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쿠키'가 주는 감동과 도전>
[1] 매일 밥을 반 그릇씩 남기는 강아지가 있었다. 주인이 마음 놓고 먹으라고 아무리 권해도 녀석은 꼭 반을 남겼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 남겨 놓는 것처럼. 그 이유를 알지 못했던 주인은 강아지의 진심을 알고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7년, 미국 콜로라도 지역에 사는 남성 이스턴 두퍼(Easton Dufur)는 SNS를 통해 반려견 ‘쿠키’의 사연을 소개했다.
[2] 사연에 따르면 그는 원래 래브라도 2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한 마리는 '쿠키', 다른 한 마리는 ‘스티치’였다. 두퍼는 항상 그릇 하나에 사료를 담아줬고, 쿠키와 스티치는 사이좋게 사료를 나눠 먹곤 했다.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밥 때문에 싸우지 않았던 두 녀석이었다.
그러던 중 스티치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두퍼는 사랑하는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절망했지만, 남은 한 마리인 쿠키를 보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
[3] 그러던 어느 날, 쿠키에게 밥을 챙겨줬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쿠키가 사료 반을 남겨두는 것이었다. 쿠키 혼자 먹을 정도의 사료만을 넣어주는데도, 꼭 그중에서 절반을 남겼다. 배가 고플 텐데도 녀석은 반드시 그랬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먼저 하늘로 떠난 친구 스티치의 몫을 남겨두는 것이었다.
혹시나 친구 스티치가 돌아올까 봐, 녀석은 반드시 사료 절반을 남겨두는 것이었다.
[4] 그 진심을 알고 주인은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쿠키와 스티치의 사연은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수많은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개도 자기 밥그릇 안 챙기는데, 제 밥그릇 챙긴다고 친구를 배신하고 남에게 거짓말하고 상처 입히는 사람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이러니 ‘개보다 못한 놈’이란 말이 생기는 것이다. 전에도 쓴 바 있지만, 이렇게 충성스럽고 의리 있는 개를 빗대어서 하는 욕들이 너무 많다.
[5] 화나면 쉽게 나오는 욕이 뭔가? ‘개 새끼야!’란 말이다. 개의 새끼는 강아지다.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운데 그런 욕이 생겼단 말인가?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이 의미를 잘못 알고 사용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개 새끼’란 말은 ‘가짜 새끼’란 뜻으로,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만든 자식이란 뜻이란다. 실제로 국어사전에는 접두사 ‘개-’의 뜻 중 하나가 ‘흡사하지만 다른’이라고 설명한다 (cf. 네이버 국어사전).
[6] 어릴 적 우리가 즐겨 먹던 ‘개 떡’과 ‘개살구’가 그 좋은 실례들이다. 이런 뜻인 줄도 모르고 지금껏 억울하게 귀여운 강아지만 욕먹고 살아온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개이득’, ‘개쩐다’, ‘개공감’ 등, ‘개’란 말을 집어넣지 않고선 욕이 되질 않으니 개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젠 개에게 예의를 지키자. 의리 있고 사람에게 감동도 주는 개란 이름으로 다신 욕을 하지 말자.
과거 유학할 당시 ‘모래시계’란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7] 그때 주인공 태수(최민수 분)의 동료인 ‘종도’라는 사내가 있었다. 그가 얼마나 비열하고 못된 짓을 많이 했던지, 그때 나쁜 사람을 지칭할 땐 모두가 ‘종도보다 못한 놈’이라 할 정도였다. 원래 예부터 그런 사람을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 했다. 그러다가 한 때 ‘종도보다 못한 놈’이 유행되다가, 이후로 ‘개보다 못한 놈’이란 말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
위에 소개한 반려견 ‘쿠키’의 얘기를 들으니 사람 중에 개보다 못한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8] TV나 매스컴에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온갖 악한 짓을 골라서 하는 이들의 얘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그런 이들은 반려견 ‘쿠키’를 보고 배워야 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 2:3-4)
[9]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내 밥그릇보다 남의 밥그릇을 더 챙겨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 나부터가 내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는지를 조용히 반성해본다.
최근 경북 예천에서 목회하는 수해 입은 친구 목사님의 얘기를 페북에 올린 적이 있다. 국내 여기저기서와 미국의 대형교회들로부터의 도움의 손길이 연락을 줬다.
[10] 오늘 아침 일어나 페북을 뒤지고 있는데, 미국 한인 대형교회 담임 목사님으로부터 메신저로 문자가 왔다. 신학대학원 후배이고 한국에 있을 때 함께 설교학을 가르친 분이다. 내가 올린 친구 목사님의 사연을 교인한테서 전해 듣고 출처를 추적하니 내가 나왔단다. 8년만의 대화가 시작돼서 그간 밀린 얘기도 나누고 미국 가면 꼭 방문해서 설교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친구 목사님을 돕겠다며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 달래서 보내주었다.
[11] 오늘 주일 아침, 참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됐다. 남의 밥그릇 신경 써서 챙겨주니 내게도 큰 기쁨과 행복이 찾아옴을 절감한다. 우리 모두 지금부터 남의 밥그릇도 신경 좀 써주면 좋겠다.
반려견 ‘쿠키’의 사연이 주는 감동과 깨달음과 도전이 크다.
참, 반려견 쿠키의 배를 곯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두 배 사이즈의 그릇에 사료를 두 배나 주면 된다. 난 오늘 쿠키의 밥그릇도 마저 챙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