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만개의 전기자전거 모터를 만든다
전동시스템을 만드는 회사 중 바팡이라는 곳이 있다. 바팡은 한마디로 전기자전거의 숨은 강자라고 할 수 있다. 바팡이 만든 모터와 전동시스템은 우리나라에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수입업체에 따라 브랜드가 바뀌거나 완성자전거 부품으로 시용되어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이다. 바팡 모터가 들어간 전지자전거 키트가 국내의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고, 바팡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도 키트로 판매중이다. 바팡의 모터를 완성차 장착해서 판매하는 곳도 있다. 가까이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바팡에 대해 알아보자
바팡(Bafang)은 중국 쑤저우에서 2003년에 설립됐다. 정식 회사명이 ‘쑤저우바팡전기과학기술유한공사(Suzhou Bafang Electric Motor Science-Technology Co., LTD)’다. 2013년에 6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72만개의 모터와 20만 세트의 전기자전거 키트를 판매했고, 전세계에 35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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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팡 모터로 구성된 전동키트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자전거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팡 모터로 구성된 전동키트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계의 다양한 회사들이 바팡의 전동허브모터로 키트를 구성해 시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이 출시되어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판매중인 리드 30k 이바이크 키트(Leed 30k E-Bike Kit)로 가격은 700달러다 출처. www.e-bikerig.com
바팡의 성공
바팡은 유럽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해외까지 합하면 전체 직원은 300명이 넘는다. 2014년 11월 20일자 ‘바이크유럽(Bike Europe)’에 의하면 바팡 유럽지사는 독일 아이펠(Eiffel) 지역에 유럽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바팡은 거대한 중국의 내수시장과 유럽과 북미의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유럽과 북미 시장의 고객들은 바팡의 모터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전달해왔고 그러한 요구에 맞추어 바팡의 모터는 조금씩 향상되어왔다. 이제 중저가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바팡을 빼고 시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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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팡의 미드 드라이브용 모터
미드 드라이브를 위한 모터로 250와트, 350와트, 750와트 등 다양한 출력의 모델이 있다. 이 모터로 미드 드라이브 전동키트인 BBS01, BBS02를 만들었다 출처. www.szbaf.com
바팡의 진화
바팡의 모터는 다양한 전기자전거에 장착됐다. 특히 저렴한 전기자전거나 전기자전거 키트에 모터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간 100만 개 이상의 전기자전거 모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정도로 바팡의 성장은 놀라웠다. 단점이라면 모터만 공급하다 보니 자사 브랜드로 완성된 키트가 없었다는 점인데, 이 점에 눈을 뜬 바팡은 브랜드를 통합하고 패키지를 세련되게 개선해서 시장에 내놓았다. 바팡의 브랜드는 ‘8FUN’으로, 중국에서는 ‘바팡(八方)’, 우리말로 ‘팔펀’, 영어로 ‘에이트펀’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팡(Bafang)’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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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FUN'에서 'BAFANG'으로 통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년 8월 바팡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일하고 본격적인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기자전거 부품회사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가 살아있는 전동시스템으로 접근해 전기자전거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보여준다
2014년 유로바이크와 대만 타이중 바이크 위크(Taichung Bike Week, www.taichungbikeweek.com)에 선보인 바팡의 신제품은 이제 더 이상 저렴한 모터와 키트만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라 보쉬와 파나소닉, 시마노, 바이오넥스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야심이 담겨있다. 신제품의 이름은 맥스 드라이브(Max Drive)로 수준 높은 제품 패키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춰 기존제품이 가진 중저가 이미지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대량생산을 시작하는 시점은 올해 3월로 예정되어 있다. 토크센서가 적용되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크랭크의 조작감을 제공한다.
바팡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
보쉬, 파나소닉, 시마노 등의 미드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하려면 먼저 프레임이 구조적으로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이는 자기가 타는 자전거에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탑재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단점으로 작용한다. 애초에 미드 드라이브가 장착된 전기자전거를 사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팡이 개발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인 BBS01, BBS02는 소비자가 타던 자전거에 직접 장착할 수 있다. 비록 BBS시리즈의 외관은 프로토타입처럼 세련미가 떨어지지만 장착이 쉽고 제대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토크센서가 아닌 스피드 센서로 작동하는 점은 아쉽지만, 바팡은 BB 기반의 토크센서가 장착된 모델을 맥스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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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리바바에 올라온 바팡의 맥스 드라이브
중국의 한 무역상사가 알리바바에 바팡의 맥스 드라이브를 올려놓고 오퍼를 받고 있다. 토크센서가 사용된 점을 제목에서 강조하고 있다. 맥스 드라이브는 3월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최소 주문수량은 50세트이며 배터리가 포함되지 않은 세트 당 가격은 500~600달러다. 출처. www.alibaba.com
BBS01과 BBS02의 특이한 점은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이면서 스로틀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보쉬, 파나소닉, 시마노 등 대부분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에서는 스로틀을 지원할 수 없는 구조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바팡은 스로틀을 지원하기 위해 크랭크암과 체인링이 연결되는 부분에도 래칫(Ratchet)으로 기능하는 프리휠(Freewheel) 구조를 추가했다. 이것은 트라이얼 바이크의 크랭크와도 유사하다. 스로틀의 명령을 받은 모터가 체인링을 돌려도 크랭크 암은 그대로 멈춰있을 수 있다. 반면 크랭크를 내 발로 직접 돌리면 체인링이 함께 돈다. 즉 페달을 밟아 크랭크를 체인링보다 더 빨리 회전시킬 때만 힘이 전달되는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스로틀이 가능하게 했다. 스로틀의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와 북미시장에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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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팡의 맥스 드라이브
2014년 유로바이크와 타이중 바이크 위크에서 발표한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통일감 있는 외관 디자인과 토크 센서가 새롭게 장착된 점이 주목 받고 있다 출처. www.szbaf.com
바팡을 선택한 완성 자전거 브랜드
패러데이 포터(Faraday Porteur)라는 전기자전거는 미국 오리건 메니페스트(Oregon Menifest)가 주관하는 유틸리티 바이크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상을 받은 모델이다. 아이데오(IDEO) 출신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는데, 그 후 킥스타터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패러데이 포터는 작은 전기모터를 앞바퀴에 장착하고 있는데 이 모터가 바로 바팡 제품이다. 전기자전거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패러데이 포터가 선택한 모터란 점이 주목할 만하고, 바팡 모터는 그 완성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완성자전거 한대의 가격은 3500 달러로 중가 이상의 고급제품군에 속한다. BB에 장착된 토크센서와 결합되어 바팡 모터는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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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팡 모터를 장착한 패러데이 포터
패러데이 포터 2015년 모델로 250와트 바팡 모터를 장착하고 있다. 시마노 알피네 8단 내장 변속기에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가 연결되어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분리할 수 없으며 다운튜브 안에 숨겨져 있다. 스로틀은 지원하지 않고 페달 어시스트 방식으로 구동된다 출처. www.faradaybikes.com
다혼의 창업자인 닥터 혼의 아들 조슈아 혼(Joshua Hon)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롭게 회사를 세운다. 턴(Tern)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2011년 설립됐다. 기존 접이식 자전거에 좀 더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얹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전기자전거 모델에 바팡을 장착했다. 이링크(eLink)라 부르는 턴의 접이식 전기자전거는 무게 22㎏으로 바팡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과 시마노 넥서스 내장 8단 기어를 장착하고 있다. 250와트의 출력과 최고시속 25㎞의 성능은 유럽법규에 맞춘 것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50㎞다. 가격은 1700유로로 약 272만원이다. 2014년 12월부터 유럽시장에 출시됐다.
이외에도 아이집(IZIP), 아이고(iGO), F4W, 에버그린(EverGreen), 이지페달러(EZ Pedaler), 볼톤(Volton), 시걸(Seagull), 호크 클래식(Hawk Classic) 등이 바팡 모터를 채택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변환 키트에 바팡 모터를 채택한 브랜드까지 하면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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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턴의 접이식 전기자전거 이링크
턴은 바팡의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한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유럽시장에 선보였다. 무게는 22㎏이고 가격은 272만원으로 크랭크에 장착된 스피드센서에 의해 구동된다 출처. www.ternbicycles.com
완벽한 제품은 없다
많은 판매량과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이란 점은 바팡의 모터로 구성된 키트나 완성자전거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전기자전거 온라인숍 등을 통해 이미 우리 곁에도 가까이 와 있다.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만큼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도 다른 제품에 비해 월등히 많으며 또 개선되어왔다. 특히 집에서 전기자전거 변환키트를 주문한 소비자들로부터 다양한 리포트가 나온다.
해외 전기자전거 포럼인 엔들리스 스피어에 의하면 BBS02 모델의 경우 750와트라는 강한 힘을 뿜어내지만 가혹한 산악코스에서 지속적인 업힐을 할 경우 오버히팅 현상으로 모터로 들어가는 전력이 끊기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350와트인 BBS01 모델은 상대적으로 발열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사소한 문제점들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느 제품이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후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바팡은 문제가 생겼을 때 관련 부품을 구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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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렉트릭사이클즈의 팻바이크
북미에서 바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렉트릭 사이클즈(Lectric Cycles)에서는 팻바이크에 바팡을 장착해서 판매한다. 바팡의 350와트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인 BBS01을 달았다 출처. www.lectriccycles.com
허브 모터와 관련된 기억
몇 년 전의 일이다. 한 기업의 연구팀에서 전기자전거 모터를 만들겠다고 필자가 일하고 있던 곳으로 찾아왔다. 그들을 만나고 온 동료가 전한 바에 의하면 새롭게 개발한 전기자전거 모터를 들고 왔는데 바팡의 모터와 기능적으로 흡사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모터를 개발한 연구진은 바팡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사한 제품을 만들려면 먼저 그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업체와 제품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얼마 후 그 연구진은 바팡과 경쟁이 되는 모터의 개발을 중단하고 크랭크에 장착하는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 개발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량생산을 통해 시장에서 이미 선순환의 트랙에 올라탄 바팡과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바팡과 같은 기어드 허브 모터(Geared Hub Motor)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이렉트 허브 드라이브(Direct Hub Drive) 방식의 모터를 개발하고자 한다면 캐나다의 바이오넥스를 먼저 벤치마킹해야하며, 미드 드라이브 시스템이라면 파나소닉과 보쉬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업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막연하게 시작한 개발품들은 시장에 출시되지도 못하고 시제품 단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 또한 그러한 연구자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지만 새로운 도전자의 건승을 기원하며 노력하고 응원한다.
마치며
해마다 유로바이크를 참관하면서 필자는 꼭 바팡의 부스에 들러 이것저것 물어보곤 한다. 바팡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이름이나 규모, 신제품의 성능, 해외소비자에 대한 AS 정책 등을 체크해본다. 그들은 귀찮아하지 않고 “한국시장은 매우 작지만 흥미로운 곳이니 열심히 해보라”며 반갑게 수다를 떨어준다.
매년 이 거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고 때로는 부럽기도 두렵기도 하다. 전기자전거 업계 종사자의 한명으로 필자는 언젠가는 바팡과 같이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으로서의 한국 기업이 나와 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