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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산 만장봉과 암벽
햇살은
바람 속에 흔들리고
코스모스 길가에
떠나갈 사람처럼
계절은
하나 둘
세월을 챙겨 넣는다
――― 홍길표, 『세월』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9월 21일(토), 오전에 흐리고 안개, 오후에 갬
▶ 산행인원 : 9명(버들, 솔잎, 드류, 대간거사, 한계령, 사계, 신가이버, 제임스,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15.6㎞
▶ 산행시간 : 7시간 35분
▶ 교 통 편 : 경춘선 전철이용, 춘천역에서 25인승 버스 대절하여 들머리 날머리 가고 옴
▶ 시간별 구간
06 : 56 - 상봉역 출발
08 : 14 - 춘천역 도착
08 : 55 - 부다리고개, 산행시작
09 : 20 - 헬기장(544m봉)
10 : 08 - 헬기장(677m봉)
10 : 35 - 큰고개
11 : 16 ~ 11 : 48 - 용화산(龍華山, △878m), 점심
12 : 28 - 858m봉
12 : 48 - 770m봉
13 : 20 - ┼자 갈림길 안부, 고탄령(古灘嶺)
13 : 40 - ┼자 갈림길 안부, 사야령(四夜嶺)
14 : 00 - Y자 능선 분기봉(764.6m), 왼쪽은 배후령 가는 길
14 : 42 - △652.1m봉
15 : 34 - 수리봉(657m)
16 : 04 - △527m봉
16 : 20 - 헬기장
16 : 30 - 세미고개, 산행종료
1. 용화산 칼바위(촛대바위)
▶ 용화산(龍華山, △878m)
놀기도 힘 드는 법. 추석연휴 3일에 지쳤다. 아무렴 산이 휴식할 곳이다. 춘천 가는 전철에서
닭병 걸린 듯 꾸벅꾸벅 존다. 우리만 조는 게 아니라 승객이 다 그런다.
춘천역에서 25인승 버스를 대절하여 들머리 날머리 가고 오기로 했다. 기사님이 여러모로 친
절하다. 산과 숲의 생태계까지 빠삭하니 꿰고 있다. 용화산은 춘천지역에서 송이가 나는 드문
산이니 유념하시라 강조한다.
우리 태운 차는 부다리터널을 지나 하남 거례리 쪽에서 구 도로로 돌아 부다리고개를 향하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멈춘다. 버섯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의 승용차도 몇 대 주차하였다. 그들은
간편한 차림에 장화를 신었다. 바리케이드 밑으로 기어들어 부다리고갯마루로 간다. 이제는
확실히 가을이다. 양쪽 도로변은 미국쑥부쟁이 꽃이 만발하였다. 유난히 이곳에 미국쑥부쟁
이가 많다했더니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인데 1970년대 말 춘천 중도 지역에서 처음 발
견되었다고 한다.
부다리고개. 춘천 사북에서는 방아다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부다리고개라 부르고, 화천 하남
에서는 고개가 높아 봇다리(보따리)를 지고 이 고개를 넘으면 힘들고 무겁다하여 부다리고개
라 한다. 고갯마루 양쪽 절개지는 높디높은 절벽이거니와 낙석방지용 철망을 씌우고 철조망
펜스까지 쳤다. 고갯마루 너머 얕은 지계곡 수로에 펜스가 개구멍으로 뚫렸다.
지계곡으로 들어 왼쪽의 잣나무숲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른다. 바람 한 점 없어 금세 비지땀
뻘뻘 흘린다. 능선마루에 올라 참호 지나고 교통호 넘는다. 안개 속을 간다. 길섶에 줄 이은
구절초 꽃이 환하다. 오늘 산행 내내 구절초 꽃이 우리의 걸음을 열렬히 응원하였다. 첫 번째
헬기장인 544m봉. 배낭 벗어놓고 숨 고른다.
가는 걸음에 사면 멀리까지 눈으로 훑고 소나무 밑 불룩한 낙엽더미마다 뒤척여 보지만 송이
는 보이지 않는다. 사시(斜視) 될라 그만 눈 거둔다. 밧줄 달린 바위지대 지나고 666m봉 넘는
다. 하늘 트인 두 번째 헬기장은 따가운 햇볕이 가득하여 조금 더 간 677m봉의 소나무 숲 그
늘로 들어 휴식한다. 그늘에 들면 가을이고 그늘 벗어나면 여름이다.
묵은 임도로 내리고 전망 트인 바위지대. 맞은편에 안개 속 용화산 만장봉 주변이 일시에 드
러난다. 가경이다. 일제히 가던 걸음 멈추고 감상한다. 너덜 내려 큰고개다. 용화산 오르는 길
은 절벽의 절개지인 고갯마루 비켜 양쪽으로 나 있다. 오른쪽 소로로 오른 등로는 북사면으로
돌아서 테크계단 올라 능선마루를 잠깐 들렸다가 왼쪽 북사면의 밧줄 달린 바위구간으로 이
어진다.
2. 부다리고개 가는 길가에 줄지어 핀 미국쑥부쟁이(Aster pilosus)
3. 부다리고갯마루를 향하여
4. 미국쑥부쟁이
5. 쑥부쟁이(Aster yomena),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6. 부다리고개 낙석방지용 철조망의 지계곡 틈으로 들어감
7. 첫 번째 헬기장(544m봉)
8. 용화산 만장봉 암벽
9. 큰고개 내리기 전
10. 솔잎 님과 사계 님, 용화산 암벽을 배경으로
등로 벗어난 암봉에 올라 용화산 만장봉의 하늘벽 한참 우러르고 나서 가파른 슬랩 올라 만장
봉 위 반석지대를 지난다. 만장봉 수직벽이 100m 남짓이라는데 오금이 저려 내려다볼 엄두
를 내지 못하고 밧줄 가드레일을 멀찍이 비켜간다. 그런 바위틈에 터 잡은 일군의 노송의 자
태는 경건하다. 하늘 가린 숲속으로 들어 완만한 등로로 잠깐 오르면 갈림길 공터가 나온다.
칼바위(촛대바위) 쪽으로 간다. 칼바위와 만장봉 암벽을 보기 위해서다. 용화산 최고의 경점
일 암봉에 올라 아무리 두 눈 홉떠도 사방 캄캄한 안개 속이다. 일행들이 모여 있을 용화산 정
상으로 간다. 다시 공터 지나 3단 기단으로 세운 커다란 정상 표지석이 있는 용화산 정상이
다. 정상 옆 너른 공터가 그늘져 쉬기 좋다. 이른 점심밥 먹는다. 추석명절 음식이라 반찬이
걸다.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이 산에서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되어서 하
늘로 올라갔다 하여 용화산(龍華山)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나는 ‘용화(龍華)’를 불교에서 쓰는 말로 알았다. 즉, 용화는 용화삼회(龍華三會)의 준말로 “미
륵보살이 성불한 후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연 법회로 석가모니가 입멸한 뒤 56억 7천만
년 만에 세상에 나타나서 용화수(보리수) 밑에서 도를 이루고, 세 차례의 설법을 한다고 한
다”는 데에서 유래하는 줄 알았다.
용화산 정상의 삼각점은 남쪽으로 50m 내린 공터에 있다. 화천 464, 2007 재설.
▶ 수리봉(657m)
칼바위 쪽으로 다시 간다. 그새 안개가 걷혔다. 칼바위 직전의 암봉에 올라 발돋움한다. 원경
은 보잘 것 없고 바로 앞의 칼바위와 만장봉의 만장암벽을 오래도록 감상한다.
고탄령 가는 길. 통나무계단 내리다가 오른쪽 우회로 마다하고 암릉을 직등한다. 짜릿한 손맛
본다. 858m봉은 암릉 암봉이다. 남쪽으로 뻗은 지능선의 바위는 득남바위(또는 불알바위)다.
안부마다 갈림길 오른쪽은 양통으로 내린다. ‘등산로 폐쇄(위험구간)’ 팻말 붙은 암릉은 주저
하지 않고 등로 따라 돌아간다. 어느 해 겨울 저 팻말이 없어 직등했다가 아주 식겁했던 기억
이 아직도 새롭다. 오늘은 눈으로만 더듬어 넘는다. 830m봉도 사방 조망 좋은 암봉이다. 내림
길은 외길 암릉으로 밧줄이 달렸다. 그래도 살금살금 내린다.
일행을 두 팀으로 나눈다. 신가이버 님과 나는 수리봉 넘어 세미고개로 가기로 하고, 메아리
대장님을 비롯한 주력은 수리봉 가는 능선 도중의 661m봉에서 용화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내
리기로 한다. 하산완료 예정시각 17시. 산중에 희언(戱言)은 없다.
잘못 걸렸다. 신가이버 님이 나를 앞에서 견인하다 뒤에서 몰이한다. 더구나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매우 심하다. 내릴 때 가쁜 숨 진정하고 오를 때 토해 낸다.
11. 용화산 만장봉 암벽
12. 용화산 칼바위 주변
13. 용화산 만장봉 암벽
14. 용화산 가는 길의 암벽 틈에 자라는 소나무
15. 용화산 만장봉 암벽
16. 용화산 만장봉 암벽
17. 만장봉 위 등로
18. 칼바위 아래
19. 용화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맨 뒷줄 솔잎, 사계, 가운데 줄 제임스 신가이버, 대간거사,
앞줄 메아리, 한계령, 버들, 드류
19-1. 용화산 정상 표지석 뒷면
20. 용화산 만장봉 암벽
고탄령이 깊다. 첨봉으로 솟은 778m봉을 왼쪽 등로 따라 우회하다 너무 갔다. 오른쪽 멀리 실
한 능선이 궁금하여 지도 보니 배후령으로 가는 능선이다. 우리는 수불무산(柚拂舞山, 또는
수풀무산)으로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얼른 알아챘기 망정이다. 수불무산은 778m봉 갈림길
에서 1.1㎞나 떨어져 있어 아쉽지만 다녀오기에는 무리다.
신가이버 님이 척후로 주변 산세 자세히 살펴 주능선에 든다. 석문 지나고 뚝 떨어졌다가 한
차례 더 대차게 올랐다내려야 사야령이다. 가파른 통나무계단 오르고 732m봉 넘어 완만해진
다. Y자 능선 분기봉인 △764.6m봉 전위봉. 왼쪽은 배후령으로 간다. 오른쪽 수리봉으로 가
는 길도 좋다. 조망 없는 숲속길이다. 잠시 숨 고르고 줄달음하기 시작한다.
오른쪽 765m봉 쪽은 ‘등산로 아님’ 팻말이 있어 맘 놓고 막 내린다. 곁눈질로 보는 765m봉의
서쪽 능선이 노송군락인 암릉으로 한 경치 한다. 봉봉을 ‘톰과 제리’처럼 대깍대깍 넘는다.
661m봉, △652.1m봉. 무덤 뒤로 풀숲에 묻힌 삼각점은 내평 401, 2005 재설. 수리봉이 시야
에 들어온다. 길게 내렸다가 그 반동으로 529m봉을 넘고 수리봉에 한층 다가간다.
오르막에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로가 뚜렷하고 직등하는 길이 희미하다. 신가이버 님은 우회
로로 갔다. 나는 멋모르고 직등한다. 이런, 나이프 릿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이미 올라와버린 체면 살리려 바위 모서리 움켜쥐며 나아간다. 푸석한
바위라서 트래버스 하는 구간이 약간 까다롭다. 수직으로 솟은 날등이 나온다. 돌부리 홀더가
몇 개 보여 오름직 하지만 그 너머가 블라인드 코너로 불안하다.
아서라, 오른쪽 암벽 밑자락으로 돈다. 가파르지만 버팀목일 잡목 숲이 고맙다. 우회로와 만
나고 가슴 쓸어내린다. 추색의 능선 길. 그 끝이 수리봉 정상이다. 너른 공터 가장자리에 오석
의 조그만 정상 표지석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이 수리봉을 ‘水利峰’으로 표기
하고 있는데 억지인 한자 표기로 보인다. 이 산중에 수리(水利)가 가당키나 한가?
이정표에 수리봉에서 세미고개까지 3.4㎞. 그다지 큰 오르내림은 없을 것임을 감안하여 1시
간을 견적한다. 가시철조망 넘어 군인의 길이다. 뚝 떨어져 내린 ┼자 갈림길 안부는 양통고
개다. 마지막 된 오름 끝은 △527m봉이다. 삼각점은 춘천 308, 2005 재설. 이제부터는 평탄한
숲속 오솔길이다. 완보하지 않고 내닫는 게 아깝다. 조망 트이는 너른 헬기장을 지난다. 부다
리고개부터 우리가 지나온 산릉이 다 보인다.
세미고개 넘는 차들의 힘겨운 굉음이 들리고 546m봉 넘어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세미고개
절개지 오른쪽 사면의 등로 따른다. 잣나무숲 지나 세미고개다. 하산완료 예정시각 17시를
30분이나 남겼다. 배후령 갈림길인 764.6m봉에서 여기까지 7.7㎞(도상거리다)를 2시간 30분
에 끊었다.
21. 구절초(九節草, Chrysanthemum sibiricum),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22. 고탄령 가는 길의 858m봉
23. 고탄령 가는 길의 858m봉, 암릉 암봉이다
24. 칼바위 주변
25. 고탄령 가는 길의 암릉
26. 오른쪽 능선이 수리봉으로 간다
27. 858m봉
28. 수리봉 가는 길의 암릉,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다
29. 암릉 지나고 수리봉 가는 길
30. 수리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발산리 들판
31. 틈만 나면 공부하는 신가이버 님, 수리봉 정상에서
32. 왼쪽으로 부다리고개가 보인다. 가운데는 용화산 정상
33. 403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세미고개
첫댓글 두분이서 줄기차게리셨군요...우리는 게걸음이었는데,,,추석특집 산행하시느라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부다리고개에서 수리봉을 거쳐 세미고개까지 한바퀴 빙 돌으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