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일들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줄서기를 잘하는 편이 못 되어서 늘 뒷전에 밀리는 게 아닌가 싶은데 오늘 정말 놀라운 줄서기를 보았습니다.
오늘 제쟈의 결혼식이 있어서 목동에 갔다가 아는 형님이 경복궁역에서 만나자고 하길래 버스를 타고 경복궁부근으로 갔습니다. 경복궁 종심에 서서 바라볼 때에 좌측을 보통 북촌이라고 하고 우측을 서촌이라고 합니다.
경복궁 북촌은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다 찾아가는 곳인데 조선시대의 한옥건물들이 많이 있고(사실 조선시대 건물이 아니고 일제 강점기에 지은 무늬만 한옥이지만), 그런 집들을 개조한 음식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서촌은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고 작은 집들이 몰려 있는 편인데 여기도 대부분 음식점들이 줄을 지어 있습니다. 작고 초라해도 나름 유명한 집들이 꽤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이 동네에서 정말 진기한 줄서기를 보았습니다.
서울시내에서 삼계탕으로 유명한 집들이 꽤 많은데 유명세만으로는 이 서촌에 있는 토속정이 최고가 아닐까 실감했습니다. 저는 삼계탕 집에서 나오는 삼계턍은 대부분 병아리로 한 거라 비린내가 나는 거 같아서 잘 안 먹습니다. 집에서 하면 큰닭으로 해서 먹는데 삼계탕 집들은 거의 병아리 수준입니다.
오늘 만나는 곳이 토속정 부근이라 거길 지나는데 그집 대문 안으로 서 있는 사람들은 빼고 대문에서 밖으로 서 있는 줄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m는 될 거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외국에 그렇게 줄을 서는 집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복날도 아니고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시원한 날씨에 한 시 반이 넘은 시간에 삼계탕 집앞에 70 ~ 80명은 충분히 됨직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갔다가 줄이 10m만 되어도 다른 집으로 갔을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