...처음오신분 갖지않게 너무 열심히 설겆이 해줘 우리가 더 고마웠어요...어찌나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던지...그릇이 모자라 세번이나 쉬었다 라면배식을 했었답니다...그릇빨리 그릇빨리...라면은 불고...속이 시꺼멓게 [아주 많이?] 탈뻔 했지만 호라님덕분에 무사히 쫄깃쫄깃한 봉희설렁탕을 맛있게 대접해 드릴수 있어서 다른때보다 더 흐믓하고 뿌듯한 하루였답니다...전 일산댁이예요...주엽역에서 8시경 출발해 동생들과 조카들 합류해 복지관으로 고고씽 한답니다..다음에도 꼭 함께 해주세요..꼭 부탁드립니다..호라님 홧팅!!!
명정님...^^;; 얼굴이랑 대명이 매치가 안될땐 참 안타깝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성함이라도 여쭤볼껄^^;
음식 못하는 저한테는 설겆이가 제일 쉽답니다..ㅎㅎ
저는 제가 멀리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주엽에서 오신분도 계시고..정말 깨갱입니다..ㅠ.ㅠ
조카들에게 정말 좋은 교육이 되었을거 같아요..담에도 설겆이 시켜주세요..ㅎㅎ
조금만 더 하면.. 생활의 달인..에도 나갈 수 있을거 같습니다..ㅎㅎ
여긴 수원이라.......
아무래도 넘멀다는 핑게를 대보네요......
첨뵙습니다. 순진아찌님..^^;;
저도 참석하기 전에는 제가 젤 멀리서 오는걸로 생각했는데..
안양에서 오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ㅎㅎ
수원이면 빨리 올수 있는데 ㅋㅋ
안녕하세요..^^ 음악하는 운영자님..
혹시 석현님..??
와우 이름 기억하시네요 ㅋㅋ
그날 결혼식에 넘 늦어서...괜찮으셨어요..? ^^;;
시종일관 "어르신.. 고맙습니다"라며 큰 소리로 인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어요..^^*고생 많으셨습니다...
호라님이 가신 연신내에서 중계동까지 한 시간 거리면 대구서 포항까지는 되겠습니다
먼길 가셔서 봉사활동하신 호라님 이유불문 무조건 행복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감사합니다..에어백님...^^;;
그러고 보니.. 대구서 포항가는것도 그 시간쯤 걸리겠네요..ㅎㅎ
저보다 더 멀리서 오신 분들도 많으셨어요... 전 그나마 보통 거리...^^;;;;;
새해 좋은일 많이 생기시길 바래요..에어백님..
고생히셨어용~ 너므 욜시미 해주셔서 감사했다능~ 담달에도 함께 해주시리라 믿습니당~ ^^
녜... 은주리님..^^;; 고생많으셨어요..
눈길에 조심해서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