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29.
화창한 출발이다.
Stafford Vine Hotel에서 요숙표 보쌈정식과 뜨거운 커피로 출발 준비를 하고.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을 향한다.
Stafford에서 Dublin으로 가는 길은 런던 서북쪽 450km 떨어진 Hollyhead로 간 다음 ferry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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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긴 수난의 역사를 가졌지만 문화의 향기가 있다.
아일랜드는 여러 차례 외부의 침략을 받았고 결국 1,500년대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카톨릭이었던 까닭에 영국 개신교의 심한 탄압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식민지배에도 아일랜드의 말인 게일어(Gaeilge)를 잃지 않았다니 대단한 민족이다. 지금은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지만 아일랜드인끼리는 게일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일랜드 독립의 단초가 된 1916년 '부활절 봉기'가 1919년 3.1운동과 비슷하고 2차대전 후 1949년 독립과 아일랜드 내전을 겪은 것도 우리의 역사와 비슷하다. 겪어온 역사가 비슷하면 민족성에도 비슷한 점이 생기는가.
마음이 가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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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로 가는 길과 갈라지면서
웨일즈(Wales)로 들어간다.
교통 표지판에 이상한 글이 영어와 함께 적혀 있다. ... ARAFWCH NAWR. 무슨 말이고?
신기하다.
Reduce Speed Now.
속도를 줄이라는 웨일즈 말이다.
같은 영국 땅인데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을 보면 웨일즈도 독립된 나라였다는 증거이다.
웨일즈어는 지금은 거의 쇠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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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erry도 예약이 없다.
요즘 세상에 예약은 기본이다.
그렇지만 하고 싶어도 안되니까 못하는 심정은 오늘 못타면 내일 가면 된다로 바뀐다.
차 싣는 공간이 엄청나게 크다. 이만큼 커도 한 대의 공간도 없이 꽉 채워 출항했다.
크루저 여행이 따로 있나.
더블린까지 세시간.
장판같은 바다를 똑~ 바로 나아간다.
Bar에 앉아 여행기를 쓰는데 전. 후 좌우에서 온갖 언어로 떠들썩하다. 혹 가다 아는 말이 들리는 영어는 마치 모국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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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거쳐 Dublin 시내로 들어왔다. 아일랜드도 차가 좌측통행이다.
오래된 도시인 더블린 시내 운전은 엄청나게 복잡하다. 그렇지만 크락숀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차량이 뒤얽혀도 누구나 말없이 기다리니 자연스레 곧 통행이 재개된다. 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고상한 풍경이다.
미로같은 더블린 시내를 뚫고 호텔의 지하 주차장에 안착했다. 뜨거운 샤워로 긴장을 씻어낸다.
내일 아침에 만날 아일랜드는 어떤 모습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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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30.
요숙표 샤브샤브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씩씩하게 길을 나선다.
아름다운 더블린 시내가 열린다.
아일랜드의 교과부(Department of education and skills)에 모델을 세웠다가
제임스 조이스센타를 찾는다.
"나는 율리시즈를 썼소. 당신은 무엇을 했소" 라는 말 속에서 제임스 조이스를 느낀다.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은 읽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떠오르는대로 적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언어가 뒤섞여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제임스 조이스 자신이 만든 단어가 섞여있다니 어찌 읽기가 쉬울까?
그의 숙모가 그의 책을 읽고는 읽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평을 했단다. 제임스는 "이 책을 읽기가 적절하지 않다면 인생은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오" 라고 했단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파리에서 오래 살았고 바탕은 유대인이었던 제임스는 어디에서도 이방인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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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높은 더블린의 명물 Spire 바로 옆에 제임스 조이스의 조각상이 있다.
다리 아픈 할배 그냥 계시도록 하고 요숙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소설 율리시즈 속의 SWENY 약국
소설 속의 주인공 블룸이 여기서 레몬비누를 산다. 소설 속의 시간에 맞춰 조이스의 팬들이 들르는 약국이다.
지금은 약국도 서점도 아니고 젊은 아가씨 둘이 관광객을 맞는다. 요숙이 이 SWENY 찾기를 포기했다가 우연히 찾아서 매우 기뻐했다.
가게 아가씨들과 그런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는데 요숙이 그마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거 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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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다는 트리니티 대학을 찾았다. 트리니티 대학은 아일랜드 최고의 대학이자 유럽의 명문대학이다
우째 알고 오는지 관광객이 줄을 섰다. 아예 대학 탐방 티켓이 따로 있고 유료 해설가도 있다.
아마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이 영화 해리포터의 촬영지였던 까닭이 아닐까.
(... 사진 촬영 금지라 위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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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작가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 1854 ~1900)를 찾아간다.
오스카 와일드는 더블린에서 태어나 트리니티 칼리지와 옥스포드대학에서 공부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 경험이란 인간이 자신의 잘못에 붙이는 별명이다.
... 교육은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 스스로 가치있다고 깨달은 것들이 교육을 통해 깨우쳐진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 이 세상의 비극은 두가지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 미모는 생각있는 남성이면 누구나 빠지고 싶어하는 함정이다. (오스카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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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투어 장소. 더블린 작가박물관(The Dublin Writers Museum).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우리에게는 '이니스프리의 호도'로 알려져 있다.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속에 나 혼자 살리...
예이츠는 아일랜드 사람이다. 그의 고향에는 그의 시에 나오는 것처럼 슬라이고 근처의 호수의 섬이 있는데 차로 40분을 더 가야 한다기에 가지 못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TV에서 봤으니...
예이츠는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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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도 아일랜드 사람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묘비명이 있다.
... 우물쭈물 하다가 내 그럴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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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을 떠나 독립하지 못하고 영국으로 남은 북아일랜드로 갔다.
스코틀랜드로 가는 길목인 항구도시 란(Larne)의 캠핑장에서 하루를 머문다.
내일 스코틀랜드로 가는 ferry를 예약했다.
비가 내렸지만 잔디가 잘 가꿔진 이쁜 캠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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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31.
출항 1시간 전까지 선적 대기를 위해 아침부터 일찍감치 서두른다.
P&O ferry에서 내려다 보이는 북아일랜드 모습이다.
어디서나 같은 마음이지만 아일랜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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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떠난지 두 시간만에 ferry는 스코틀랜드 케언리안(Cairnryan)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파리에서 산 국산 라면 2개를 꺼내든다.
쵝오.쵝오.
인생에 더 이상은 없다.
... 요숙. 바닷물에 무좀 치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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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우(Glasgow)에 도착한다.
글래스고우의 지하철은 영국에서 두번째이고 세계에서는 네번째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번성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글래스고우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 있는 George Square에는 7개의 동상이 줄지어 있다. 그 중에 사진의 동상이 제임스 와트다.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을 발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긴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니 발명했다고 하기엔 애매하다.
그러나 그가 대량생산과 운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고 그로써 세계가 변화되었음은 분명하다.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제임스 와트에 대해 한 말을 옮긴다면,
“우리에게 오전 8시 17분이란 매우 각별한 그 무엇을 뜻한다. 그것이 통근 열차의 출발 시각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에게는 그런 시각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볼 때 와트와 스티븐스 (증기기관차를 실용화 한)는 시간을 발명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전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와트(Watt)가 그의 이름을 기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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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간다.
스코틀랜드는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여러 곳들 모두 사랑스럽고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특히 노르웨이의 강렬한 아름다움은 대단했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싶은 아름다운 곳을 들라면 주저없이 스코틀랜드를 들 것이다.
특별한 것이 없으면서도 매우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편안한.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 싶은 스코틀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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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종착지 세인트 앤드류스의 올드코스에 도착한다. 골프박물관 입구인데
요숙이 쓰담하는 인물이 타이거우즈다.
드디어 도착한 세인트 앤드류스 링크(St. Andrew's Link)의 올드코스.
어찌 감격이 없으리오.
집에서 여기까지 골프클럽을 가져온 골광 요숙과 미송이다.
600년된 골프장이다. 골프의 성지라 할만하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골프의 발상지인 St. Andrew's Link의 올드코스에서 골프를 쳐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일런지도 모른다.
이 클럽하우스 라운지에는 다른 골프장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합니다.
St. Andrew's Link의 골프코스에는 18홀 코스가 6개가 있는데 그 중에 주빌리코스. 뉴코스. 올드코스 세개가 챔피언십 코스이다.
미송의 등 뒤 오른쪽부터 첫번째가 주빌리코스. 다음이 뉴코스. 왼쪽에 조그마하게 보이는 것이 올드코스이다.
The Open과 British Open으로 유명한 코스다.
주빌리 1번 티박스에 서니 힘이 불끈 들어간다.
요숙의 성화에 못 이겨 한 컷한다.
St. Andrew's Link는 바다와 바로 이어져 있고 배타적인 다른 골프장과는 달리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예약은 어렵지만 언제라도 직접 와서 줄을서면 라운딩이 가능하다. 세계최대의 퍼블릭 골프장인 것이다. 이런 점이 과연 골프의 성지답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골광 요숙과 미송의 행복한 하루였다.
그럼 또 다음 회에~
첫댓글 나래이션과 출연진들이 점점 세련되고 평안해지니 댓글도 좀 발전해야한다는~
저도 웬지 스코틀래드의 평안함이~ 평화로운 감도으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감사한 맘으로 카페를 다녀갑니다♡
Ferry의 Bar 사이 통로에 서 있는 요숙의 모습이 단아하고 그럴듯하네요. 영국의 대문호들에 대한
미송의 소개와 해설이 영문학도인지 물리학도인지 헷갈리게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자연을 닮아가는 두 분이 바로 선남선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