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 한글판 딱지본소설 - 옥매화[ 玉梅花 ]
인기멤버
hanjy9713
2024.02.15. 01:04조회 0
댓글 0URL 복사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 한글판 딱지본소설
옥매화
[ 玉梅花 ]
매화꽃이 피어 있는 정원에서 중절모를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채 지팡이를 든 나이든 노인과 아직 댕기머리를 벗어나지 못한 처녀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 장면은 작품 속 주인공들 간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옥매화』는 1913년 보서관(普書館)에서 출판되었다. 작품의 출판사항을 알려주는 판권지에는 손재용(孫在鏞)이라는 이름이 ‘저작 겸 발행자(著作 兼 發行者)’ 항목에 기재되어 있다. 『옥매화』를 제외한 다른 작품에서는 손재용이라는 이름을 찾을 수 없어서, 현재까지는 『옥매화』가 손재용과 관련된 유일한 작품이다.
표지의 제목 앞에 ‘신소설(新小說)’이라고 적혀 있다. 작자는 독자들이 이 작품을 신소설로 읽기를 바라면서 작품을 구성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신소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묘사하는 배경 제시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작중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을 이끄는 주동적인 인물들은 표지에 그림으로 먼저 맛보인 남성 주인공 ‘리별제’, 그의 외동딸 ‘애동’, 그리고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시비 ‘옥매’이다. 외동딸만 낳았다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 리별제에게는 아들이 없다. 아들이 없다는 것은 결국 대(代)가 끊길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리별제는 나이도 많다. 이 작품은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이 든 리별제는 아예 후사를 포기하고 외동딸인 애동에게 “여년을 마치고 후
지”(1) 부탁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리별제는 16세인 애동의 혼처를 알아본다. 하지만 자신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데릴사위’를 들이리라고 마음을 먹는다. 마침 친형제처럼 지내던 장주부가 어느 날 리별제의 집을 방문하고, 혼처를 구하던 리별제는 혼처를 문의한다.
그러자 장주부가 자신의 둘째 조카를 소개하고,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것에 만족한 리별제는 결혼에 합의한다. 장주부 조카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 때문에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올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리별제의 집안은 부유했기 때문에 장주부 조카의 혼수 부담도 모두 떠안고 결혼을 서둘렀다.
리별제 부부는 애동이 결혼한 후, 모든 가사 문제를 사위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편안히 남을 삶을 보내려고 결심한다. 그러나 이런 평화로운 계획은 문제를 안고 있었으니, 그것은 ‘무후절손(無後絶孫)’, 즉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리별제는 “쳡을 두랴
면 칼을 가지고
결
랴고 덤벙거리는” 아내 때문에 후사를 잇기 위해 첩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리별제의 집에는 18세가 된 계집종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옥매’인데, 인물과 성격이 나무랄 데가 없었다. 옥매는 리별제의 사나운 부인과 사이가 좋았으며, 딸인 애동과는 주인과 하인의 관계를 넘어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였다. 어느 봄날 밤, 후원을 거닐던 리별제는 마침 별당에서 바느질 하던 옥매를 보고, 춘심(春心)이 발동해 옥매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리별제는 가족들의 눈을 피해 옥매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결국 옥매는 임신을 하게 되고, 리별제는 임신 사실을 옥매로부터 전해 듣고서, 사나운 부인과 후사에 대한 기대 사이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 옥매는 리별제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상심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