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악마같은 위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뇌졸중 사망자는 매년 45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만큼이 매년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뇌간 등 생명과 직결된 부위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하루 이틀새 사망하며, 그 밖의 부위라도 뇌졸중 범위가 크면 깨어나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 사망하거나 ‘나무토막’과 같은 식물인간이 된다.
생명을 건지더라도 전신 또는 반신마비, 언어장애, 요실금 등의 후유증으로 삶의 질이 엉망으로 떨어지며, 때로는 이것이 원인이 돼 사망한다.
죽음보다 무섭다는 치매도 절반정도는 뇌졸중이 원인이다.
뇌졸중은 적절한 치료와 눈물겨운 재활노력으로 거의 정상을 회복하는 경우도 없잖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극적 결말로 끝맺는다. 최근엔 비교적 젊은 50대, 심지어 40대도 뇌졸중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
뇌졸중은 예고없이 들이닥쳐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리지만, 원인이 분명하고 예방과 대처가 가능하므로, 한번 싸워 볼 만한 상대다. 지레 겁 먹을 필요가 없다. 예로부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뇌졸중에 대처하는 첫 걸음은 뇌졸중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먼저 다소 복잡하지만 뇌와 뇌 혈관의 구조부터 알아보자. 뇌는 약 1250g(여자)~1400g(남자)이며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구성돼 있다. 대뇌는 오른쪽과 왼쪽 두개의 반구(半球)로 나뉘어 거의 대칭적인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각각의 대뇌는 전두엽(이마쪽), 두정엽(정수리쪽), 후두엽(뒷머리쪽), 측두엽(옆머리쪽)으로 나뉜다. 왼쪽 대뇌는 언어 중추가 있어 말하고, 이해하고, 쓰고, 읽는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오른쪽 대뇌는 전체적인 공간을 인식하는 기능과 대인관계 등을 주로 담당한다. 대뇌의 뒷편 아래쪽에 있는 소뇌는 우리 몸의 균형을 잡거나 미세한 운동을 조절하며, 대뇌 바닥쪽에 있는 뇌간은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심장박동, 호흡, 눈동자의 움직임 등을 관장한다. 따라서 뇌간에 발생한 뇌졸중이 가장 치명적이다.
뇌가 사고와 감정, 동작, 생명활동 등을 총괄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같은 에너지의 공급 통로가 혈관이다. 뇌혈관은 목 앞쪽으로 올라가는 한쌍의 ‘경(頸·목)동맥’과 목 뒤쪽으로 올라가는 한 쌍의 ‘척추동맥’이 담당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동맥은 두개골 안에서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지는데, 이중 ‘중뇌동맥’은 뇌의 측면에 피를 공급하며, ‘전뇌동맥’은 대뇌 앞쪽에 피를 공급한다. 한 쌍의 척추동맥은 두개골 안에서 합쳐져 ‘기저동맥’이 된다. 기저동맥은 대뇌 뒷쪽(후두엽) 일부와 뇌간, 소뇌 등 뇌 밑바닥에 피를 공급한다.
뇌졸중이란 이같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뇌 세포가 죽은 상태를 말한다. 이때 뇌 혈관이 터져서 초래되는 뇌졸중을 뇌출혈, 뇌혈관이 막혀 초래되는 뇌졸중을 뇌경색이라 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선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훨씬 많았으나, 1993년 조사에선 뇌출혈이 30%선으로 줄었고, 최근 서울아산병원 조사에선 20%선까지 줄었다. 뇌출혈은 거의 대부분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며,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심장병 등 훨씬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 뇌출혈이 줄어든 이유는 고혈압 치료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며, 뇌경색이 늘고 있는 이유는 생활습관병(성인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백인의 경우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90% 정도인데,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을 닮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뇌졸중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병이다. 척추-기저동맥이 막혀 호흡과 심장박동 등을 관할하는 뇌간이 손상받으면 손써볼 도리도 없이 사망하거나, 뇌사에 빠지거나, 식물인간과 유사한 ‘감금증후군’이 되기 쉽다. 감금증후군은 사지가 모두 마비돼 꼼짝도 못하며, 말하지도 못하고, 표정을 짓지도 못하며, 음식물을 삼키지도 못하지만, 의식이 있다는 점에서 ‘식물인간’과 다르다. 또 목 근처 경동맥이 막히면 여기서 갈라지는 중뇌동맥과 전뇌동맥도 순차적으로 막히므로 대부분 사망한다.
그러나 전뇌동맥이 막혀 뇌 앞쪽(전두엽)이나 정수리쪽(두정엽) 세포가 손상받은 경우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언어-운동-시력-감각마비 등의 후유증이 남지만, 운이 좋아 중요한 신경을 살짝 비켜서 뇌졸중이 생기면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뇌가 호두알 크기만큼 죽었는데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이런 경우를 ‘무증상 뇌경색’이라 하는데, 국내에선 55세 이상의 절반 정도에게 무증상 뇌경색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뇌졸중이 발병할 조건을 고루 갖춘 사람이라면 보다 덜 치명적이고, 후유증이 적은 곳에 뇌졸중이 생기도록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일반적으로 여러 뇌혈관 중 중뇌동맥이 가장 잘 막히는데, 이 경우엔 운동-감각-언어중추가 손상을 받아 반신마비가 오거나, 감각이 없어지거나, 발음이 어눌해 지거나 아예 말을 못하게 된다. 특히 언어중추가 있는 왼쪽 뇌에 손상을 받으면 실어증(失語症)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 전두엽이 손상되면 사람의 성격과 인지능력에 변화가 초래되며, 후두엽이 손상되면 시각에 손상을 받으며, 소뇌가 손상되면 손발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된다.
보통 사람의 생각과 달리 뇌졸중은 매우 정직한 병이다. 알츠하이머 등 인간의 노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병도 있지만 뇌졸중의 원인은 대부분 밝혀져 있다. 뇌 속 혈액순환을 방해하거나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것은 모두 뇌졸중의 위험인자다. 이 중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도한 음주는 ‘중요한 위험인자’, 고지혈증,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은 ‘덜 중요한 위험인자’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대비하고 예방할 수 있다. 느닷없이 뇌졸중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심은 대로 거두는 병이 바로 뇌졸중이다.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고혈압은 혈관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혈관벽을 손상시킨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높으면 뇌경색에 걸릴 확률이 6~12배, 뇌출혈에 걸릴 확률이 18~20배 높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의 약 70%에게 고혈압이 있었다. 다행히도 고혈압은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운동요법을 병행하면 얼마든지 정상혈압으로 낮출 수 있다. 당장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있다고, 병원-약국에 갈 시간이 없다고, 고혈압 치료를 소홀히 하다간 언제 뇌졸중에 맞닥뜨릴 지 모른다.
당뇨병은 우리 몸의 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쳐 동맥경화를 촉진하며, 특히 작은 뇌혈관에 손상을 입혀 발생하는 ‘작은 뇌경색’의 원인이 된다. 이를 ‘라쿤’이라 한다. 또 당뇨가 있으면 심장질환을 일으켜 심장벽에 혈전(血栓-피떡)이 생기게 하는데, 이것이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 당뇨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은 정상인의 3~5배, 심지어 13배까지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앓을 수록 뇌졸중 확률도 높아지므로 당뇨의 치료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심장병은 그 자체가 뇌혈관 손상을 초래하진 않지만 심장 안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으므로 중요한 위험인자가 된다. 심장병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은 정상인의 5배 정도이다.
흡연은 그 자체가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혈액을 쉽게 응고시키므로 뇌졸중 발병률을 높인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없는 비교적 젊은이에게 뇌졸중이 발병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담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술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매일 술을 마시거나, 한꺼번에 폭음하는 경우엔 혈압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뇌졸중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과음은 뇌경색보다 뇌출혈을 더 잘 일으키는데, 일반적으로 매일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시는 사람의 뇌출혈 확률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10배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밖에 콜레스테롤은 특히 경동맥의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서구인의 경우 고지혈증이 뇌졸중의 중요한 위험인자지만, 야채와 곡류를 많이 먹는 동양인에겐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스도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비만이나 운동부족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원인이 돼 간접적으로 뇌졸중의 발병에 관여한다.
따라서 뇌졸중 예방을 위해선 1단계로 금연, 운동, 절주, 염분섭취제한, 채소·야채 중심 식사 등을 생활화함으로써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생활습관병에 걸리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만약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은 ‘화약고를 짊어지고 산다’고 생각하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내디뎌야 한다.
본격적인 뇌졸중 발병에 앞서 일어나는 ‘일과성 허혈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TIA)’은 그래도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을 위한 또 하나의 안전장치다. 뇌졸중 환자의 20~40%는 뇌졸중이 발병하기 전 일종의 경고로 ‘맛보기 뇌졸중’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일과성 허혈발작이다. 뇌 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열리기 때문에 뇌졸중 증상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한쪽 팔다리를 갑자기 못쓰거나(운동마비), 얼굴이나 손 등의 감각이 둔해지거나(감각마비), 저리거나 시린 느낌이 있거나(이상감각), 말을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언어장애), 한쪽 눈 또는 두쪽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시각장애), 물체가 두개로 보이거나(복시), 주변 물체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지러운 느낌(현훈증) 등이다. 이런 증상은 대개 30분 정도만에 사라지지만 때에 따라 그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잠깐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면 “별 것 아니겠지”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은 1년 이내에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일과성 허혈발작이 있었거나, 종합검진 등을 통해 무증상 뇌경색이 발견된 사람은 뇌졸중 환자에 준해서 예방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재수’가 좋았을 뿐이며, 다음번 뇌졸중 발병 때도 ‘재수’가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으므로 항혈소판제제를 복용하는 등 뇌졸중 방지에 그야말로 ‘사활(死活)’을 걸어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경고사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아차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일을 당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한편 뇌졸중, 특히 뇌경색이 일어나 쓰러진 경우엔 분초를 다퉈야 한다. 마치 물 속에서 수분 정도는 숨을 참을 수 있는 것처럼 뇌 세포도 서너시간 동안은 피가 통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뇌졸중이 발병한 부위의 뇌세포는 죽지만, 그 주위 뇌세포는 죽지 않는다) 따라서 신속히 병원에 데려가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 등을 주사해야 한다. 우황청심환을 먹이거나 침을 놓는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환자를 죽이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막혀 혈액공급이 차단되고 3시간 정도가 지나면 뇌세포가 죽으므로 적어도 발병 3시간 이내에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병원에는 늦어도 발병 2시간 이내에 데려가야 CT·MRI 등의 진단을 거쳐 3시간 이내 치료가 가능하다. 병원에 데려갈 때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일 큰 병원으로 데려가는 게 좋다. CT를 갖춘 웬만한 종합병원에서 치료할 수도 있지만, 방사선 전문의가 상주하는 대형병원에 데려가야 보다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뇌출혈인 경우 병원에서도 사실상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대개의 경우 출혈된 피가 저절로 흡수될 때까지 지켜보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치료법이다. 그러나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해서 병원에 늦게 데려가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뇌출혈 범위가 큰 경우엔 두개골을 여는 등의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뇌 안쪽으로 피가 터져나오면 뇌압이 올라가고, 그 양이 많다면 뇌간까지 압박하게 되는데, 뇌간이 눌리면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이 때는 두개골 안에 고인 피가 뇌간을 누르지 않도록 피를 빼내거나 때로는 두개골을 열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한편 뇌 출혈이 뇌 안쪽이 아니라 뇌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지주막 사이에 발생한 경우도 비교적 흔한데, 이를 ‘지주막하 출혈’이라 한다. 지주막하 출혈은 보통 뇌 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동맥류가 터진 것으로 뇌세포가 죽지 않았으므로 반신마비, 실어증 등과 같은 뇌졸중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심한 두통이 특징이며, 때로는 의식을 잃기도 한다. 이런 환자는 동맥류가 다시 터질 위험이 크므로 즉시 병원에 데려가서 재출혈 예방을 위한 수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활치료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하자. 뇌졸중에서 생명을 건지더라도 운동장애, 감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장애, 치매 등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장애는 사실 극복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그렇다고 자포자기해서도 안된다. 비록 한번 파괴된 뇌세포는 다시 재생되지 않으므로 뇌졸중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인체는 매우 신비로와서 뇌 한쪽이 파괴되면 옆에 있는 뇌 세포가 파괴된 세포의 역할을 대신하는 매카니즘이 발동된다. 따라서 포기하지 말고 재활치료에 힘써야 한다.
재활치료엔 팔다리 마비와 운동장애 등을 풀어 주는 물리치료가 중요하며, 이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 물리치료를 하지 않으면 뇌졸중으로 마비된 관절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관절과 근육 등도 쓰지 않기 때문에 뻣뻣하게 굳어지거나 장애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물건잡기, 숟가락 사용하기, 세수하기 등 작업치료를 병행하며, 언어치료, 심리치료 등을 병행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김종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47)는 대학 때 클래식 기타와 동양화 그리기에 푹 빠져 살았다. 본인 표현을 빌면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책도 읽었다. 그러나 이같이 고상한 취미를 김 교수는 벌써 십 수년째 잊고 산다. 뇌에 관해 연구하는 게 너무 재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얼마전부터 골프 배우기를 시작해 필드에도 한 두 번 나가 봤는데, 재밌긴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젠 연구하고 글쓰는 게 취미”라고 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감각 장애에 대한 연구와 치명적인 뇌간 부위에 발생한 뇌졸중이 김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 최근엔 침 등을 이용한 뇌졸중 재활치료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국내서 가장 많은 연구 논문을 쓰는 의사 중 하나다. 지금껏 ‘신경과학’ ‘스트로크’ 등 세계적 학술지에 낸 SCI 논문만 110여편 정도 된다. 그는 “어림도 없다”고 말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2년 노벨의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한국인 중 한명으로 김 교수를 지목했다.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어려운 의학지식을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능력은 김 교수가 가진 또 다른 재능이다. 그가 2000년 펴낸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지호출판)은 제목 그대로 보통사람이 뇌에 대해 갖고 있는 모든 궁금점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 이 책의 제1장 ‘잠은 왜 잘까’편은 중학교 2학년 국정 국어교과서에 재구성돼 실렸다. 2001년에는 ‘뇌졸중 119’(가림출판사)란 책도 출간했다.
1956년생인 김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병원서 신경과 수련을 받았다. 2년간의 서울대병원 전임의를 거쳐 1989년 서울아산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1992~1993년 미국 헨리포드병원 뇌졸중센터에서 연수했다. 울산의대 최우수 연구 교수상과 MSD학술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