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전쟁에서 항우의 최대 실책은 홍문에서 유방을 죽이지 못한 일이다. 항우는 유방보다 군사가 4배 많았다. 이게 그에겐 독이 됐다. 굳이 유방을 제거하지 않아도 천하는 이미 수중에 들어왔다고 여겼다. 측근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단 한 사람 칠순이 넘은 책사 범증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건달 시절 유방은 재물과 여색을 탐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의 뜻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 없애야 한다." 범증의 간곡한 조언을 항우는 무시했다. 위협을 느낀 유방이 한껏 몸을 낮추자 방심했다.
항우가 머뭇거리자 범증은 항우의 사촌 동생 항장을 시켜 칼춤을 추는 척하며 유방을 죽이라고 했다. 이에 유방의 책사 장량은 번쾌에게 맞칼춤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홍문의 연회'로 알려진 초한전쟁의 명장면은 이렇게 연출됐다. 위기에서 벗어난 유방은 초한전쟁의 승자가 된다.
범증은 항우의 오판을 비난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어린 놈과는 일을 도모할 수 없다. 천하를 제패할 자는 유방이 될 것이다." 범증은 유방의 이간계로 항우가 의심하자 표표히 떠났다.
유방은 훗날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고백했다. "항우에게는 범증이 있었으나 그를 제대로 쓰지 못해 내게 패했다."
팔순이 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등판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캠프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수차례 대선을 경험했다. 윤석열 후보에겐 큰 자산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까칠한 성격을 윤 후보가 어떻게 포용할지가 관건이다. 김 전 위원장은 벌써 윤 후보를 난처하게 만드는 조건을 내걸었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덕을 보지 않을까 하고 모여든 '자리 사냥꾼들'이 캠프에 너무 많다며 물갈이를 요구한 것이다. 윤 후보가 이를 수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점은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