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사람들
고성 공현진해변에서의 야간 사진놀이
2023.2.7(화)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진모임에서 모처럼 무박으로 강원도 고성을 다녀왔다. 밤 11시에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 새벽 1시 반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에 위치한 공현진항에 도착했다.
차내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3시경에 깜깜한 밤, 파도소리만 정적을 깨우는 공현진 해변으로 나왔다. 공현진 해변에서 Light Painting연습 좀 해본 후 일출과 새벽 은하수도 찍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해변 가로등이 너무 밝아 Light Painting 등 빛놀이하기에는 그리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어찌하랴. 할 수 없이 어두운 바다 쪽을 배경으로 최대한 해안가에 다가가 연습을 해볼 수 밖에 없다. 은하수 촬영은 밤 9시 전후에 볼 수 있는 여름이 제일 좋지만 겨울에도 날씨가 맑으면 새벽 5시 경 해뜨기 전에 동해로 올라오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공현진 해변에는 일출명소로 유명한 '수뭇개바위'가 있다. 일출 명소 중 하나인 이 바위는 옵바위, 수뭇개바위 두 가지로 불리다가 2017년 고성군에 의해 정식 명칭이 수뭇개바위로 정해졌다고 한다. 수뭇개바위의 유래는 바위 3개가 묶여 있어서 삼속도(三束島)라고 불렀는데 삼속도의 한글 표현 셔뭇뒤가 스뭇대로 변행되어 불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수뭇개로 변음되어 구전되었다고 한다.
정월 초하루 수뭇개바위 위로 떠오르는 새해 일출은 환상적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필자 일행이 방문한 2월7일(화)에는 구름이 많아 일출과 은하수를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대신 수뭇개바위를 배경으로 장노출과 Lighting 연습을 해봤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풀려 해변인데도 큰 추위는 느끼지않았다. 고성능 손전등을 대각선 방향으로 비추고 장노출을 줘 마치 레이저 광선을 쏘듯 연출을 하기도 하고,
*공현진 해변에서 필자는 픽셀스틱 연출을 하느라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 대신 몇년 전 서울숲에서 찍은 픽셀스틱 실례를 올림.
다양한 칼러의 소전구가 달린 픽셀스틱을 움직여 색다른 Lighting Effects를 표현해보기도 하였다.
장노출 촬영은 아침까지 이어졌다. 장노출 촬영은 파도가 거칠고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이 좋지만 동해안은 동해안 대로 매력이 있다. 요즘은 1시간 이상의 한 컷 긴 장노출보다는 카메라의 열화방지와 노이즈 감소 등을 위해 3분 전후의 짧은 장노출을 여러장 찍어 포토샵 Stack Mode로 합성하는 방법을 즐겨 쓰는 편이다.
깜깜한 밤인데도 장노출을 주면 수뭇개바위가 조명을 비춘 듯 밝게 보이고 파도가 죽은 듯 잔잔하다. 시간이, 지구의 움직임이 잠시 죽은 듯이 멈춰 있다. 작은 바위에 갈매기 한 마리가 보인다. 카메라의 셔터를 10여 분 열어놓고 있는 동안 그 갈매기가 거의 움직이지않고 그대로 서 있다. 신기하다. 갈매기 모델이여 고맙다. 제목을 '부동자세'라 붙여본다.
다음은 송지호 내륙 쪽에 위치한 '왕곡마을'. 왕곡마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방식 가옥이 잘 보존된 전통한옥마을이다. 함경도식 가옥이 밀집해 있어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 특히 진가가 나타나는 가옥구조이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혼재돼 있는 산중마을이라 눈이 오거나 쌓여 있으면 사진 찍기에 금상첨화인데, 막상 방문해 보니 눈이 많이 사라졌고 잔설 만 약간 남아있는 상태였다.
고성 왕곡마을은 양근 함씨와 강릉 최씨의 집성촌이다. 양근(강릉) 함씨가 마을에 정주한 것은 600년 정도로, 조선왕조 이태조가 등극하는 것에 반대한 함부열이 아들과 함께 간성에 내려와 살게 되었는데 이후 차손 함영근이 오봉리로 건너와 자리잡으면서 양근 함씨 집성촌이 이루어졌다.
강릉 최씨는 희경공파 후손들로 21세손 응복 이하가 오봉리에 머물면서 강릉 최씨 집성촌이 이루어졌고 이들의 정주기간은 약 500년 정도이다. 두 씨족은 통혼으로 신분에 따른 공간분리나 왕래의 제한을 없애고 마을공동체 의식을 다짐으로써 불편한 관계 없이 평화로운 마을을 유지해 왔다.
왕곡마을은 집마다 굴뚝모양을 다르게 만들었다. 진흙과 기와를 한 켜씩 쌓아올리고 항아리를 엎어놓아 굴뚝에서 나오는 불길이 초가에 옮겨붙지 않도록 하고 열기를 집 내부로 다시 들여보내기 위한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왕곡마을에는 기와집이 20여 채, 초가집이 30여 채 있다. 2000년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문화재 제 235호’로 지정되었다. 마을 자체도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영화 '동주' 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고성 여행에서는 고성 7경인 송지호 및 송지호 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송지호 해수욕장도 엄청 길고 아름답다. 송지호 해변에는 특히 서낭바위 및 죽도가 있다. 죽도는 썰물 때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무인도이다. 모세의 기적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서낭바위는 마치 ET모양으로 생긴 바위인데 그 바위 정상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신비롭기 그지없다. 서낭바위는 송지호 해변의 암석해안에 위치한 바위로, 암석 속으로 마그마가 뚫고 들어가 만들어진 독특한 경관을 볼 수 있다.
화강암으로 구성된 서낭바위의 틈을 뚫고 들어간 규장암질 마그마가 그대로 굳어 규장암이 되었다고 한다. 기존 암석인 화강암과 새롭게 형성된 규장암은 서로 다른 색과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서낭바위 일대에서는 두 암석의 차이가 만든 특이한 경관을 관찰할 수 있다.
이번 무박 출사의 마지막 코스는 속초에 있는 외옹치 해변. ‘외옹치(外瓮峙)’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7번 국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대포에서 속초로 가는 고갯길을 이용하여 현재의 외옹치를 지나 갔었다. 이 고갯길 옆에 밭뚝이 다닥다닥 층계모양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밭뚝재’라 하였다. 이는 그 후 발음상의 변화로 ‘독재’라 불리었고, 그 결과 옹진(瓮津)이라는 고유지명 대신 외형(外形)을 기준으로 ‘바깥 독재’라는 뜻의 한자표기인 외옹치리(外瓮峙里)라는 행정구역명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가 약간 복잡하다.
외옹치 해변 산책로는 ‘바다향기로’라고 이름붙여졌는데, 경관이 꽤 아름답다.
해안에 크고작은 바위들이 산재돼 있어 파도가 밀려올 때 마다 바위에 부딪쳐 생기는 하얀 포말이 장관을 이룬다.
외옹치 해변은 약 890m의 해안데크길과 1,121m의 속초해변으로 이어지는데 총길이 편도 2km, 약 40분이 소요된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