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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민주화에 큰 역할해 온 사제단
검찰·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 봉헌
지난 20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이 시국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침묵으로 시대를 묵상해온 사제단이 '검찰 독재 타도와 매판 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라는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제 때가 이르고 있습니다. 그때 발표한 긴 성명서 내용을 짧게 전해 드립니다.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극우들의 망언·망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가해자의 훈계만 잔뜩 듣고 굴종·굴신으로 겨레에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나 무겁다. 이에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
그 이유로 첫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팔을 비튼 죄. 명백한 사법권 침해요, 헌법 수호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근래 검찰의 방탕(放蕩)은 대통령의 탈선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끌려가서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돌아와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지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서 평생 한을 품어야 했던 노인들의 팔을 꺾었다. 셋째, 아무 상관도 책임도 없는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물도록 하느라 팔을 비틀었다.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더 이상 일본에 속아서는 안 된다. 대통령 방일 이후, 일본은 기고만장하여 "한국, 징용 배상 조치 착실히 실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어이없는 훈계와 함께 "강제동원은 없었다. 이미 끝난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에 더하여 미국은 반색하며 일본 편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허울 좋은 일본을 위한 한국 만들기일 뿐이다. 사대주의에 영혼을 팔아버린 매국노들은 가는 곳마다 "미래, 미래"를 외치지만 친일과 반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둡고 슬픈 과거로 우리를 잡아끄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꺾일 수 없다. 신약성경 루카 복음 1장의 어머니 마리아의 노래처럼,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주는 '억강부약'의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분단 기득권 세력의 기사회생, 재집권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낙심은 금물이다. 우리는 숱한 재난과 위기 속에서 놀라운 반전의 기회를 발굴해냈다.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진영을 막론하고 힘을 합치자. 믿음을 가진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호소한다. 꼿꼿이 서서 몸을 태우는 제대초의 듬직한 몸가짐처럼 병든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자가의 수고를 즐거이 감당하자.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 소중한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 은총의 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던 단체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형식적인 민주화가 많이 진전된 시대를 맞이하여, 오랜 시간 잠잠히 묵상하며 하느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긴 침묵을 깨고, 세상의 불의를 깨야 할 때가 왔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대방동성당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