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징코 - 키가 무지 큰 여류작가 4-15-2021

[kimyoungkyo]

키가 무지 큰 在美여류작가 이지민의

            소설 'Pachinko'를 읽고

김명식

미국에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미나리」에서 

윤여정씨가 특이한 할머니 역을 훌륭히 해낸 후 오스카 조연여우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일약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가 미국 TV드라마 「Pachinko」에 출연하게 되어 캐나다에서 촬영을 마쳤다는 보도를 보고 

어떤 얘기인지 궁금해 영문 원작 소설을 교보문고에서 사서 봤다. 

재미동포 여류소설가 이민진씨가 4년 전에 내놓은 500페이지 대작으로, 

시간이 좀 지나서야 미국 평단의 주목을 끌고 최우수도서상 후보에 올랐는데 읽어보니 

과연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는 호소력이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후반에 주인공 순자의 첫 아들 노아가 굴곡의 삶을 스스로 끝내는 대목에서는 

눈물까지도 고였다.

                                                               저자 이민진/사진:구글전재-방장

이 대하소설 앞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백이삭이라는 이름의 목사이다. 

평양에서 안수를 받고 형 요셉이 먼저 건너간 일본땅 오사카로 조선인 사역을 하러 가는 길에 묵게 된 

부산 영도의 여인숙에서 그는 한 남자에게 몸을 버린 주인의 딸 순자를 만난다. 

오사카와 부산을 왕래하며 장사를 하는 고한수라는 조선인 야쿠자에게서 

16살 순자가 임신한 사실을 그의 어미로부터 듣고 20대의 백이삭 목사는 

구약의 호세아 선지자를 생각하며 이 생명들을 구원하겠다는 일념으로 

부산의 한 교회에서 순자와 부부의 예를 올리고 함께 일본으로 간다. 

1920년대에서 1989년에 이르는 4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에서 

윤여정은 나이든 후의 순자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고한수와 다른 조선인 등장인물들은 사행업인 파친코로 일본사회에서 돈을 벌고 생존을 이어 간다. 

한수의 씨이지만 이삭 목사의 아들로 순자에게서 태어난 노아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동경의 투자회사에 들어가 일본사회에 진출하는데 

그의 고용주는 그의 조선인 배경을 이용하고 해고한다. 

노아는 일본여자와 결혼하고 일본인인척 살아가지만 

자기의 친부가 폭력조직 야쿠자의 간부임을 알게 되자 자살한다. 

순자는 선하고 강한 의지로 오사카의 조선인 마을에서 동서와 함께 먹거리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일본여인과 가정을 가진 고한수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순자네를 뒤에서 돕는다. 

소설이기에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들이 포함되지만 

일제 강점기 민족의 고난과 해방 후 분단된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재일동포사회의 모순된 존재감, 

그리고 이들에 대한 차별의식과 경계심이 섞인 일본인들의 복잡한 정서를 작가는 세계의 독자들에게 

냉철하게 전해준다.

                                                                  소설 Pachinko 표지/구글전재(한글번역판 표지인듯:방장)                            

어려서 미국으로 와 예일대를 나오고 2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작가의 길을 택한 여류작가 이민진은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위치에서 작품들의 소재를 취하고 

소설 「파친코」에서는 그 바탕에 기독교 가정의 의식구조를 담고 있다. 

순자에게 남편 이삭은 절대적 선으로 나아오고 그가 일본 감옥에 갇혀있다가 빈사상태로 석방되어 

가족의 품에서 죽는 모습은 예수를 닮아 보인다. 

목사 이삭은 순자에게 노아와 친자식 모자수를 남겨주고 떠나면서 

숭고한 사랑의 결단으로 시작된 짧은 부부관계를 통해 인생의 가장 선한 자세 

즉 가족을 위한 희생과 고난을 극복하는 정신을 심어주었다.

미국 애플사의 TV자회사가 제작하는 드라마「파친코」가 방영되면 얼마나 큰 인기를 모을지 알 수 없으나 

영화「미나리」에 이어 한국인을 소재로 하고 한국인 예술가가 만드는 작품이 

세계의 문화·예술·연예 시장에서 속속 성공의 갈채를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의 정서와 의지가 비록 이 책의 기본 주제는 아니라도 

소설의 바탕에 흐르니 책 속에서 이들과 만나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이민진은 책 끝에 자신이 뉴욕의 변호사 생활을 팽개치고, 

여러 해 동안 남편의 이해와 도움 속에 미국, 일본, 한국을 옮겨 다니며 작가수업들 쌓고 

이야기의 소재를 모아간 과정을 고백한다. 

그녀는 미국의 앰허스트대학에서 문학 강좌를 맡는 한편 유수한 대학들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다니는데 

키가 무지 크고 웃음이 많은 이 성공한 소설가가 풍부한 유머로 자신의 책과 삶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넓은 강당을 메운 학생들의 호응이 열렬하여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유튜브에 비디오가 여러 개 올라있다. 

   <(현)코리어 헤럴드 칼럼니스트/한국일보 견습 17기/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 김대중정부 해외홍보원장,

아리랑TV 이사장 역임/광주일고~서울법대(58학번)졸/康津 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