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두달동안의 여정을 오늘(2022.8.18) 마감했다. 그동안 여러 에피소드를 낳았고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우영우역에 박은빈, 이준호역에 강태오, 정명석역에 강기영,최수연역에 하윤경, 권민우역에 주종혁, 동그라미역에 주현영 등 많은 배우들이 열연했다.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법정 다툼이 주된 주제였다. 하지만 일반 다른 법정 드라마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법정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의 냄새가 풍기는 그런 드라마였다. 틀에 박힌 법률적 적용과 해석에서 벗어나 법에도 저런 면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인간의 삶속에 편견이 얼마나 지독한 해악을 저지르는가하는 질문도 날카롭게 던진 드라마였다.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많이 만나게 되지만 무비판속에 우리 행동과 뇌리에 박혀 있는 그 편견의 잘못됨을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깨닳도록 유도했다는 점도 좋은 평을 받는 이유이다. 특히 장애인과 관련된 편견은 우리가 곰씹어봐야할 대목으로 받아드려졌다. 또한 출생의 비밀 등 자칫 예전 막장드라마의 복사판으로 갈 수 있는 흐름을 짧고 명료하게 정리하는 대범함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중있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고래이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에 고래가 등장하는 것은 고래의 모성애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고래는 자기 자식을 절대 버리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앞날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은 자식을 버린 어린 엄마와 그 버려진 아이가 고래의 모성애와 전혀 다른 이른바 역설적으로 극을 이어갈 주된 주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됐다. 극중 태수미 로펌 대표와 그의 혼외자인 우영우변호사의 관계가 주가 아니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최근 한국 생물학계의 권위자이자 생태전문가인 최재천교수가 그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항을 알려주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고래가 등장하는 것은 바로 고래의 아주 독특하고 존경스러운 성질 즉 자신의 동료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절대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상 동물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고래는 자신의 주변 고래가 비록 장애가 있을 경우 그 주변을 떠나지 않고 그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밝혀주었다. 예를 들어 고래가 심하게 다쳐 호흡이 어려워지면 주변 고래들이 그 다친 고래를 떠받쳐서 수면위에서 호흡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고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고래가 장애를 가진 주변 고래를 배척하고 해를 주는 경우를 한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동물에게 장애란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장애를 가졌거나 심하게 다쳤을 때 다른 동물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는 것은 물론 같은 종의 동료들에게도 해코지를 당한다고 한다. 지능이 높다는 침팬지의 경우는 자신들의 보스가 많이 다쳐 보스역할을 못하게 됐다고 판단하면 즉시 무자비하게 공격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도 주변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천대하는 경우가 많지않은가. 그러니 동물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장애를 가진 동료를 보살피고 돌보는 그야말로 천사동물이 고래인 셈이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런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를 곁에서 극진하게 보살피는 남친인 이준호직원, 장애를 가진 후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선배 정명석 변호사와 그녀 옆에서 봄날의 햇살같은 존재로 있어주는 절친 최수연 변호사 그리고 권모술수에 능한 약아빠진 역할로 나오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영우변호사 옆에 서주는 권민우 변호사 모두 우영우 변호사에게는 고래같은 존재들이다. 동료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결코 무관심하거나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보듬으려고 하는 그 행동들이 바로 고래의 모습 아니겠는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종방됐지만 그 여운은 상당히 오랫동안 남을 것같다. 평소 그다지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동안 줄곳 이 드라마를 들여다보면서 편견이 없는 세상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 환경이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그동안 열연한 배우들과 멋진 작품 만든 작가분 그리고 피디분 그리고 모든 스탭들에게 격한 박수를 보낸다.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지고 환영받는 드라마가 되기를 기원한다.
2022년 8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