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가 대부분 불황 속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전략으로 매출이 쑥쑥 올라가는 업소도 있습니다. 조인스랜드 회원 중개업소 중 이런 '잘 나가는' 업소를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공인(02-427-3355) 서이식(35)사장. 그는 강동구에서 ‘꿀단지 아저씨’로 통한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마다 고객들에게 꿀단지를 선물로 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부동산 중개업계 불황이라는 요즘도 그의 꿀단지 선물은 변함이 없다.
꿀단지는 시골에서 꿀 농사를 하는 친척으로부터 직접 구입한다. 꿀단지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고객들에게 1년에 두 차례 부동산 관련 책자를 만들어 무료로 보내기도 한다. 유인물 수준의 저급한 책자가 아니다. 수시로 바뀌는 정책·세제를 설명하고 이에 따른 투자전략까지 담고 있다.
“꿀단지는 작은 성의일뿐입니다. 고객에 대한 투자는 아깝지가 않습니다. 고객이 아니면 우리 중개업소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일까. 불황기에도 徐사장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싸늘하지만은 않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매출은 조금 줄었지만 고정 고객은 더 늘어났다.
◇위기를 기회로 삼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徐사장은 어엿한 관리직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그로 하여금 변화를 선택하게 했다. 1999년 5월 부동산 중개업계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강동구 성내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삼촌 밑에서 일을 배웠다. 당시는 외환위기 때 폭락한 집값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고, 부동산시장 부양책이 잇따라 발표되던 시기였다. 1년 남짓 일을 배워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마침내 독립을 결정했다. 2000년 12월 지금의 암사동에 터를 잡았다. 부동산시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기세 좋게 시작한 그의 독립 경영은 순탄치 않았다. 후발 업소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어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1년을 고전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차별화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컴퓨터였다. 다른 중개업소 사이트보다 업그레이드한 전용 홈페이지(www.3355apt.co.kr)를 만들었다.
컴퓨터 파일에는 계약을 했거나 상담을 한 고객 명단을 모두 입력했다. 신문도 5개 구독하면서 부동산 관련 기사는 인터넷 사이트와 컴퓨터 파일에 꼬박꼬박 넣었다.
이렇게 모은 자료로 책자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보냈다. 1년에 두 차례 5000∼6000권씩을 제작했다. 그가 책자 제작, 인터넷 사이트 관리 등에 쓰는 비용은 한 해에 1000만∼1500만원이다.
“정책·세법 변화, 투자 정보, 거래 요령이 가득한 책을 받아본 손님들이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우리 업소를 다시 찾아줬지요.”
그렇게 1년이 지나니 자리가 잡혔다. 부동산 책자를 만들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徐사장 스스로도 부동산 전문가가 돼가고 있었다.
◇고객과 더불어 성장 고객에게 믿음을 주다 보니 좋은 일도 많이 생긴다. 이 가운데 하나는 평생의 배필을 만난 것. 그의 아내는 단골 고객의 딸이다.
고객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투자의 길을 제시해주는 것도 큰 보람이다. 1호 고객은 40대 초반의 공인회계사 부부다. 徐사장은 전셋집을 얻어주면서 이 부부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 이 부부가 호주로 해외근무를 나가면서 전세보증금 1억4000만원의 투자처를 고민하자 강동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를 소개했다.
이 아파트는 지금 값이 두 배로 올랐다. 徐사장은 “이 부부는 요즘도 메일과 전화로 고맙다는 연락을 해옵니다. 재건축이 끝나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 집들이에 초청하겠다고 하더군요. 이럴 때 중개업에 몸 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흐뭇해 했다.
영국 교포인 50대 여성도 기억에 남는 고객이다. 그녀는 서울에 사는 친척으로부터 이 중개업소의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받았다. 徐사장은 “이 교포가 투자한 3억원은 2년만에 5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국내 고객에게 신뢰를 얻다 보니 해외 고객도 꽤 확보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 조언을 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지킨다. 고객의 자금에 맞춰, 대박을 노린 무리한 투자보다는 수익이 적더라도 위험이 덜한 투자를 권한다. 재건축 아파트도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입주를 목표로 구입하기를 권한다고 한다.
그에게 강동구 일대의 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시세보다 10% 이상 싼 급매물은 거의 빠졌습니다. 정상 시세에는 거래가 잘 안 되지만 조금만 값이 싸면 곧잘 거래됩니다. 하지만 단지별로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므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젊은 나이에 중개업계에 들어선 徐사장은 “신뢰 하나면 불황도 무섭지 않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