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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말들
교수신문에서는 설문조사를 거쳐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합니다. 금년도에는 '엄이도종'이 선정되었고요. 최근 3년간 선정된 사자성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이 좀 어려워 그 의미부터 살펴봅니다.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이란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2010년)`장두노미'(藏頭露尾: 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이란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2009년) `방기곡경' (旁岐曲逕: 두루 방, 갈림 기, 굽을 곡, 소로 경)이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니라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입니다.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왜 어려운 말 일색일까? 평소 들어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고사나 문학작품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금년도 사자성어인 `엄이도종'(掩耳盜鐘)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습니다.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했고요.
* 사진: 교수신문 * `장두노미'(藏頭露尾) 이말은 원래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張可久)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 같은 시기 왕엽(王曄)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 작품에 나오는 입니다. 진실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 속으로 감추는 것이 많아서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뜻하기도 합니다.
`방기곡경' (旁岐曲逕)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의 `동호문답'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제왕이 사리 사욕을 채우고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고식적으로 지내거나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는 지적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전 올해의 사자성어를 볼 때마다 두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번째는 형식적 측면 이야기입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매년 어려운 한자어만을 고집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한자성어나 아니면 우리말 사자성어면 무슨 문제가 있씁니까? 그 근본은 국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말이면 아무거나 된다는 것이지요. 전통이란 것도 있지만 너무 형식적 제약에 묻혀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면 새로움을 연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교수님들의 혁신정신과도 상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는 내용면에 있어서의 바램입니다. 교수의 임무란 사회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식에도 있지만 새로운 대안의 제시나 리더로서의 역할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매년 선정하는 사자성어의 메시지는 비슷합니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해킹,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장두노미'(藏頭露尾)나 2009년의 `방기곡경' (旁岐曲逕)에서 지적한 것과 본질적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교수신문이 권력자 비판에 그치지 않고 가끔씩은 우리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단합을 호소하는 그런 긍정적 측면의 말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결같음에 긍정적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매년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면 교수님들의 제자분이나 사회의 일반인들도 더 이상 교수님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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