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야기가 드리는 글] 지속가능한 꿀을 위하여
지난 8월 19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제1원전 냉각수 탱크에서 방사성물질 오염수 약 300톤이 유출되고 항만 내 바닷물 방사능 농도가 최고 18배까지 상승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핵발전소 방사능 문제는 국경이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8월 말 현재 정확한 오염 수치 등의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한국 정부에서는 일본 정부의 자료만 기다릴 뿐 아직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핵발전이란 그저 허상의 구호일 뿐, 후쿠시마 사고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위험성을 반증합니다. ‘원전몬스터소송’과 한일 원전 투어 등 탈핵을 향한 국제 연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을 호 특집은 ‘꿀’입니다. 꿀벌들이 꽃꿀을 모아 만들어 내는 달콤하고 영양가 높은 먹거리. 사람은 기원전부터 꿀벌로부터 꿀을 가로채어 먹어왔습니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 한국에서 꿀벌이 집단적으로 사라지는 문제 때문에 학자들과 양봉가 모두 고심하고 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식물들도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해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왜 꿀벌이 사라질까요? 살충제와 전자파, 환경파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일까요? 어떻게 해야 꿀벌을 살리고 오래오래 꿀을 먹을 수 있을까요? 꿀과 그 꿀을 만드는 꿀벌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으며 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리 문화재를 새로운 눈으로 감상해보는 ‘너와 함께 문화재’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복궁 경회루에서, 아름다움을 겉이 아니라 안에서 다시 봅니다. 인문학적 화제를 하나씩 골라 생각해보는 ‘책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공동체’입니다. 전통적인 공동체의 개념과 한계를 알아보고,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차례
《살림이야기》에게 주는 말
독자인터뷰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계속 담아주세요 글 서우향 독자
《살림이야기》가 드리는 글 지속가능한 꿀을 위하여
표지 이야기 꽈리 그림 송훈
빛그림 이야기 동대문운동장, 사라진 도시의 기억 글\사진 박준수
땅땅거리며 살다 “잡초요? 억척스러움이 나랑 닮았어요” 글 김세진 편집부\사진 류관희
강원도 홍천 남면 유치리공동체 이봉규 씨
가을밥상 우리 몸을 데워주는 뿌리채소 요리 글 이윤서\사진 김재이
스위스 농업 탐방 ① 유럽에서 만난 한국고추 글 김세진 편집부\사진 허정우
텃밭과 농장에서 희귀종자 보존하는 ‘프로스페시아라라’
스위스 농업 탐방 ② 14일 농사짓고 한 해 꾸러미 글 김세진 편집부\사진 허정우
30년 된 채소협동조합 ‘코카뉴’
[특집] 꿀
1 꿀은 취하도록 먹어라 글 임락경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꿀
2 하늘 보고 하는 농사 글 이선미 편집부\사진 류관희
봉봉공동체 봉봉농장 양봉 이야기
3 여의도·명동·종로·강남에서 벌 키워 볼까요? 글\사진 김세진 편집부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4 꿀벌이 사라진다 글 김길원
꿀벌 군집의 특성과 붕괴 현상
5 대화와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놀라운 벌집 세상 글 박해철\사진 류관희
진화학자가 본 꿀벌의 세계
6 도시양봉가 셜록 홈즈 글 김용언
책과 드라마 속의 양봉 이야기
7 만화 그림 소복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속기획]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할매는 궁금하다 글 이경희
밀양 송전탑 이야기
집수리하는 계절 글 김성원
적정기술 ② 스스로 하는 ‘강화 미장법’ 3가지
[살림 살림]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 토종 벼꽃 열 종류가 피었다 글 장영란\사진 김광화
눈여겨본 이 물건 밥심으로 산다 - 쌀 글 윤선주
길을 묻다, 길을 가다 여성의 길,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 답하라
농촌여성운동의 큰언니 임봉재 선생 진행 주요섭\사진 홍진훤
협동의 힘 쉰이 넘어 어린이집 선생님이 된 이들 글\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어린이 돌봄 협동조합 ‘아이사랑 생명학교’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일 하며 욕심 안 부리고 살기 글 이선미 편집부\사진 류관희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 ‘꿈지모’
살림의 현장 아시아가 힘을 합쳐 ‘탈핵’을 이루어요 글 최승구\번역 김남규
탈핵, 아시아평화한일시민투어를 마치고
살림의 현장 한살림을 몸으로 만난 청년들 글 조병우
2013 한살림 청년캠프 ‘청년의 조건’
나도 야영객 텃밭에서 1박 2일 글\사진 이선미 편집부
노들텃밭에서 가난하게 야영하기
살림 어린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생산자님과 만나요 글 김지영·현승민
한살림서울 북부지부의 사계절 생명학교 체험기
너와 함께 문화재 경회루와 연애하다 글 박찬희
시골살림 길잡이 ⑪ 빌릴까 살까 농지 구하기 글 전희식
아이살림 어머님이 남기신 선물 글 신순화
교육살림 비폭력대화 ④ 어떤 귀로 들을 것인가? 글 최정현진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네 가지 선택
몸살림 비움의 아사나 글 송태영·이리나\사진 류관희
말글살림 ⑫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 글 박남일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우리말
살림이 본 영화 열차는 모두를 싣고 달린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글 송경원
책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공동체는 선인가? 《무위의 공동체》 외 글 하승우
새로 나온 책 《나쁜 에너지 기행》 외
어린이책 《왜 나한테만 그래?》 외
[책 속으로]
그를 위로한답시고 한마디 했다. “이렇게 많은 걸 농사짓는데 어떻게 다 돌봐요? “나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얼마나 할 말이 없으면 스스로 위로하려고 드는 거야?’ 이렇게 반성이 되어요. 이번에 농사를 망친 이유는… 교만했어요. 오이는 초기에 노균병 조짐이 있을 땐 줄내림 잘하고 신경을 썼는데, 마지막에 잠깐 놓쳤어요. 한 번 더 돌보고 처방했어야 했지요. 농작물은 잠깐의 방심을 허용하지 않아요.” 이봉규 생산자가 처진 마음을 일으키려고 한동안 억지로 썼던 방법이 있다. 아침에 빨딱빨딱 일어나서 나가기! 심란한 마음 물리치기엔, 갓밝이에 눈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단다. -23쪽
“꿀을 많이 생산하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습니다. 많으면 많은 대로 고맙고, 적으면 적은 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는 만큼 뜨는 거죠.” 새벽 6시면 일어나 밤늦게까지 벌통을 살피고, 벌의 생리를 더 잘 알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양봉가가 하는 말치고는 너무 담담했다. 하지만 날씨, 밀원, 병에 유난히 좌우되는 양봉을 알고 나니 자연이 90%를 하고, 사람이 10%를 할 뿐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어느 농사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꿀이 나는 건 참말로 하늘에 달렸다. -48쪽
밀양문제가 도시 사람들의 연대를 이끌어내 지역 사안에서 전국적인 쟁점이 된 것을 두고 누구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터진 후 우리 사회의 탈핵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나의 편리가 누구의 고통에 기대고 있는지 뒤돌아볼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껏 어느 현장에서도 보지 못했던, 평생의 삶에서 높은 자존감을 지켜온 못 배우고 가난한 할매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78쪽
“중요한 건 실천이고 몸으로 농촌 현장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한살림 같은 생협운동을 하는 데는 생산자나 소비자나 그 둘을 연결해주는 실무자나, 적어도 한 달씩 서로 역할을 바꾸어 체험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임봉재 선생은 농민운동, 여성운동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인간화 운동’이라고 본다. 몇 천 년 전 예수는 목수로 세상에 왔지만, 이 땅에 왔으면 아마 농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00~101쪽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아시아의 유일한 핵발전소 수출국이자, 핵발전소를 수입하는 나라의 국민에게는 가해자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 규명도 없이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수출하는 일본, 피폭노동자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며 핵발전소를 짓고 있는 한국, 둘 다 마찬가지다. 에너지 정책, 안전 보장 등 다방면에 문제를 안고 있는 핵(핵무기, 핵발전)의 철회를 호소한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변혁에 관여하면서, 해결방법은 국제 연대 운동을 하는 것밖에 없는 걸 절감했다. -115쪽
결국 땅도 보통 인연이 아니고는 가질 수 없지 않을까? 인연은 무궁한 인과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오는 인연 잘 알아채고 아닌 인연 매달리지 않는 수밖에 없다. 기초적인 상식이야, 기본으로 두고 말이다. 내가 구하려고 하는 땅이 일정 기간 임대가 가능한지, 그런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빌리는 게 좋겠다. 계약서만 너무 믿지 말고 인간관계를 잘 풀어야 한다. 인간관계에만 매달리고 계약서나 기초적인 법 처리에 소홀해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135쪽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당장 눈물이 펑펑 나올 만큼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깊은 정을 쌓은 존재가 아니었다. 할머니는 1년에 서너 번 명절 때 내려가서 며칠씩 뵙고 오는 게 다였다. 그 시간마저 늘 바쁘게 일하시는 모습만 뵈었을 뿐이다. 마음에 남는 추억도 쌓지 못했는데 할머니는 이제 추억 속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담담하던 아이들의 감정에 변화가 온 것은 밤늦게 차려진 빈소에서 마침내 남편의 슬픔이 봇물처럼 깊고 애통한 울음으로 터져 나왔을 때였다. -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