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시티 청산도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은 돈이다. 사람들은 그 시간을 잡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에 '고속' '초고속' 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했다.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ktx를 개발했고 더 빨리 정보검색을 하기위해 스마트 폰을 개발했다. 완도에서 한시간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자 추운 겨울날에도 푸른 소나무로 둘러싸인 청산도가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냈다. 하지만 막상 배에서 내리니 겨울의 청산도는 참 추웠다. 민족이 그리워하던 따뜻함을 생각하며 내렸지만 반기는 것은 차가운 바닷바람 뿐이였다. 하지만 밤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뜨면서 청산도는 그 본연의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둠에는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청산도의 푸른 밭과 마음이 편해지는 흙길, 푸른 하늘이 보였다. 청산도의 모습은 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가서 살고 싶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앞만 보지말고 주변도 보면서 천천히 걸으라고 슬로길! 청산도에는 슬로길이 있다. 슬로길이란 청산도 주민들의 마을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로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좋은 길이다. 이 길은 걷다보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슬로길은 총 여섯 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여섯 개의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청산도의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다.
청산도의 낮은 돌담길 이러한 마을의 구불구불한 돌담길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이 숨어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마을의 공동 우물이 있으며 옆에는 방금 해놓은 빨래가 널려 있다. 또한 돌담길의 갈림길에는 낡은 면사무소 건물이 시대를 견디며 서있다. 동사무소 건물을 지나쳐 쭉 걷다보면 있는 돌담길 옆의 화장실에는 알아보기 쉽게 그림과 한글로 표시를 해 놓았다. 당리 마을에 있는 공동우물 70년대 건물 같은 당리 사무소 알아보기 쉽게 꾸며놓은 화장실 이렇게 마을을 지나면 슬로길은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으로 올라가니 도청항과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알록달록한 지붕 때문에 마을이 하나의 꽃밭처럼 보인다.
언덕의 끝에는 kbs 드라마 < 봄의 왈츠 > 를 촬영했던 하얀색 집과 영화 서편제를 촬영했던 초가집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봄이 되면 주변에 유채꽃과 보리가 가득 자라 절경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청산도 언덕에 있는 서편제 촬영지 이내 슬로길의 화살표는 해안절벽으로 이어진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슬로길을 걷다보면 청산도의 아름다운 절벽과 해수욕장을 볼 수 있다. 이 절벽과 해수욕장을 옆에는 뜬금없이 빨간 우체통이 하나 있다. 우체통에는 '느림 우체통'이라고 적혀있다.
이 우체통에 들어간 편지는 배송에 1년이 걸린다고 한다. 당일배송이 유행인 요즘에 배송하는데 1년이나 걸리는 우체통이라니. 이 우체통이야 말로 슬로 시티인 청산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이다. 청산도의 슬로길 배송에 1년이 걸리는 느림 우체통 해안의 낭떠러지에서 본 청산도의 모습 슬로길의 한 코스을 걸어가는 데에는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천천히 슬로길을 걸어가다 보면 슬로길은 흙길에서 돌길로 바뀌고 주변은 바다에서 논으로 논에서 갈대밭으로 바뀐다. 그런 모습을 하나하나 눈으로 담다보면 사람들은 풍경에 저절로 취하고 슬로길을 걸어가는 시간은 점점 더 느려지게 된다.
"쩌그로 올라가서 마을회관 뒤쪽으로 가면 쌔건물이 있어, 그쪽이 민박을 할꺼여."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할머니는 일에 손을 놓지 못하신다. 동시에 "아이고 추운데 뭐 볼 꺼 있다고 여까지 왔는가"라는 말을 덧붙이시면서 우리를 걱정해 주신다.
들어가서 커피나 한잔하고가"라고 말을 이으신다. 이렇게 어르신들은 친근한 전라도 사투리로 우리에게 커피를 권하셨고 우리는 따라가 어르신들의 낮은 돌담 집에서 커피로 우리의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어르신이 주신 커피의 힘으로 청산도를 다 둘러보고 배시간 전에 청산도에 하나 밖에 없는 농협에 들어갔다. 농협 안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난롯불을 쬐고 계셨다. 농협 안에는 어째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보다 수다의 꽃을 피우고 있는 분들이 더 많아보였다.
할아버지들이 계시는 난롯불에 끼여 언 몸을 녹이고 있으니 농협 직원분이 말을 거신다. "커피 마셔요. 추운디 여까지 와가 힘드니께. 아님 율무차 마셔도 되고" 라고 하시며 커피를 주신다. 두 잔째 커피를 마시는 우리의 마음이 청산도 사람들의 따듯함에 금새 녹아 말랑말랑해 졌다.
푸른 산의 섬, 청산도가 그곳이다. 청산도에는 파란 하늘과 푸른 산, 검푸른 바다와 돌담에 핀 푸른 담쟁이들이 있었다. 또한 그곳에서는 빠른 세상 속 느리지만 정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