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당시 유시민의원을 인터뷰한 지유철씨의 발언입니다. 좀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보기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유시민 의원의 기독교 발언에 대한 당시 인터뷰이의 입장
1.
안녕하세요? 지강유철입니다. 저는 2002년 8월, 그러니까 유시민 의원이 휫슬을 내던지고 정치판에 뛰어 들던 때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에 인터뷰를 게제하기 위해 유시민 의원을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만났습니다.
2.
'지유철의 선택과 옹호'라는 이름을 걸고 연재되었던 저의 인터뷰는 우리 시대의 아웃사이더 혹은 마이너들을 만나서 저들을 옹호하는 한편 저들의 눈에 비친 한국 기독교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겸허하게 듣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때문에 기독교 잡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나는 70-80%의 인터뷰어들은 기독교 신앙과 무관한 분들이었습니다.
3.
때문에 저는 유시민 의원을 만나서도 한국 기독교에 관한 질문을 묻지 않을 수 없었고, 유시민 의원의 답변은 제가 만났던 41명의 인터뷰어들 중 가장 명확하고 저를 부끄럽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까지도 유시민 의원의 애정어린 기독교 비판을 제 가슴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4.
최근 일 주일 사이에 저는 이 인터뷰와 관련하여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에서부터과 기독교계 신문의 기자의 전화, 인터뷰에 언급된 여의도 한 교회의 문의, 여러 교회 목사님들의 잡지 구입, 심지어 민주당 부대변인 장전형 의원으로부터도 전화를 받은 바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저의 인터뷰 내용의 일부가 '조중동S'와 수구 기독교 세력, 더나아가서는 한민당이 유시민 의원의 낙선은 물론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 호재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여기에 인터뷰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 전문을 밝히는 바입니다.
5.
저의 인터뷰는 두 개의 판본이 있습니다. 하나는 잡지에 실렸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으로 출간된 <안티 혹은 마이너> (우물이 있는 집)에 실린 판본입니다. <안티 혹은 마이너>는 잡지에서 생략되었던 부분을 복원시켰구요.
<안티 혹은 마이너>에 실린 유시민 의원의 기독교 관련 부분
한국 기독교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가.
우리 기독교라?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 골라가면서 다 한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고 했는데 통성기도 하고, 왼손이 하는 일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드러내 놓고 자선행위를 한다. 외식하지 말라고 했는데 성전 엄청 크게 때려 짓는다. 얼마나 많은 교회의 설교들이 대중을 무지와 미몽 속에 묶어 놓는가. 징역 살면서 조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열성 신자가 틀어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들었다. 들어보니 미국이 어떻게 불황을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전부 거짓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엉터리로 이야기하더라. 그런 헛된 선전을 어마어마하게 해 댄다. 대한민국에 교회가 많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생각한다. 아무 종교도 없지만 감옥에서 성경은 많이 읽었다. 정말 한국 교회는 어쩌면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가면서 할 수가 있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종교 기관을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신적 안정, 그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든 단기간에 사람을 마취시키는 것이든 그걸 주는 댓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도덕은 지키고 하자. 지금 한국 교회가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거의 절망적이다. 내가 사는 일산에 교회 엄청 많은 데 밤에 네온사인 켜져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무섭다. 끔찍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한완상 전 부총리도 예수가 한국에 오면 일요일 교회 안 갈 것이라고 했다.
다 때려부술 것이다. 왜 교회는 사람들을 어린애로 만드는가. 나는 교회가 무섭다. 종교는 무섭지 않은 데 한국 교회는 무섭다. 겁이 난다. (침묵)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와 가장 닮은 데가 한국 교회다. 총체적 부패, 총제적인 불투명성, 총체적인 권위주의, 총체적인 무비판, 이런 게 다 집약되어 있는 게 한국 교회다. 나는 교회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곁눈질로 구경은 해 보았다.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
교회가 그렇다는 것이지 신도들 개개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교회 안 나가고 그냥 혼자 신앙을 지키거나 아니면 정말 바른 신앙, 이 표현도 문제지만, 그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조그마한 교회를 이루지 큰 교회는 안 갈 것 같다.
리영희 선생을 떠올리면 그분이 쓴 <스핑크스의 코>가 떠오른다. 리영희만큼 나의 기독교적 양심을 건드린 저자는 없었다. 나는 <스핑크스의 코>를 읽으며 기독교가 역사 속에서 저질러온 만행으로 깊은 충격과 부끄러움을 경험했다. 유시민이 다시 나를 일깨운 것은 항소 이유서에 담겨 있는 분노였고, 기독교적 양심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 기독교를 말하기 위해 먼 곳을 응시하던 그의 눈동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마치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흘러나오던 거침없이 한국 기독교에 대한 그의 비판과 그 투명한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유시민을 옹호하는 것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생각을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온 몸으로 던질 수 있는 용기와 판단력 때문이다. 조금 길지만 절필을 선언하면서 했던 오마이뉴스 이한기 기자와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을 인용한다.
“정당의 목적이 집권이라는 잠꼬대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외국의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집권 연정의 주니어 파트너인 독일 녹색당은 1980년대 초부터 지방의회에 진출하기 시작해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주체가 되어) 집권을 하지 못했다. 녹색당은 전체 의석수가 6~7%인 미니 야당이었지만, 사민당과 기민련 등 거대 정당의 환경정책을 다 바꾸어 놓았다. 녹색당이 야당으로 있으면서 환경공약을 지속적으로 내놓았고, 거대 정당들은 표를 의식해 자기 당 환경 강령을 녹색당에 가깝게 수정해왔다. 정당은 이처럼 정치적인 꿈과 이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어야 한다. 집권당이 되면 그 꿈은 더 빨리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겠지만, 야당이라고 해서 못 이루는 것은 아니다. [....] 신당․재창당․반창연대 등을 앞세우는 것은 정치 모리배 집단․정치업자들이나 할 일이지, 정치지도자가 할 일은 전혀 아니다. 나도 이런 말을 직접 하기 위해 칼럼니스트를 집어치운 것이다."
2002년을 떠올릴 때마다 대통령 선거가 생각나고, 그 대통령 선거를 생각할 때마다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유시민이 보여주었던 용기와 정확한 판단력이 아름답게 추억될 수 있도록 이번 대선의 결과가 희망적이길 소망한다. 또한 계속해서 유시민이 우리 사회와 정치와 양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로서 의 사명에 충실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인터넷에 무단 유보된 <복음과 상황>의 기독교 관련 부분
한국 기독교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기독교라....!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 골라가면서 다 한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라 했는 데 통성기도 하고, 왼손이 하는 일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 데 드러내 놓고 자선행위를 한다. 외식하지 말라고 했는 데 성전 엄청 크게 때려 짓는다. 얼마나 많은 교회의 설교들이 대중을 무지와 미몽 속에 묶어 놓는가. 징역 살면서 조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열성 신자가 틀어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들었다. 들어보니 미국이 어떻게 불황을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전부 거짓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엉터리로 이야기하더라. 그런 헛된 선전을 어마어마하게 해 댄다. 대한민국에 교회가 많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아무 종교도 없지만 나도 감옥에서 성경은 많이 읽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종교 기관을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신적 안정, 그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든 단기간에 사람을 마취시키는 것이든 그걸 주는 댓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 말이다. 그러나 상도덕은 지키고 하자. 지금 한국 교회가 하는 것을 짓을 보면 이것은 거의 절망적이다. 내가 사는 일산에 교회 엄청 많은 데 네온사인 켜져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무섭다. 끔찍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한완상 전 부총리도 예수가 한국에 오면 일요일 교회 안 갈 것이라고 했다.
다 때려부술 것이다. 그리고, 왜 교회는 사람들을 어린애로 만드는가! 나는 교회가 무섭다. 종교는 무섭지 않은 데 한국 교회는 무섭다. 겁이 난다. (긴 침묵) 오늘의 대한 민국 사회와 가장 닮은 데가 한국 교회다. 총체적 부패! 총제적인 불투명성! 총체적인 권위주의! 총체적인 무비판! 이런 게 다 집약되어 있는 게 한국 교회다. 교회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곁눈질로 구경은 해 보았다.
부끄럽고, 할 말이 없다.
교회가 그렇다는 것이지 신도들 개개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교회 안 나가고 그냥 혼자 신앙을 지키거나 아니면 정말 바른 신앙(이 표현도 문제지만)을 가진 사람들과 조그마한 교회를 이루지 큰 교회는 안 갈 것 같다.
리영희 선생하면 나는 그분이 쓴 <스핑크스의 코>가 떠오른다. 리영희만큼 나의 기독교적 양심을 건드린 저자는 없다. 나는 <스핑크스의 코>를 읽으며 기독교가 역사 속에서 저질러온 만행으로 깊은 충격과 부끄러움을 경험했다. 유시민을 만났다. 그를 만났던 것은 절필을 선언하고 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반칙을 응징하고 노무현을 옹호하겠다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가 건드린 것은 다시 기독교적 양심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 기독교를 말하기 위해 먼 곳을 응시하던 그의 눈동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만약 사진 기자였다면 준비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처럼 흘러나오던 한국 기독교에 대한 그의 비판과 그 투명한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을 것 같다. 유시민이 우리 사회와 정치와 양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로서 올 곧게 서길 기대한다.
6. 저는 유시민 의원을 인터뷰했던 당사자로서 유시민 의원의 진정성을 추호도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 기독교에 대한 그의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성찰해야 할 내용이지 명예 훼손을 운운할 대목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국 기독교를 말하기 위해 유시민 의원이 숨을 고르면서 먼 곳을 응시하던 그 시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