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스물다섯 바퀴를 돌아야 되는 거리를 평행선 레일속에 무사고라는 막중한 책임을 다하며 100만 km를 달리더니 이제 직장의 끝인 정년퇴임까지 왔네요.
푸른 제복에 그 작은 체구로 쉼 없이 달려온 평행선 레일을 거대한 기관차와 함께 푸르던 청춘의 꿈을 다독이며 살아온 당신!
남들은 편한 잠 이룰 때 밀려오는 잠을 이겨내야 했고 여행길에 오른 승객들을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 책임으로 아름다운 경치조차 곁눈질로만 바라보고 요란한 엔진소리에 귀가 먹먹해지고 쇳가루가 눈에 들어가 붉게 충혈된 눈을 씻어내며 한여름엔 엉덩이에 땀띠가 종기처럼 부어 오르고 한겨울엔 난방이 약해 콧물을 줄줄 흘릴때도 있었던 힘든 기관사의 생활이었지요.
식사시간은 또 어떻고요. 교대 승무원한테 철저히 인수한 후에나 차고지에 안전하게 입고한 후에 늦은 허기를 채우며 달려온 길입니다.
42년‥ 당신의 청춘은 지구를 스물다섯번 돌아 줄줄이 엮은 추억이라는 이야기가 되었고 칙칙폭폭 아빠가 운전하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당신 무남독녀 외동딸은 잘도 자라주었습니다.
기름 때 얼룩진 제복을 빨래 하던 아내는 이제 당신과 함께 주름살이 깊어지고 머리가 희끗희끗 서리 맞는 나이가 되어 멋진 사위감을 맞이하고 종알종알대는 꼬물이 손자손녀를 기다리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내조의 여왕은 아니지만 당신과 함께 삼십 팔 년 철도 기관사의 아내로 살아온것 감사드려요.
앞으로 살아보지 못한 퇴직 후의 휴식의 시간들이 당신의 삶을 더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무사고 백만키로 기관사로 정년퇴임 맞는 당신은 이제 또 다른 퇴직이후의 삶을 폼나게 멋지게 사나이 이성식으로 살아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